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의 시대에 진입하다(7)
본문요지
향후 코로나 경제위기와 관련하여 중국은 다음 세 가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경제상황이 크게 위축된 미국을 대신하여 국제 ‘소비중심’의 역할이다. 둘째, 국제 ‘공급중심’의 역할인데, 국제 분업의 중심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셋째, 달러패권의 종식자 역할이다. 중국의 시장과 공급 양 측면에서의 이상과 같은 부상은 필연적으로 이에 수반하는 국제통화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 지난 2018년 9월 26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PT엑스포에서 화웨이의 한 직원이 노트북 컴퓨터로 5G 기술을 시연해 보이고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cdn.minplusnews.com/news/photo/202006/10568_21479_4740.jpg)
5. 중국변수 (2)
(6회에 이어 계속)
그렇지 않아도 중국은 4차 산업혁명을 계기로 세계 선진국 대열로 도약하기 위한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야심차게 추진 중이었다. 이 때문에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패권국가인 미국과 전면적인 무역전쟁까지 벌였었는데, 이번 코로나사태는 중국에 날개를 하나 더 달아 준 셈이 된다. 중국은 지금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그간의 손실을 만회할 요량으로 4차 산업 관련한 경제기반 구축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5세대(5G) 통신 기지국, 도시 간 고속철도, 전기차 충전 시설, 빅데이터센터, 인공지능, 산업용 인터넷 등을 '뉴 인프라'라고 부르면서 이들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는 중이다.
예컨대, 중국국가전력망회사는 올해 27억 위안(약 4700억 원)을 투입해 전기차 충전 설비 7만8000개를 설치할 예정이다. 다른 전력 회사인 남방전력망도 4년간 251억 위안(4조3500억 원)을 투입해 충전설비 38만개를 설치할 계획이다.1) 친환경차에 대한 정부 보조금 지급도 2022년까지 2년간 더 연장하기로 하였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최근(4월23일) 발표에 따르면, 5G 가입자 수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5000만 명을 돌파하였다. 같은 기간 5G 통신기지국 수도 19만8000개로, 한국의 10만9000개를 2배 가까이 추월하였다.2) 현재 한 주당 1만 개의 속도로 건설 중에 있으며, 금년 말까지 모두 60만개의 기지국을 세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최종 건설 목표는 600만 개 이상이다.3)
여기서 5G 건설에 있어 화웨이나 종씽(ZET)과 같은 국제 경쟁력을 보유한 중국 기업들이 세계 선두에 서고 있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무엇보다 빅데이터에 크게 의존하는 이상, 이를 가능케 하는 기반으로서 사물인터넷의 실현이 매우 중요하다. 전송시차를 없애고 대용량 전송이 가능한 5G가 충분히 상용화하여야만 사물인터넷의 실현이 가능하다. 그러니 만큼 중국이 현재 이 분야의 선두 자리를 차지하고, 코로나사태로 2만개 기지국 정도에서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미국과의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밖에도 중국은 풍력과 태양열등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이미 총연장 2만8천km에 달한 고속철도망을 더욱 촘촘히 건설해 가는 한편, 원래 계획했던 우주정거장 건설을 위해 천궁(天宫)2호 우주선도 5월20일 성공리에 발사하였다. 2022년 화성탐사 계획을 발표하는 등 後코로나시대를 대비한 정책들이 연이어 나오거나 예정되었던 계획들이 순조롭게 집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4)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발표가 최근 있었는데,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따르면 지난 해 국제특허 출원 건수에서 처음으로 중국이 미국에 앞섰다는 소식이다.(아래 표4 참조)

미국은 그간 관련 통계가 집계된 1979년부터 40년 연속으로 1위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국에 선두 자리를 물려주고 말았다. 주목할 만 한 점은, 중국이 미래 산업이라 불리는 5G·드론·인공지능·재생의료 등의 분야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점이다. 프랜시스 거리(Francis Gurry) WIPO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지식재산권이 세계 경쟁의 초점이 되고 있다”고 하면서, “중국의 급속한 성장은 기술 혁신의 중심이 세계의 동쪽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다.5)
이처럼 중국의 최첨단산업 분야에 있어서의 도약은 앞으로 국제 분업의 중심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전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이번 코로나사태는 그 같은 변화의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어떤 나라도 중국의 이 같은 도약을 저지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 중국 하이난성 츙하이(瓊海)은행에서 한 은행원이 위안화와 달러화를 손에 들고 있다. [사진 : 뉴시스]](https://cdn.minplusnews.com/news/photo/202006/10568_21480_4827.jpg)
셋째, 달러패권 종식자의 역할이다. 중국의 이상과 같은 시장과 공급 양 측면에서의 부상은 필연적으로 이에 수반하는 국제통화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위안화라는 유력한 새로운 기축통화의 등장을 통해 마침내 기존 달러패권은 종식되게 된다.
