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서 쓴 연작시

쇠창살 2

그래 보아야 비루한 육신 하나 간신히 가둘 뿐인
한 평 독방 손바닥 만한 창문을 잔뜩 움켜쥔 채
시퍼렇게 일자(一字) 힘줄 세운 네 손가락 사이사이로
저 맑고 투명한 하늘
한 무리 구름이며 새들은
너의 수고에 눈길 한 번 주지 않으며
유유히 제 갈 길 재촉할 뿐인데

아침이면 환한 햇살은 온 세상 밝히며
네 뻣뻣한 옆구리를 툭 치며 들어와
물러가는 어둠의 끝자락 애써 막아서는 너의
부질없는 노고와 힘줄을 조롱하며
한 평 독방의 구석구석마저
남김없이 밝히고 있는데

우리들은 
그렇게 무능하고 공허한 네 손가락 사이사이로
지상의 모든 초목과 꽃들과
더불어 살아 숨쉬는 사람들의 푸르름 다하여
저 광대한 창공 가득 채운 끝 모를 푸르름 속으로
애시당초 너 아닌 세상의 그 누구라도
금지하고 차단하고 막아 설 도리 없는 사상의 날개 떨치며
민중이 주인 되는 새로운 세상
마음껏 그리고 있는데

도대체 너는 저 맑고 광대한 하늘 아래
언제나 새롭기 만한 푸른 초목과 꽃들과
인간의 땅 위에
참으로 쓸모 없는 외톨이, 일자(一字) 쇠막대기
북위 38도 군사분계선을 따라 기인 철조망 온 몸 두르고
분단 조국의 늙은 초병처럼 쓸쓸히 홀로 녹슬어 갈 뿐인
쇠창살! 

2009.5 대전교도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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