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쓴 연작시

쇠창살 1
금지하고 차단하고 막아 서기 위하여
거기 그렇게 일렬로 늘어선
쇠창살
집게손가락 1자로 치켜세우고
오직 하나
사상의 자유 하나만은
절대로 안 된다며...
다른 것들은 다 되는데
말 그대로 자유라는데. 예컨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팔아 넘길 자유
민족대결, 동족상잔을 공공연히 선동할 자유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수탈하고 착취할 자유
이 모든 자유들을 마음껏 누리며
이 모든 자유들에 대한 저항의 자유를
법, 질서의 이름으로 압살하거나
저항하는 언론의 목을 비틀어
언론의 자유를 교살하거나,
타오르는 불길 속 마녀사냥으로
옥상 망루에 올라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갈 자유, 생존의 권리 목 놓아 외치던
살아 숨 쉬는 사람들 마구 태워 죽여도
멀쩡하게 살아 마음껏 숨 쉬고 있을 자유까지
언제나 이미 「특별사면」 된 저들의
말 그대로 자유! 자유들의 대잔치!
오직 사상의 자유 하나만 빼고는
모두 자유, 만사형통이라는데
혹은 이 모든
저들의 자유에 굴종하여
우리들이 침묵하고 방관할 자유
그리고 자유롭게 착취당할 자유. 그것이
비 정규직 「알바」 라도 눈물겹게 고마울 뿐인
그러다가 결국 실업자 될 자유
이제 더 이상 비참해질 자유마저 거추장스러워
사람이기를 포기할 자유... 등등
한 마디로 선택은 우리들의 자유
죽거나 산 주검으로 살거나!
오직 양자택일 이라며
우리들의 두 손에 저들이 쥐어 준
자유의 탈을 쓴 예속과 굴종의 자유까지
압제와 기만으로 얼룩진 이 땅의
자유. 자유들의 대행진
이제 우리들 두 손에 쥐어진
기만의 자유
굴종의 사상 단호히 팽개쳐 버리고
잃을 것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두 손으로
두 주먹 불끈 쥐어 힘차게 치켜들며
저들만의 자유의 대행진 온 몸으로 막아서는
지금 당장 예속과 착취의 잔치판 걷어치우고
저들의 모든 특별사면들 박탈하라고 외치며
산 주검으로 살아갈 것을 단호히 거부하는
우리들. 다름 아닌
사람의 자유!
바로 그것으로 우리들 서로 모여
홀가분한 맨손들
손에 손 맞잡고 하나 되어
우리들 운명의 주인으로 일떠서는
세상의 모든 자유 중의 자유!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들 민중의
사상과 저항의 자유!
지난 반 세기
도대체 왜 오직 그것만을 금지하고 차단하고 막아서냐고
우리들 피 맺힌 함성으로 묻고 또 물어도
녹슬고 시커먼 쇠막대기만
분단 조국의 깃발처럼 필사적으로 치켜세운 채
묵묵부답, 부동자세 북위38도 군사분계선 따라
기인 철조망 온 몸에 두르고
거기 그렇게 일렬로 늘어선
쇠창살!
2009.4 대전교도소에서
장민호
일심회 사건으로 2007년부터 국가보안법 7년 복역 이후
미국국적자라 하여
해외 추방되어 미국에 체류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