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쓴 연작시

쇠창살 3

이 땅의 모든 푸르름
모든 생명의 빛깔들 어울려 춤추는
5,6월 오면
이제 녹슬고 시커먼 그것들을
뽑아 버리자!
7,8월의 태양의 작열하면
하나도 남김없이 다 뽑아 버리자!

교도소 한 평 짜리 독방의
녹슬고 먼지 낀 창틀에서
우리들의 굽은 어깨와
짓눌린 척추
외면하는 두 눈
못들은 체 하는 귀와
침묵하는 입 그리고
멈칫거리는 두 발과 모든 의구심들로부터
수갑과 포승줄로 결박된
우리들의 정당한 요구들
저들의 선처를 구걸하는 두 손과
굴종의 사상의식에서!

굽이치는 백두대간 푸른 능선 따라
굵고 기인 주름살
피눈물 흥건히 배어 든
깊게 패인 상처. 상처들
상처의 깊은 골들로부터 그것들을
모조리 뽑아 버리고
조국의 허리를 가로 지른
북위 38도 군사 분계선을 따라

남북의 노동자와 농민, 청년학생들이며
온 겨레여!
우리 민족끼리 서로 만나
두 손 맞잡고
분단의 세월처럼 기나 긴 철조망
모두 걷어 버리자! 
내친김에 철조망 따라 덩달아 늘어선
저 녹슬고 쓸모 없는 쇠말뚝, 쇠창살들일랑
모조리 뽑아 들고 몽둥이 삼아
저들을
예속과 착취의 사슬을
매우 쳐 끊어버리자!

2009. 5. 대전 교도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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