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오전, 일본 대사관 앞에서 조선학교 차별에 반대하는 금요행동이 열렸다.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은 지난 2014년 겨울부터 매주 금요일 마다 조선학교 차별중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날은 금요행동이 466회째를 맞는 날이었다.
시민모임은 “오늘까지도 일본 사회에서 재일동포와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과 탄압, 혐오범죄는 수없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들은 일본 정부의 재일동포 차별정책 속에서 묵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조선학교를 향한 일본 정부의 차별중단 △조선학교에 대한 교육평등권 보장 △재일동포에 대한 혐오범죄 중단 등을 요구했다.
“조선학교는 식민통치 이은 분단구조 희생양”
여기에는 아베 정권의 우경화 흐름 이후 가속화된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 기조가 자리한다.
일본 정부는 고교무상화 정책의 일환으로 2010년부터 전국 고교에 학생당 취학지원금을 지급해왔으나, 재일교포들이 통학하는 조선학교에 대해서는 정치적 이유로 지급을 보류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2019년 아베 정부에 의해 조선학교는 고교무상화 정책에서 완전히 제외됐고, 외국인학교 대상 보조금 지원 역시 끊기기 시작했던 것.
아베 정부는 조선학교가 반일교육을 하고 북 체제를 정당화한다는 명목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타자’를 희생양 삼아 국내 불만을 일소한다는 우익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이 같은 방침은 현 기시다 정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민모임 손미희 공동대표는 “10년 전 일본 문무과학성 앞에서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을 멈추라며 교육받을 권리를 주장했던 학생들이 있었다”며 “분단된 나라를 물려준 것도 죄스러운데, 남의 나라에서 차별·탄압받는 데 함께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너무컸다”고 금요행동의 출발점을 회고했다.
이어 “그 뒤 우리도 같은 마음으로 싸우겠다고 다짐했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다짐으로 금요행동을 10년간 진행했다”고 밝혔다.
손 대표는 “조선학교는 일본 식민통치에 이은 분단구조의 희생양”이라며 “더 보살펴도 모자랄 판에 일본 정부가 이들을 무시하고 차별하며 탄압하는 것은 파렴치한 국가 폭력”이라 지적했다.

일본 시민단체 대표, “조선학교 차별은 식민지배 인정 않는 태도의 연장”
이날 행사엔 세계각지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의 대표자들도 참석했다.
일본 시민단체 ‘평화·인권·환경 포럼’의 대표이자 ‘조선학원을 지원하는 전국네트워크’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는 후지모토 야스나리 대표는 “조선학교는 법령 대상 공립학교가 아닌 각종학교로 취급되어 고교무상화 법 적용에서 제외됐다”며 “문부과학성 관리들은 조선학교를 차별할 생각이 없다며 일본 학교 가서 무상으로 교육받으라 하지만, 그 말은 그 자체 식민통치적 발상”이라 밝혔다.
“국제인권위원회 역시 조선학교에 대한 수업료 무상화 배제와 지자체 지원 배제를 차별이라 단언하며 일본 정부에 시정을 촉구했으나, 정부는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일 뿐’이라 일축하며 차별을 시정하지 않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오히려 조선학교가 일본 5개 지역에서 진행한 고교무상화 배제 중단 재판에 대해 전부 패소판결을 내리며 사법부까지 차별에 가세하는 상황이라는 것.
후지모토 대표는 “조선학교에 대한 이 같은 차별은 식민지 지배에 사죄하지 않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이라 지적하며 “그러한 태도로는 동북아 미래를 함께 만드는 일을 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재일조선인, 누구보다 분단 극복 원해”
한편 이날 행사 참석을 위해 독일에서 온 재독조선학교후원회 이승연 운영위원은 재일조선인의 역사적 맥락을 환기했다.
그는 “재일 조선인은 일제 식민통치로부터 해방되었음에도 불구, 연이어 터진 냉전과 국제열강의 각축 속에서 해방된 조국으로 못갔던 이들”이라며 “우리 모두가 분단을 자연스레 인정할 때조차 이들은 통일을 염원하며 하나의 국가로 돌아가길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과거 독립운동을 해외에서 도왔던 선조들처럼, 우리도 멀리서나마 이들을 돕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지원사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조선학교의 목소리를 듣고 연대하며 ‘우리’라는 의식을 회복하자”고 독려했다.
호주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드니 평화의 소녀상연대’ 전영민 사무국장도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 대상서 배제한건 명백한 정치적 의도를 가진 차별”이라며 “일본 정부는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을 차별함으로써 평화로운 미래를 죽이고 있는 셈”이라 규탄했다.
그는 “‘차별에 굴하지 말고 당당히 살라’고 하신 위안부 생존자 김복동 할머니의 말씀처럼 조선학교 학생들이 당당하게 살 수 있도록 굳건히 연대하자”고 덧붙였다.
한신 교육투쟁 76주년 맞아 ‘조선학교 차별반대 국제연대 한마당’ 열린다
한편 이날 금요행동은 한신 교육투쟁 76주년을 맞아 열린 ‘조선학교 차별반대 NGO 제1회 국제연대 한마당(이하 ‘한마당’)’과 연계한 행사이기도 했다.
1948년 4월 24일의 한신 교육투쟁은 미연합사령부와 일본 정부의 조선학교 폐쇄령에 반대해 일본 전역에서 벌어진 대중운동이었다.
한마당은 이를 기념하며 재일교포 권리를 위해 세계각지에서 활동하는 시민단체들이 모인 행사로, 지난 18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서울 일대에서 집회, 토론회, 문화제, 행진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선학교 차별반대 NGO 제 1회 국제연대 한마당 “함께 가지요!” 행사개요: https://url.kr/zgda3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