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노

분노는 정의도, 정의감도, 양심도 아니다.
정의와 정의감에 기댄 분노도 있겠지만, 대개 무엇에 분노하는 건 제 심사와 맞지 않을 때다.
그것은 정의와 별 상관이 없다.
그리고 그 분노가 누그러지는 건 정의가 실현됐을 때가 아니라 내 편이 생겼을 때다.
그래서 분노는 힘으로 전화하지 못하고 수면 아래로 잠복할 뿐인 것이다.
그것은 언제나 다시 떠오르기 위해 대상을 찾아다닌다. 분노하는 자는 계속 분노한다.
분노를 정의감으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때로 분노하는 자는 분노하기 위해 정의가 실현되는 세계를 끝없이 유예한다.
분노와 양심과 정의는 환치할 수 있는 등가의 상관물이 아직은 아니다.

황경민 작가는 카페 헤세이티 종업원, 물장수, 입간판쟁이, 야매싱어송라이터이자 야매시인. 2012년 4월 물장사를 시작하면서 입간판 쓰기 시작, 지금까지 4년3개월 동안 2000편 이상 썼음. 세다가 헷갈려서 지금 안 셈. 카페 헤세이티는 부산의 부산대학교 앞에 있는 카페 주로 사회부적응자, 이탈자, 탈락자, 불만세력 등이 출입함. 맨날 적자니 누구든 와서 매상 올려주길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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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민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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