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의 시대에 진입하다(5)
편집자 주 : 주제별 기사 내용이 길어 같은 주제라 할지라도 나누어 편집합니다. 양해바랍니다.
본문요지
이번 코로나사태로 전 세계 국가들이 ‘동시타격’을 받기 때문에 미국 국채는 대부분 국내적으로 소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연방정부 부채는 이 때문에 더욱 빠른 속도로 증가할 것이다. 하지만 미 연준은 시중은행을 거치지 않고 직접 국채를 매입하면서 ‘무제한’의 통화 공급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그러한 조치는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하에서는 즉각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로고 [사진 : 뉴시스]](/news/photo/202006/10543_21387_2815.jpg)
4. 미국 국채의 소화문제
1) 누가 미국 국채를 사줄 것인가?
2) 다시 ‘미 연준’이라는 변수
이상에서 이번 코로나 경제위기는 세계적 인플레이션의 발생을 위한 조건을 갖추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위기비용의 사회적 전가의 확대에 따른 국가부채 증가, 국제 공급망 파괴에 따른 공급능력 축소가 그것이다. 그러나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섣부르다. 앞서 언급한 것들은 악성 인플레이션 발생의 ‘필요조건’일 뿐, 그것이 현실화하는 데에는 아직 충분조건이 남아 있다. 그것은 미 연준의 역할과 관련된다.
지금부터 고려해야 할 점은, 미 연준이 시중은행을 거치지 않고 무제한으로 직접 국채를 매입하면서 통화 공급을 할 수 있으며, 그러한 조치는 지금과 같은 ‘경기침체’ 하에서는 즉각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이루어진 상황에서라야 풀려나간 화폐들은 ‘유효수요’로 전환되게 된다. 지금처럼 경제활동이 일부분 가능한 상황에서는, 화폐 또한 그 정도 수요가 요구하는 만큼만 사용될 뿐이며 나머지는 금융기관 계정에 잠시 침잠하게 된다.
코로나 전염병으로 인해 지금처럼 사람 간 접촉이 제한되는 상황 하에서는, 사회적 수요는 생존에 필요한 일부 영역에서만 발생하며 그를 위한 서비스 및 생산 활동이 이루어지게 된다. 다른 업종의 경제활동은 잠시 중단되거나 평소보다 대폭 축소되게 되며, 그런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나 기업주는 정부 보조금에 기대어 생활하거나 공장가동을 하면서 경제활동이 정상화될 날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상황 하에서 사람들은 설령 소비욕구가 있고 수중에 돈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것을 실현할 수 없는 ‘강제된 절제’를 감내 당하게 된다. 그 경우 정부가 설령 서민, 실직자, 공장가동에 대한 보조금 부담을 대부분 떠안더라도, 다른 민간 수요가 질병상황으로 인해 억제됨에 따라 증가된 화폐는 즉각 유효수요로 전환되지 않으며, 또 해외시장에 대해서도 제한된 수입만이 요구될 것이기 때문에 통화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이 시점에서는 발생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 이후이다. 백신개발에 성공하여 코로나사태가 일단락되고, 그동안 본의 아니게 억눌려 왔던 각종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면서 수요는 점차 회복되게 될 것이다. 앞서 분석대로라면, 미국 기업들은 정부의 지원, 즉 무한한 달러 살포로 대부분 살아남게 된다. 소비자들의 경우 부자들과 중산층 이상은 원래 상당한 저축이 있기에, 비록 일정 정도의 수입 감소는 발생하겠지만 큰 타격을 받지는 않는다. 문제는 일반 서민들인데, 이들도 정부의 긴급생활지원금에 힘입어 생존을 유지하고 노동력(생산활동능력)을 보존하게 된다. 이후 기업들의 경제활동 재개와 함께 이들은 다시 일자리를 얻거나 자영업을 재개할 수 있어 오래지 않아 소비능력을 회복하게 된다.1) 이런 상황은 기업과 서민층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서인데, 미국은 일정 정도 그런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렇지 못한 나라들의 경우 기업들은 이미 상당수 도산하고, 서민들은 빈곤층으로 전락하여 노동력조차 보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기 때문에 완만한 회복만이 가능할 뿐이다. 심지어는 국가부도 사태의 발생으로 전체 경제시스템이 망가짐으로 인해 상당 기간 회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공장은 다시 가동되고, 관광‧숙박‧요식업에 종사하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은 다시 본래의 일자리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미국 경제의 이 같은 회복은 다른 나라에 대한 주문량을 늘림으로써, 어떻게든 버티면서 생산력을 온존이 보존한 국가들로서는 경제회복의 촉진제가 된다. 그리하여 세계경제는 다시 기존 수준을 회복하고, 이 같은 세계경제의 회복은 일부 해외국가들의 대미 수출을 증가시켜 미국 국채를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게 되어 미 연준의 부담을 줄여준다.