중국은 그렇지 않아도 달러패권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그동안 자국화폐인 위안화의 국제화에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위안화는 2015년 IMF에 의해 정식으로 세계기축통화의 하나로 인정받았으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과 브릭스은행이 설립되는데 있어서도 중국은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다. 또한 2013년 이래 일대일로를 야심차게 전개하였는데, 현재 일대일로 정식 회원국은 60여개 국가이며, 참여를 표시한 국가는 120여 개에 달한다. 중국은 이러한 참여국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위안화의 저변을 넓혀왔다. 2019년 3월에는 상해에 석유선물시장을 개장함으로써, 뉴욕선물시장 외에 위안화로 표시되고 결재되는 또 하나의 석유선물 거래시장이 존재하게 되었다.
인민은행은 최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중앙은행이 주관하는 ‘디지털화폐’의 발행을 선언하면서 이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다. 소주 등 몇 개 대도시에서 실제로 사용을 시작하는 등 그 상용화를 위해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인민은행이 6년의 준비 끝에 내놓은 이 화폐는 스마트폰에 저장한 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5월23일 한국금융연구원의 정기 간행물 '금융브리프'에 발표된 한 선임연구위원의 글에 따르면, “중국이 오랜 기간 심혈을 기울인 일대일로 국가들과 코로나 사태를 통해 중국 보건 외교의 혜택을 입은 국가들은 디지털 위안화의 사용을 희망할 수 있다”며 “이들 국가가 디지털 위안화로 무역 결제와 국가 간 송금을 확대하면 위안화의 입지는 급속히 강화할 것”이라고 한다.6)
이러한 모든 것이 국제 달러 결제시스템과 달러패권의 영향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고자 하는 중국의 노력인바, 이제 중국은 코로나사태가 준 기회를 십분 활용할 것이 틀림없다.
세계 각국은 지금 중국의 시장과 그 완비된 산업체계를 통해 만든 방역물품을 비롯해서 각종 중간재들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기회를 십분 활용하여 각종 교역을 위안화로 하거나 최소한 결재에 있어 달러와 위안화 두 화폐를 동시에 사용토록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대종 상품(석유‧구리‧철광석‧옥수수 등) 수출에 주로 의존하는 국가들로서는 값싸고 질 좋은 중국의 제품을 지금 같은 시기에는 더욱 필요로 한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마스크나 방제복, 소독약, 치료제, 산소호흡기 등의 의료용품 또한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그 같은 요구를 전혀 만족시켜 주지 못하는 미국을 대신해서, 중국은 지금 그들 나라에 있어서 없어선 안 될 존재가 되고 있다. 그 같은 사정 때문에 중국이 바라는 위안화 결재를 거절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세계기축화폐가 되기 위한 조건은 다음 두 가지이다.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결재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가져야 함과 함께, ‘가치저장 수단’으로서의 기능 또한 발휘해야 한다. 이 점에서 볼 때도 위안화는 현재 달러보다도 유리한 조건에 서있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달러는 이번 코로나사태를 겪으면서 미 연준의 과도한 통화발행과 미 연방정부 부채의 증가로 인해, 향후 코로나사태가 종식 된 후 세계경제가 정상화 될 경우 악성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가치절하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과거 몇 차례 경험을 통해 학습효과를 갖게 된 각국은, 지금은 달러보다 ‘실질 구매력’을 갖는 위안화를 보유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다. 이는 누가 강요하지 않더라도 위안화에 대한 자발적인 보유를 유도할 것이다.
