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희망의 사이

무엇이 변했는가?
그 무엇도 변하지 않았다. 그저 미친 닭의 목을 쳐 냈을 뿐, 미친 닭을 키워낸 양계업자의 음모를 파악했을 뿐, 미친 닭은 목이 잘린 채 아직 울고 있고, 양계장 역시 아직은 그대로 있다. 닭을 키워낸 과거(역사)는 그 무엇도 변하지 않았다.

무엇이 변했는가? 
모든 것이 변했다. 미친 닭의 울음소리를 거부한 우리가, 기어이 닭의 목을 쳐 낸 우리 자신이, 더 이상은 양계업자의 음모를 용납하지않겠다고 선언한 시민의 눈이, 더 이상은 양계장이 아니라 광장에서, 들판에서 권력(민중권력)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움켜쥔 촛불의 경험(역사)이.

지금 우리는 서 있다. 
의사당과 광장 사이에, 
청와대와 거리 사이에,
자본과 노동 사이에,
제도정치와 시민정치 사이에
대의제와 직접민주주의 사이에,
절망과 희망 사이에 우리는 서 있다.
어디로든 열려 있는 '가능성' 앞에 우리는 지금 서 있다.

 

황경민 작가는 카페 헤세이티 종업원, 물장수, 입간판쟁이, 야매싱어송라이터이자 야매시인. 2012년 4월 물장사를 시작하면서 입간판 쓰기 시작, 지금까지 4년3개월 동안 2000편 이상 썼음. 세다가 헷갈려서 지금 안 셈. 카페 헤세이티는 부산의 부산대학교 앞에 있는 카페 주로 사회부적응자, 이탈자, 탈락자, 불만세력 등이 출입함. 맨날 적자니 누구든 와서 매상 올려주길 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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