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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로 소설 [가자 북으로!] 연재를 마칩니다.그 동안 애독해 주시고 격려와 응원해주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곧 출간된 소설로 만나뵙겠습니다. 모든 숙지사항과 각자 맡은 바 임무는 낮시간 불암산에서 충분히 암기되고 인지되고 이해되었다. 저무는 해거름을 이용해 봉원사 뒤 안산 정상부 밑자락을 향해 끼리끼리 여러 방향에서 은밀한 동작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안산 정상부 밑자락에 도착한 인원들은 도착하는 대로 불암산에서 배당받은 빵쪼가리와 음료로 저녁식사를 끝내야 했다. 도착에서 전원이 식사를 끝내는 시간은 30분간이다. 오늘 동원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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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3.1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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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단기4302년 음력 동짓달 열이렛날이었다. 양력으로는 1969년 12월25일 서양인들의 대명절 크리쓰마쓰날이었다. 우리 조선인들의 대명절 새해 원단(元旦), 설날은 서기1910년 한일합방 이후 사라진 지 오래 전의 일이 되었다. 강욱철은 이른 아침 연탄불에 물을 뎁혀 몸을 씻었다. 자신과 아무 상관이 없는 서양인들의 명절이지만 오늘만은 어쩐지 그러고 싶었다. 언제라고 자신에게 편안한 날이 있었고 마음이 한가로운 때가 있었으랴만, 4293년 4월19일 이후 너무 번거롭고 스산한 세상을 살아온 것 같았다. 철 들고는 곧장 그런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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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3.0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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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강욱철은 꼼짝을 하지 않고 방구석에 처박혀 며칠을 지냈다. 과연 나라와 민족은 나에게 무엇인가. 왜 인간은 단 하나의 일회성 목숨만을 갖고 태어나는 것인가. 동족도 적이 되어야하는 현실... 왜 난 이자들과 동족이 되어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하는가. 강욱철은 적들의 피를 제 손에 묻히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결단코 그 더러운 피를 묻히고 싶지 않았다. 친일 친미 사대매국 역도들의 피를 자신의 거룩한 손에 묻히고픈 생각이 전혀 아예 없었다. 동학혁명 때, 전봉준이 수하에 있던 동지의 연고를 찾아 순창땅 피노리에 몸을 숨겼다. 전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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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3.0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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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가 아침 9시 30분 정각, 시침보다 길다란 분침이 손목시계 아래쪽 한 중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드디어 ‘북괴 무장간첩 5인조 청와대 습격사건’에 대한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청와대 경비를 위한 주저항선을 만들기 위한 방편으로 북악산록을 깎아 큰 길을 닦았다. 새로 뚫은 북악스카이웨이 포도 위엔 다섯구의 시체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인민군 복장을 하고 있었다. 개인화기는 인민군이 사용하는 AK자동소총이었고 ‘조장’이라는 푯말이 있는 시체 옆에는 쏘련제 일명 때때권총이 놓여있었다. 단검이나 탄약 수류탄 모든 소지무기류는 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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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2.27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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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69년 12월 1일 일요일. 정해진 시간에 태양은 다시 떠올랐다. 라디오들은 일제히 벌집을 쑤셔 놓은 것처럼 아침 특종을 쏟아냈다. 전쟁이 터지면 제주도나 미국으로 도망을 갈만한 부유층들은 텔레비죤 뉴스를 보고 듣고 있었다. 김신조부대의 박정희 목 따는 계획은 실패로 끝났지만 그 여파는 대단했다. 한강 이북 서울 땅값은 폭폭락을 거듭했다. 무학재에서 미아리 고개까지 북한산 위 아래쪽 밑뿌리에 있는 동네들은 집을 팔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땅값은 똥값이 되었다. 불광동 갈현동 구파발쪽은 대낮에 차를 타고 지나가도 등골이 오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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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2.24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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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수류탄 투척사껀이 터진지 40여일이 지났다. 행주산성에서 기염을 토하고 결의를 다진지도 20여일 전의 일이었다. 다음 팔매질 차례는 윤창현동지였다. 윤동지가 직접 뛸 것인지. 넝마병단에서 몇 명을 차출할 것인지가 얼른 결정이 어려웠다. 윤동지는 자신이 직접 뛸 것을 주장했다. 그렇지만 다음 더 큰 일에 대비하고 모든 상황을 종합 판단해야 할 싯점인 것이다. 강욱철이 처음 염두에 둔 건 박정희의 잠자리였었다. 여러 방면으로 정찰을 끝냈었는데 청와대 본관 접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수도방위 사령부의 방어벽이 너무 두꺼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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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2.2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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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장개 든 놈 손들어봐라!” “...???...” “모두다 몽당귀신들이구만.” “야, 강욱철 너는? 엉!?” 모두가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어헛, 헛헛...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사월패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모인 것이 얼마만인가. 여러 동지들의 출옥을 축하하고 앞으로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 보자고 모두 모였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군대에 뛰어들거나 민족자주통일을 부르짖다가 연행, 체포 구속, 감옥소행이 대부분이었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를 외치다가 끌려가서 매나 맞고 고문이나 당했었다. 