이리하여 마침내 2차 대전 종식 이후 70년 넘게 유지되어온 달러패권 시대가 정식 막을 내리고, 여러 기축통화 간의 진정한 경쟁 시대가 열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경쟁은 세계 공용의 단일한 ‘보편적 화폐’를 탄생시키기 위해 반드시 경과해야 할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달러를 대체할 세계화폐로는 아마도 현재 IMF 회원국 간에 내부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특별인출권(SDR)’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계속)
[본문 주석]
1) (“中 '코로나 뉴딜' 시동”, 조선일보, 2020년4월22일). 이 기사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더 실려 있다. “최근 산둥성은 2022년까지 수퍼컴퓨터, 데이터센터 등 디지털 관련 인프라에서 중국 선두로 올라서겠다고 했다. 중국 언론은 ‘중국의 컴퓨터 밸리를 만드는 뉴딜 정책’이라고 했다. 장쑤성은 올해 127억위안(약 2조2000억원)을 들여 5G 기지국 5만2000곳을 건설할 계획이다. 중국경제주간에 따르면 3월 중순까지 중국 지방정부들이 발표한 투자 계획은 2만2개 항목 49조6000억위안(약 8600조원)으로, 이 중 7조6000억위안(약 1317조원)을 올해 투자한다.”
2) “中 '코로나 뉴딜' 시동”, 조선일보, 2020년4월27일.
3) “ ‘세계 최대 5G네트워크’가 세력을 키우며 대기 중이다(“世界最大5G网”蓄势待发)”, 환구시보, 2020년6월5일.
4) 미래자동차의 향후 판도와 관련된 흥미 있는 기사가 있어 소개한다. 미국 GM의 자율주행차 자회사 크루즈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코로나 여파로 전체 직원(1800명)의 8%인 140명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크루즈는 지난 1월 레벨5(운전대가 없는 완전자율주행) 수준의 무인(無人) 전기차를 공개하는 등 미국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 투자금이 끊기면서 긴축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미국 자율주행체업계의 현황을 보여주는 단면이라 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이 공언했던 2020년 자율주행 상용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보도했다. 중국 관련기업들의 모습은 이와는 사뭇 대조적이다. 바이두는 4월22일 호남성 장사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로보택시(자율주행 택시) 무료 시승 테스트를 시작했다. 알리바바는 스타트업 오토엑스와 공동으로 개발한 로보택시 서비스를 상하이에서 시작했다. 이 차량은 시내를 시속 80㎞까지 달릴 수 있고, 지정된 구역이 아닌 어디에서나 승객을 태울 수 있다.중국 정부도 규제를 풀고 관련 인프라를 확충해 기업의 기술 개발을 뒷받침하고 있다. 자율주행 스타트업 샤오마즈싱은 최근 베이징시로부터 시내 도로에서 일반 시민을 태우는 자율주행 테스트를 해도 좋다는 허가증을 발급받았다. 베이징에서 자율주행 테스트 허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교통운수부는 4월28일 절강성의 항저우와 닝보를 잇는 161㎞ 길이의 스마트 고속도로 건설에 착수했다. 이 고속도로에는 5G(세대)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와 자율주행차 전용 관제탑 등이 설치되며 차량과 도로, 통제 센터 간 초고속 통신이 가능하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 도로 건설비용에만 707억위안(약 12조원)이 들어갈 예정이다. 코로나사태 이후 글로벌 '자율주행차' 기술 판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코로나가 흔든 자율주행차 판도… 美 급정거, 中은 급가속”, 조선일보, 2020년5월20일)
5) “미래 먹거리 '특허 전쟁'… 중국이 미국 제쳤다”, 조선일보, 2020년4월13일.
6) "코로나 사태로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곧 등장…위안화 입지↑", MK증권, 2020년5월2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