모처럼 진정 어린 ‘양심선언’이 뉴스에 보도되었다.

지금 한창 기세를 올리는 사대 매국 적폐 세력의 대통령 후보가 서울대 출신인 것을 부끄러워하는 동문들의 순수하고 정직한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이다.

서울대 출신들이 권력에 빌붙어서 민중을 오도하고 민족의 진로를 흐리게 하거나 사회 발전 변혁에 장애를 놓는 일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박정희 군사정권 초기에는 군부 출신들이 세상을 망해 먹었지만, 유신 이후부터 유신정우회(維政會)를 중심으로 이른바 사회 엘리트를 자처하는 서울대 출신들이 대거 정관계(政官界)에 몰려들면서 국정운영에 많은 문제를 야기시켰다.

학계(學界)나 법조 문화계, 매판자본에서 차관경제가 호황을 누리자 재계(財界)와 대기업 요직에도 그들의 진출이 눈부신 바 있었다.

이런 현상은 전두환 노태우 때에도 마찬가지였고 김영삼의 문민정부 이후 여러 정권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되고 있다.

군부팟쇼도당들은 ‘군대 출신은 무식하다’는 세평(世評)과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방책이었고, 문민정부 이후의 대통령들은 대학공부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이어서 그렇다.

군사정권이나 문민정부들 모두가 다 소아병적인 못난 열등의식의 발로였다.

도량이 모자란 속 좁은 집권자들의 학벌 열등의식은, 외국 유학 경력의 대학교수, 고등고시(사법시험)에 합격한 판검사 변호사 출신들을 선호했다.

한때는 서울대 총장 자리는 국무총리 감투와 곧바로 연결되는 관행이 당연시되는 사회 풍조가 유행이었다.

서울대학은 국립이어서 등록금이 여러 사립대학에 비해 액수가 많이 헐하다.

대학도서관을 비롯해서 각종 연구 실험 실습 시설은 물론이고 교수진 역시 한국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장학금 혜택도 다른 대학들에 비해 월등하다.

학문의 국제교류 세계 유수 대학에의 유학 기회는 물론, 정관계(政官界), 경제, 사회, 문화계를 총망라 한국 사회 전체를 장악하고 있는 동문들의 인맥 혜택 또한 여타 대학의 추종을 불허한다.

서울대학은 대학 적령기 또래 젊은이들의 선망 대상이다.

서울대학은 출세가도(出世街道)의 첫 관문이고 신분 상승의 일 단계에 오르는 보증수표이기도 하다.

좋게 보면 학문연마의 우수 교육기관이고 사회 엘리트 인재 양성 배출의 빛나는 요람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 보면 지식사회의 계층화 차별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인간 능력의 여러 분야 중 한 갈래인 암기력 위주의 비좁은 인간 평가로 원만하고 융통성 있는 전인적(全人的) 인간, 포용적이고 다양성 있는 사회구성체 운영에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우리 사회가 보다 인간적이고 사람 냄새 풍기는 규모 있는 평등사회이고 보다 활발한 활력 넘치는 폭넓은 공정사회 건설에 실패의 한 요인이기도 했다.

암기력 위주의 인간형 엘리트들의 국정운영은 사회조직의 경직화 외곬으로 편협화를 불렀다.

법(法)은 사람 삶의 질서 생활의 원활한 흐름을 위해 있는 것이고, 이 원칙에 따라 집행 운용되어야 한다.

법은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잇는 것이고 막힌 것 장애가 되는 것을 뚫고 제거하기 위한 도구이고 수단이다.

법조문에 매달려서 사람을 죽이거나 사람의 생활을 억압해선 안 되는 것이다.

사람을 살리는 쪽으로 사람 삶을 물 흐르듯 흐르게 만드는데, 법 제정의 목적이 있다.

암기력 제일주의 인간형에 의해 운영되는 한국 사법계의 현실은 일반 민중의 법 운영 정서와는 너무 먼 거리가 있다.

암기력 위주의 편협 사회, 암기력 우선 기능의 기형적 사고 능력 소유 엘리트들에 의해 운영되고 이끌어지는 사회, 너무 각박하고 삭막하다.

인간은 기계가 아니다.

인간의 심장엔 피가 흐른다.

그것도 더운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다양한 가능성의 존재다.

종합인격체이다.

인간 두뇌의 사고 뇌세포는 무한 기능 무한 상상력을 지닌다.

암기, 기억 뇌세포는 그 수많은 무한 기능 뇌세포 중 하나에 속한다.

