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의 시대에 진입하다(6)
- 코로나사태와 국내외 정세분석 -
코로나19 위기 관련, 김정호 박사의 새연재를 시작합니다. 포스트코로나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의미있는 인사이트를 줄 것입니다.
[목차]
1. 코로나사태의 장기화
2. 2008년 금융위기와 차이점
3. ‘양화정책’ 이번에도 통할까?
4. 미국 국채의 소화문제
5. 중국변수
6. 후기 국가독점자본주의 세계체제의 해체와 미국 패권의 종식
7. 한국경제에 대한 영향
8. 노동운동과 변혁진영의 과제
편집자주 : 목차 중, 내용이 긴 경우 2차례 나누어 올립니다.
본문요지
향후 코로나 경제위기와 관련하여 중국은 다음 세 가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경제상황이 크게 위축된 미국을 대신하여 국제 ‘소비중심’의 역할이다. 둘째, 국제 ‘공급중심’의 역할인데, 국제 분업의 중심축이 미국에서 중국으로 이전하게 될 것이다. 셋째, 달러패권의 종식자 역할이다. 중국의 시장과 공급 양 측면에서의 이상과 같은 부상은 필연적으로 이에 수반하는 국제통화질서의 근본적 재편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5. 중국변수 (1)
앞서의 시나리오는 미국의 달러패권을 위협하는 진정한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를 전제로 한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현실은 실제 그러하였다. 2008년 금융위기 시 미국은 경제위기를 불러일으킨 주범이면서도, 달러를 무제한으로 푸는 양화정책을 통해 고물가를 동반하는 악성 인플레이션을 일으키지 않으면서도 남들보다 먼저 위기를 탈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중국과 같은 강력한 전략적 경쟁자가 존재하게 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이 때문에 중국변수는 매우 중요하다. 향후 코로나 경제위기와 관련하여 중국은 다음 세 가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국제 ‘소비중심’의 역할이다. 코로나사태를 맞이하여 미국의 경제상황이 크게 위축되어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활동으로 축소되었다. 이는 세계경제 발동기가 잠시 작동을 정지한 것을 의미한다. 다른 나라들도 대부분 이 전염병의 유행으로 급격한 경기위축을 겪고 있다. 이들 국가들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기업의 줄도산을 막고 서민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부채를 크게 늘리고 중앙은행을 통한 통화정책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과는 달리 이들 국가의 화폐는 세계기축통화가 아닌 관계로 곧 국가부채의 임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이론상으로는 국가부채가 GDP의 60% 수준까지는 괜찮다고 하지만 그것은 모든 나라에 공평하게 적용되는 기준은 아니다. IMF는 2010년 보고서에서 선진국은 GDP 대비 60%, 신흥국은 40%를 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을 조언하였다. 따라서 일반 개도국은 이 선 가까이 가게 될 경우 신용등급이 하락되고 외자가 유출되는 등 상당한 대외적 압력을 받게 된다. 유럽연합이 회원국 평균 부채율이 120%임에도 버틸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강력한 독일 경제를 바탕으로 지탱되는 유로화라는 세계기축통화가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가장 다급한 것은 바로 일반 개도국들이다. 그들은 비록 코로나사태로 인해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더라도, 다른 한편에선 여전히 원유나 식량, 기존 외자대출금 상환에 사용될 달러와 같은 국제결제화폐가 필요하다. 그 때문에 평소 일정한 외환비축이 필요하며 외자의 철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들 국가들은 코로나사태 하에서 어쩔 수 없이 증가하게 될 정부부채에 대해 미국 정부처럼 여유를 가질 수가 없다. 만약 미국을 대신해서 자국 경제를 가동시킬 동력을 제공하는 국가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들에게는 구원자와 다름없을 것이다.
유럽연합과 일본도 개도국보다는 사정이 다소 낫지만 그렇다고 내부 사정이 그리 여유 있는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비록 세계기축통화 국가이기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여력이 있긴 하지만, 그들의 여력은 미국에는 훨씬 못 미친다.1)
만약 코로나사태의 여파가 오래 갈 경우 치솟는 실업률과 정부부채 증가 속에서 이들 국가도 사회적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그들 역시도 자신들의 경제에 활로를 제공할 수 있는 외부 동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밖에 없다.