취직도 안되고, 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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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2.17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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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이렇게 해서 이한숙이 사껀과 맹봉사령 고충석동지의 두 의거(義擧)가 한 고비를 넘기고 있었다. 권력 내부의 자중지란으로 범인 검거 범죄수사에 동력이 떨어지는 현상이었다. 강욱철이 쪽에서 보면 일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돌아서고 있는 느낌이었다.불안하게만 생각되었던 한숙이는 잘 숨어들어 갔고, 귀신 찜쩌 먹을 고충석의 초현실 천연덕전법은 대성공이었다. 일본인 폭사자 7명, 중상13명에 경상26명, 관광뻐쓰 3대가 반파되었다.이런 대사껀의 폭파범이 통도 컸다. 사껀 현장인 선린동 호텔에서 한 불록 건너 불과 50여미터 떨어진 행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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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2.1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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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형욱! 똑똑히 들어, 앞으로 한 껀만 더 터지면 너 끝장이야!” 어느새 달려와 울상을 하고 서있는 김형욱을 향해 박정희가 을러댔다. “각하! 은혜가 망극하옵니다. 말씀 뼈에 새기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김형욱은 아직 붙어있는 제 모가지를 쓰윽쓱 문지르며 청와대를 물러나왔다. 그는 정보부 요원을 총동원 국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수류탄 투척범의 행방을 찾는데 눈을 까뒤집고 덤벼들었다. 김형욱으로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이다. 동두천 미군장교 살해사껀도 아직 범인의 행방도 찾지 못하고 있었다. 경찰수사가 개미 챗바퀴 도는 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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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2.10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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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난리가 났다. 어제 오후 한시였다. 태평로 국회의사당 앞길을 달리는 시내 뻐쓰 천장 공기통에서 반정부 삐라가 무더기로 쏟아져 내렸다. 열린 뻐쓰 옆 창문에서도 마구 뭉텅이 채로 살포되고 있었다. 아주 도로와 인도 위를 하얗게 덮어버릴 정도였다. 삐라를 뿌리는 숫법이 절묘했다. 뻐쓰가 광화문 네거리에서 좌회전하여 달려오고 있었다. 처음엔 뻐쓰 천장 공기통에서 거센 바람을 타고 삐라 뭉텅이가 마구 쏟아져내렸다. 낱장으로도 마구 펄럭거리며 하얗게 거리를 덮었었다. 이어서 뻐쓰 옆 창문에서 하얀 도포를 입은 젊은 스님이 삐라뭉치를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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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2.06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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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한숙이가 왔다가 갔다. 방바닥에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내가 이제 깨달은 것은 아니다. 이제 실행해 옮겼을 뿐, 전부터 나는 네 마음을 알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 일을 실행 했을 때 잡혀 가거나 죽는 것이 두렵기 보다는. 욱철이 너를 만날 수 없게 되는 것이 두려운 일이었다. 어쩌겠니, 네가 살아있는 땅에 하루라도 더 같이 살아있고 싶어서 이 길을 택한 것이다. 부디 몸조심해라’ 터질 것이 터진 것이다. 평소 강욱철은 주위를 정리하고 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세상일은 모른다. 머리카락 하나라도 한숙이와 관계 되는 것은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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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2.0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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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나루 한강 뚝에서 총에 맞아 죽은 정인숙여인의 뒷이야기가 시중의 화젯거리가 되고 있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친오빠의 총에 맞아 죽어서 그런지도 몰랐다. 한 남자를 사랑했드라면 모르는데 또 두 남자와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정여인은 요즘 한창 지체높은 분들이 즐기는 비밀요정의 꽃이었다. 미인단명이라고 얼굴이 너무 이뻐도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보통 남자 두 명을 상대했으면 요정에 나가는 여자가 무슨 별 흠이 될 것도 없었다. 워낙 지체가 높은 분이었다.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지체높은 최고의 권력자들을 상대했으니 일이 꼬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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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1.29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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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전쟁 전 세계 제7위의 공업국이었다.그들 스스로가 자초한 전쟁 불장난으로 전국토가 쑥밭이 되었다. 한꺼번에 일백여대의 미군 대형 폭격기 B29가 출격하여 이른바 융단폭격을 감행했다. 도꾜를 비롯하여 큰 도시들은 거의 폐허가 되었다. 공업생산 시설도 초토화 되었다.이런 상황에서 조선전쟁의 전쟁수요에 따른 특혜를 크게 입었다.그 결과 전쟁 전 수준의 경제복구가 아닌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물론 미국의 냉전전략의 필요에 의해서이긴 했지만 일본인들의 재주와 근면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일본여행에서 돌아온 한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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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1.27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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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욱철이 직접 쓴 ‘미국 군대를 향한 포고문’은 김승국의 많은 지적이 있었다. 