암기력 위주의 리더에 의해 이끌려 가는 우리 사회, 정치 문화의 저질화, 맹목적 편의 안일주의, 황금만능의 무자비한 경쟁, 지식 편차에 의한 계급 차별, 학벌 위주의 기형성에 의해 우월의식과 열등의식으로 갈등 사회가 조성되었다.

무엇보다도 심각하고 거대 부조리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교육 열풍이다.

오로지 서울대에 들어가기 위한 비정상적인 학습 방법 편법교육이 과외 학원 수강으로 대표되는 사교육 병폐이다.

인구 절감, 결혼 포기, 가정 경제 피폐 등의 주요 원인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내 집 마련과 자녀 교육비 부담이다.

내 집 마련은 지하 방이나 월세방에서라도 산다지만, 아이들 교육비 그 웬수놈의 학원 과외비 사교육비는 어찌해야 한담….

나라의 미래이고 희망인 젊은이들이 결혼은 그만두고 연애도 제대로 못 하고 머뭇거리는 망조 세상이 되어버렸다.

한창 청춘을 구가하고 앞날 삶의 꿈에 부풀어 있어야 할 젊은이들이 모두 기가 죽어서 풀기가 없다. 우리 사회 전체가 병이 들어도 아주 큰 병이 들어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유행하는 코로나19 변종 오미크론에 걸리면 기침을 하고 열이라도 나는데, 증상이 잘 나타나지도 않고 아주 속 골병이 드는 한국의 사교육 열병은 겉으론 얼른 표가 잘 나지도 않는다.

참말이지 이거 정말 쥐도 새도 모르게 서서히 나라 망해 먹을 서울대 입학을 위한 입시 공부, 사교육 열병을 어찌 다스려야 할까.

이런 무서운 나라 망해 먹기 사교육 열풍의 원인 제공을 한 그 이름도 빛나는 서울대 출신들의 ‘부끄러운 1만인 선언’은 아주 많이 늦은 감이 있으나 그래도 참으로 정직하고 정의감 넘치는 참회의 목소리인 것이다.

‘지도자로서의 역량은커녕 시민으로서의 소양과 상식마저 결여한 동문 출신’ 대통령 후보를 부끄러워한다면서, ‘청와대를 굿당으로 만들게 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그들은 토로한다.

검찰 독재의 망상에 사로잡혀, 주 120시간 노동과 최저 임금제를 폐지, 약자에 대해 처벌을 당연시하고 남녀와 세대, 지역 갈등과 대립을 부추기는 혐오와 반목의 정치를 결단코 용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북에 대한 선제 타격, 사드 추가배치를 주장하고 전쟁의 참화를 불려 올 위험천만한 인물에게 우리 사회의 안전과 평화를 저당 잡힐 수는 없다.

이번 선거의 유력후보가 서울대 동문들의 자랑과 긍지가 아니라 수치와 불명예가 되고 있는 현실이 더 할 수 없이 참담하다는 양심 고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1960년대 후반에 ‘엘리트’란 외래어가 한창 바람을 탔었다.

이 선택받은 지식인들이 군사정권과 결탁, 얄팍한 머리를 돌려 일신의 영달을 꾀하는 사례가 많았다.

이를 두고 세인(世人)들은 ‘엘리트’를 ‘이리떼’라 바꿔 부르며 냉소를 보냈다.

암기력 위주의 지식과 학벌을 팔아 팟쇼권력에 빌붙어서 민중 억압 민중 착취를 합리화하는 정책이나 이론을 제공하는 무리들 중 미안하게도 서울대 출신이 압도적으로 많았음은 이미 세상이 다 아는 바다.

속칭 일류대학, 서울대 출신들은 긍지와 함께 지적(知的) 자존심을 가져야 한다.

국가사회로부터 제공받은 여러 혜택에 대해 다시 국가사회에 되돌려 주어야 한다는 지식인다운 보은 의식이 있어야 한다.

지적으로 선택받고 신분 상승의 기회를 얻은 데 대한 윤리적 사명 의식이 있어야 한다.

한말(韓末) 꼿꼿한 지식인이었던 구례(求禮) 출신 황매천(黃梅泉)은 경술 국취(國恥)를 당하여 ‘글 아는 죄’로 죽는다는 유언을 남기고 스스로 독을 마시고 순절하였다.

글 아는 죄, 지식인의 자리가 그만큼 어려운 자리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대학 서울대 출신 1만 명의 양심 고백은 아직도 이 땅에 지적 양심 지성의 윤리가 살아 있다는 한 줄기의 빛이다.

양심봉기(良心蜂起) 지성반란(知性叛亂)에 참가한 부끄럽지 않은 자랑스런 1만 인의 건승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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