그렇다면 코로나 경제위기 기간 도대체 무슨 일이 발생하였던가? 미 연준의 회사채와 기업어음의 무제한 매입으로 통화는 크게 증가하였으며(비록 대부분이 만기 연장과 이자비용 지불의 지원 정도였다 손 치더라도),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 연방정부 부채가 크게 증가하였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해외에선 일부 국가의 부도와 기업도산으로 인해 생산능력이 파괴되었고. 심지어는 정치위기가 발생한 국가도 있을 것이다.(후자가 미국과 세계경제 및 정세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므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제 금지됐던 경제활동이 전면 해제되고, 이에 따라 억눌렸던 소비욕구가 해방되면서 앞서 증가된 통화들은 대부분 사용처를 찾게 되고 ‘유효수요’로 전환하게 된다. 하지만 이들 증가된 통화의 상당부분은 그동안 기업 운전자금과 서민의 긴급생활지원자금 등으로 사용되어 상응한 실질 자산을 남기지 못한 채 증가된 것이다. 이리하여 과잉된 통화는 해외로 빠져나가 해외자산에 투자되거나, 혹은 미국이 다른 나라의 상품 수입을 확대함으로써 무역적자를 증가시키는데 일조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쯤이면 다른 나라들도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 상태에 이르기 때문에, 미국의 이 같은 넘쳐나는 통화는 자국과 해외에서 ‘초과수요’를 불러일으켜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게 된다.
주의할 점은, 이 단계에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미국에게 있어서는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일정 필요한 것이기도 한데, 왜냐하면 지나치게 확대된 국가부채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이때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으로 말미암아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치가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이에 반해 화폐가치는 상대적으로 절하됨에 따라 소위 ‘부채의 화폐화’가 실현될 수 있다. 천문학적인 정부부채도 명목화폐로 계산되는 ‘명목 GDP’의 증가에 따라 상대적으로 작아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같은 ‘부채의 화폐화’는 그간 미국이 정부부채를 해결하는 데 즐겨 사용해 왔던 방법이다. 그것은 미국 국내의 정부부채를 줄여 줄 뿐만 아니라, 해외의 미국부채도 함께 감소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이나 민간이 보유한 달러도 미국 내 인플레이션으로 말미암아 그 가치가 하락하는 것을 함께 경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가만히 앉아서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 연준으로서도 이 같은 인플레이션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악성 인플레이션으로 변질되어 경제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적정선에서 제어할 필요가 있다. 미 연준은 이를 위한 별도의 카드를 준비해 두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점진적 금리인상’ 조치이다.
경기과열 조짐이 나타날 무렵 미 연준이 채택하는 ‘점진적 금리인상’ 조치는 인플레이션과 명목 경제성장률을 통해서 정부부채를 축소시키는 ‘성과’를 보존하면서도, 그밖에 다음과 같은 효과가 있다. (a)한계기업의 도태 (b)자산거품의 제거 (c)과도한 민간 소비 억제가 그것이다. 이리하여 경제를 연착륙시키면서도 자연스러운 산업구조조정을 도모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이 자국경제에 대한 이러한 조치를 취할 경우 다른 나라는 어떤 영향을 받게 되는가? 물론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로 미국이 ‘고금리’ 정책을 채택하게 되면 그동안 해외자산에 투자되었던 달러들이 갑자기 자국으로 철수하면서 경기는 위축되고, 심한 경우엔 외환위기가 발생하는 등으로 큰 충격을 받게 된다. 미국 국내 금융기관들이 일시적으로 자금 압박을 받아 해외에 투자된 자본을 불러들이거나 혹은 미국의 고금리를 노리며 자금이 본토로 회귀하기 때문이다. 미국 자본의 이런 갑작스런 철수를 경험하는 나라들로선 일시적으로 외환부족 현상에 내몰리게 되는데, 외국자본의 철수를 막기 위해선 자국 내 경제상황을 고려할 틈도 없이 덩달아서 최소한 미국보다는 높은 수준의 금리를 유지키 위한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 이리하여 그들로서는 준비되지 않은 급격한 거품제거에 따른 경제적 충격을 입는다. 다시 한 차례 경제위기에 몰리게 되는 국가들도 생겨나며, 미국 자본은 이런 국가들의 자산을 싼값에 주워 담을 수 있다. 소위 세간에서 말하는 ‘양털깎기’가 바로 그것이다. 지금의 국제질서 하에선 미국은 이처럼 자신의 달러패권에 의거해 세계경제를 마음대로 쥐었다 폈다 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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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20년 3월 트럼프정부가 발표한 코로나사태 긴급지원금에 있어 실업자와 서민생활지원 부분은 전체 1조2천억 달러 중 5천억 달러로 대략 40%남짓 차지하였다.
김정호 약력
북경대 맑스주의학원 박사 학위 취득, 노동교육가, 현재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정책자문위원, 맑스코뮤날레 집행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