강철파 근성이 드러난 포고문이었다. 너무 강경하고 무대뽀식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때가 때이고 시간이 급박하여 원문대로 통과가 되었다. 물론 황웅권 이문성의 동의가 있었다. 어쨌든 뭉툭하고 무작스럽게 생긴 무쇠몽둥이 같은 미8군에 대한 포고문이 그대로 인쇄가 되었다. -남조선 강점 미국군대에 대한 포고문 제1호- 1. 남조선 전역에 걸쳐 주둔한 모든 미국군대는 우리 민족군대가 봉기한 오늘로부터 3개월(90일)이내에 일체의 전쟁무기와 함께 우리 영토에서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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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1.23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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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욱철은 남산 중턱 남동쪽에 지휘본부를 설치했다. 용산 미8군 사령부가 바로 그의 발 아래 있었다. 지척이었다. 오늘 새벽 01시 30분 행동개시 7천명의 민족군 병력이 집결지인 구기동 골짜기를 출발 했었다. 출동 한시간여만에 북악산 서남쪽 루트를 통과 박정희가 있는 청와대 포위에 성공했다. 지금 현재 수도 경비사 소속 청와대 외곽 경비병력의 무장해제가 진행중이었다. 박종규가 지휘하는 청와대 주위 경비병력은 지리멸렬 대부분 사살 되고 일부 잔여병력은 투항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여기에 2천명의 민족군이 투입 되었다. 아무리 미국 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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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1.20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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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쉽지가 않고... 자기들이 한번 써먹었던 방법이라 방비가 대단해요. 장면정권은 군대관계는 전혀 백지상태였거던요. 지금 이 사람들은 정보장교 출신들이 아닙니까...” 안국광대위를 만나기 위해서 강욱철은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혼자서 군부대 주둔 지역인 강원도 철원이나 경기도 포천 등을 나들이 한다는 것은 저들에게 좋은 단초를 주게 된다. 강욱철은 청량리역에서 윤창현동지가 보내준 젊은 여자와 함께 동행을 했다. 이름은 정민순 나이는 20대 후반, 겉으로 보기엔 이제 사귀기 시작한 초보 애인이었다. 만약 일이 생겼을 경우, 청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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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1.16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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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강욱철은 안산 꼭대기에 높이 올라 넓고 푸른 하늘을 바라다 보고 있었다. 중 무학(無學)이 맨 처음 이씨왕조의 궁터를 정한 건 안산 남서쪽 자락이었다.그렇지만 그쪽은 물이 많아 땅이 너무 습하다하여 결국 부아악 남쪽 자락으로 잠자리를 옮긴 것이다. 멀리 행주나루 행주산성이 보이고 너르고 너른 김포들이 일망무제로 퍼져나갔다. 눈을 남으로 돌리면 당인리 양화진나루 건너 멀리 부천 소사벌이 보였다. 점점 동으로 눈을 옮기면 삼개나루 여의섬 샛강나루, 한강 큰다리 노들벌, 검은돌골 봉황대 멀리 관악연봉이 거기 서 있었다. 목멱산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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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1.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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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많은 세속인들의 범접을 금하는 듯 빨간벽돌을 수직으로 높디나 높게 쌓아올린 건물이었다. 한번 쳐다보는데 고개가 아플 정도의 종탑이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다. 그 높은 꼭대기에 거룩한 십자가가 양팔을 벌리고 서 있었다. 너무 높아서 수제비 한그릇으로 배를 채우는 서민들로선 처다만 보기에도 힘에 겨운 일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두분 성직자님! 마침 잘 되었습니다. 이렇게 두분이 함께 계시다니요?“ 강욱철이 하는 일이 잘 되려는지. 이 나라 최고의 신(新) 구(舊) 교계의 지도자 두 분이 자리를 같이하고 있었다. 신구교계의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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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1.09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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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강욱철은 마음이 몹시 바빴다 표현은 안해도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제일 좋은 방법은 현역을 동원하는 일이었다. 박정희도 김종필이 시켜서 육군 중령 한 20명 동원하여 쿠데타를 성공시키지 않았던가... 밤에는 아무리 큰 부대라도 중령급들이 일직사령 근무를 했다. 야간에는 일직사령 명령하에 부대가 움직인다. 안되면 중위 대위라도 움직여서 일직사령 옆구리에 권총 들이대면 되는 것이다. 참 대한민국 시시한 나라란 생각이 하루에 열두번도 더 들었다. 1948년 10월 지창수, 김지회 장군 지휘 아래 일어선 여수 14연대 봉기 이후,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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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1.06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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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강선생 어쩔 겁니까?” 거듭되는 윤창현의 재촉이었다. 이목구비가 곱상하게 시골선비처럼 생겼다. 그중에서 유난히 톡 불거져서 전체 얼굴 분위기의 조화에 반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의 눈두덩이었다. 제법 간장종지 하나를 엎어놓은 것처럼 불거져 나온 것이다. 역력한 반골의 눈두덩이었다. 반골들의 눈두덩엔 원래 핏종지가 들어있기 마련이었다. “어저께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어. 쪽발이 새끼덜이 가시네 덜 데리고 여관에서 나오드랑께...” 뒤질새라 고충석이 강욱철을 압박했다. “기회가 딱 이럴 때랑께, 이럴 때 한방 놔버려야 된당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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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덕용 소설가 / 사월혁명회 상임의장
2021.01.02 1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