중국은 이번 코로나사태로 인해 가장 먼저 피해를 입었지만 또한 가장 먼저 방역에 성공한 국가이다. 중국정부가 취한 방역조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특성에 맞는 매우 과학적인 방식으로 평가된다. 한국 방역 전문가로서는 유일하게 지난 3월 WHO 공동조사단으로 열흘간 베이징·선전·광둥성·광저우에 출장을 다녀온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서울대 의대 교수)은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공산주의 체제에서나 가능한 우한(武漢) 봉쇄 정책이 어쨌든 유효했다. … 의료진 4만여 명이 우한에 투입됐다. 대형 체육관에 병상을 만들었다. 중증(重症) 정도에 따라 환자를 분류해 재배치했다. 역학대응팀을 1800개 구성해 접촉자들을 찾아내 격리했다. 스마트폰으로 이들의 격리 상태를 매일 체크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자원을 한꺼번에 동원하는 중국을 보면서 전율을 느꼈다."2)
![▲ 中 코로나19 완치자들, 혈장 헌혈장면. 지난 5월 27일 중국 베이징의 한 헌혈 버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치 남성이 혈장 헌혈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news/photo/202006/10567_21476_134.jpg)
중국은 전염병 감염지역을 초기부터 과감하게 봉쇄하면서 전국의 이동을 2주간 금지시킴으로써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범위를 분명히 하였다. 그런 다음 감염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의료 지원과 치료를 통해 오염원을 근원적으로 제거하였다. 이처럼 1차 방역에 성공한 뒤에는 계속해서 사후 관리를 늦추지 않고 ‘통행바코드 발행’ 등 각종 보완조치를 취해가는 중이다.3) 이렇듯 2차 확산을 방지하면서 그간의 방역성과를 기초로 지난 3월 중순부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재개하였다. 지금은 서비스업종을 포함한 대부분의 업종들이 코로나사태 이전의 수준을 거의 회복한 상태이다.
최근 발표된 중국 통계는 이 같은 경제활동의 재개가 성공적임을 확인시켜 준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3월3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0으로 집계되었다. PMI는 50을 넘을 경우 경기 활성화 상황을 의미하는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한 지난 2월의 35.7은 물론, <블룸버그> 통신 등이 내놓은 시장의 평균 예상치 44.8도 훌쩍 뛰어넘는 결과였다.4) 또 5월7일 중국 해관총서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수출도 작년 같은 달보다 3.5% 증가하면서 가파른 회복세를 보여주었다. 이는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인 -15.7%와 전달의 -6.6%를 크게 웃도는” 것이었다.5)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가장 극심했던 1∼2월 수출 증가율은 -17.2%까지 떨어진 바 있다.
중국 4월 수출이 3.5% 증가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그것은 코로나사태가 발발하기 전인 전년도 동기와 대비한 것이기에 그러한데, 지금처럼 전 세계 교역이 대폭 감소된 상황을 감안한다면 대단한 성과라 할 만하다. 비록 중국의 같은 달 수입은 작년 동월보다 14.2% 감소했지만, 그럼에도 다른 나라들에게 있어서는 희망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사건은, 중국 언론들이 지난 5월 중순 시진핑 주석의 농촌 빈곤 마을 방문을 일제히 크게 보도한 사실이다. 시주석의 시찰은 2020년 말까지 빈곤층을 완전히 제로로 만들겠다는 중국정부가 내건 ‘전면적 소강사회 건설’ 약속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것이라 해석된다. 그것은 앞으로의 코로나 방역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지난 19차 당 대회(2017년)에서 발표한 ‘두 개의 백년’ 전략목표6)가 차질 없이 수행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
중국정부의 이 같은 정책 추진은, 현재 이미 3억 명을 넘어선 중국의 중산층을 계속해서 증가시킬 것이며, 이렇듯 확대되는 중국시장은 코로나 경제위기로 해외 수요에 목말라 하는 다른 나라들에게 있어선 ‘가뭄 끝에 단비’일 수밖에 없다.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이번 코로나사태를 계기로 중국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더욱 높이게 될 것으로 보여 진다. 환구시보에 따르면 2018년 중국 내수시장 규모는 이미 미국과 같아졌다.
![▲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 위치한 공장에서 마스크를 낀 노동자가 제조된 타이어를 옮기고 있다. [출처: 뉴시스]](/news/photo/202006/10567_21477_222.jpg)
둘째, 국제 ‘공급중심’의 역할이다. 공급측면에서 볼 때 중국은 이미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국제 분업의 가치사슬에 있어선 첨단 기술을 포함한 최상위 고급산업은 미국과 유럽‧일본이 차지하고 중국은 단순한 제조기지로서의 낮은 위상에 머물렀다. 그렇더라도 그 덕택에 중국은 유엔의 산업분류에 따른 대분류 41종, 중분류 207종, 소분류 666종 전 산업을 고루 갖춘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국가가 되었다. 7)
이 같은 완비된 산업체계는 코로나 전염병으로 인해 국제 분업 사슬이 자주 끊기는 불안정한 상황에서는 매우 유리하게 작용한다. 다른 나라의 생산 활동이 이것저것 부품공급의 차질로 순조롭지 못한 때에, 중국은 나름대로 온전한 경제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품종이 다양하면서도 값싸고 질 좋은 경공업제품은 물론이요, 아직까진 초정밀기계 제작과 반도체 등에 있어 일본‧독일‧한국만큼 최고급 제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대체재 공급이 가능한 수준에는 올라와 있다. 특히 국제적 경제교류가 지금처럼 정상적이지 못한 상태에서는, 각국은 마스크나 산소호흡기와 같은 긴급 의료물자에 대해 이것저것 까다롭게 따질만한 게재가 못된다. 그것마저 제때에 공급받을 수 있으면 다행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금의 코로나사태가 가져온 일시적 공백을 틈타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기술력을 제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마치 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 후방기지 역할을 하였던 미국이나, 한국전쟁 발발 직후 유엔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맡았던 일본과 같은 뜻하지 않은 행운이 중국에 찾아온 것이다.8) 중국은 이번 기회를 활용하여 자신의 독자적인 국제 산업생태계를 구축하고, 국제 분업질서에 있어서의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자 할 것이다. (계속)
[본문 주석]
1) 이 점은 지난 3월 코로나사태로 금융시장이 흔들릴 때 다시 한 번 확인 되었다. “달러 사재기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세계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 속에, 안전 자산인 금이나 채권까지 팔아 마지막 보루인 달러를 마련하려는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 세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9일 기준 101.25로 열흘 새 6.7% 급등했다. 기축통화인 일본 엔화와 유로화까지 달러 앞에 무너지고 있다. 지난 10일 미국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102엔, 유로화 환율은 0.87유로 수준이었지만, 꾸준히 환율이 올라 이날 각각 109엔, 0.92유로까지 올랐다.” (“오직 사려는 사람만 있다…지금 외환시장은 달러 확보 전쟁터”, 조선일보, 2020년3월20일) 인용문 중 굵은 글씨체는 인용자에 의한 것임.
2) “위험하지만 중국에 들어갔다, 우한 코로나의 실체를 알고 싶어서”, 조선일보, 2020년3월2일.
3) 조선일보 기자는 전국비상 동원령이 해제된 뒤인 3월 말의 북경 상황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코로나 사태로 두 달 가까이 자택 근무를 하다가 지난 27일 중국 베이징 싼위안차오에 있는 사무실에 나갔다. 사무실이 있는 단지에는 아파트와 상가 등 건물 6동이 있다. 단지에 들어가려면 체온을 재고 관리사무소에서 발급한 '방역 출입증'과 함께 신분증을 보여줘야 한다.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2~3시간 간격으로 소독했다는 안내문과 함께 스티로폼에 잔뜩 꽂힌 이쑤시개가 눈에 들어왔다. '교차 감염을 막기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은 이쑤시개로 눌러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중략) 일상에서 겪는 베이징의 방역 조치는 코로나가 절정이던 2월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엄격해진 느낌이다. 상가에 들어갈 때 입구에서 체온을 측정하고 연락처·신분증 번호를 요구하는 곳도 여전히 많다. 기자가 찾는 식당, 미용실, 서점은 휴대전화 앱 을 통해 격리 대상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해야 매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두 달만의 출근… 中 엘리베이터 앞엔 이쑤시개가 놓여있었다”, 조선일보, 2020년4월1일)
4) “중 제조업 PMI 한 달 만에 극적 반등”, 한겨레신문, 2020년4월1일.
5) “중국 4월 수출 3.5% 증가…예상 밖 플러스 전환”, 연합뉴스, 2020년5월7일.
6) 이는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인 2025년까지 기본적인 현대화 과제 완수, 중화인민공화국 탄생 100주년인 2049년까지 현대화된 사회주의 강국 달성이다.
7)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모든 산업부문을 갖춘 국가”, 신화사, 2019년9월20일.
8) 글로벌 타임스는 5월18일 중국의 ‘의료물자 특수’와 관련한 기사에서, "5월 1일 기준 중국이 해외에 수출한 마스크 수는 500억9천만 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마스크 외에도 이번 코로나19 발생 기간에 방호복 2억1천600만 벌과 의료용 고글 8천103만 개, 적외선 체온계 2천643만 개, 수술 장갑 1억4천만 켤레를 수출했으며, 이 밖에도 코로나19 검사 키트 1억6천200만 개와 산소호흡기 7만2천700대를 해외에 공급했다고 하였다. 관련기사의 출처는 아래 주소.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005187980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