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시민모임, 재일 조선학교 이야기 ‘꽃송이’ 4집 출간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끌려가 해방 후에도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
조국의 통일만을 고대하며 새로운 국적을 갖지 않고 ‘조선적’으로 살고 있는 그들은 일본 사회의 온갖 차별과 억압 속에서 우리 말과 글, 우리 민족의 역사를 가르치고 이어가기 위해 ‘조선학교’를 세웠다. 7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조선학교는 일본 각지에 유치반부터 대학교까지 130여 개가 있다.
<꽃송이>는 재일 ‘조선신보사’가 조선학교 초·중·고급부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와 수필, 그림, 노래 등을 현상 공모해 입선작들을 엮은 문학작품집이다.
어느 날 밤, 그 동생이 잠들지 못한다고 어머니를 찾았다.
“엄마, 난 유치반 가기 싫어. 경찰이 오니까. 집에도 경찰이 와요? 무서워서 잘 수 없어.”
울며 항의하는 여동생을 보시는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나와 동생을 덥석 안아주시며 말씀하셨다. “너희들의 학교는 엄마가 지켜주니까 걱정마라”라고.
2006년, 당시 초등 6학년(12살)이던 박순희 학생의 회상이다. 그해 1월 28일, 일본 경찰이 시가초급학교를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948년 4.24교육투쟁이 있은 지 58년이 지난 시점에 발생한 습격사건이다. 4.24교육투쟁은 해방 이후 미 연합사령부와 일본당국의 조선학교 폐쇄령에 반발해 재일동포들이 벌인 민족교육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 이는 ‘전후 일본 최대의 대중운동’이라 명명되고 있다.
박순희 학생은 2년 뒤 중급부 2학년이 되어 당시를 회상하곤 이렇게 결심했다.
“나는 ‘그날’을 계기로 우리 학교에 더 잘 다녀야 한다고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또한 평범한 우리 학교생활이 더없이 소중하다는 것을 절절히 깨닫게 되었다. 시가초급에 쳐들어온 경찰과 그를 지시한 사람들에 대한 ‘보복’으로서, 내가 착하고 떳떳한 조선사람이 되겠다고 속으로 굳게 결심도 하였다. 일본에서 살아도 조선사람답게 그 무엇에도 지지 않는 훌륭한 조선사람이 되기 위해서 나는 우리 학교에 다니며 우리 학교를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다.”

우리는 굴하지 않습니다
‘우리학교와 아이들을 지키는 시민모임(우리학교시민모임)’이 2019년 4월 조선학교 학생들의 삶이 생생하게 담긴 원고를 주제별로 재구성해 <꽃송이 1집>을 펴낸 것을 시작으로, 2020년 4월 <꽃송이 2집>, 2021년 4월 <꽃송이 3집>이 출간됐다. 먼 이역 땅에서 어여삐 자라고 있는 학생들을 통일의 ‘꽃송이’라 여기며 책 이름도 ‘꽃송이’라 정했다.
1집 ‘우리는 조선학교 학생입니다’, 2집 ‘우리는 떳떳한 조선사람입니다’, 3집 ‘우리는 통일로 달려갑니다’가 책의 부제다. 재일동포, 조선학교 학생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리고, 지난 23일 2년 반 만에 발간된 <꽃송이> 4집의 부제는 ‘우리는 굴하지 않습니다’.
<꽃송이> 1·2·3집과 마찬가지로 조선학교 아이들의 맑은 눈을 통해 쓰여진 글 중에서, 일본인들로부터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살아가는 동포들의 모습이 담겼다.
우리학교시민모임은 “일본정부로부터 행해진 갖은 차별과 탄압, 자연재해, 장애 등에 굴하지 않는 아이들의 마음이 담겨있다. 남녘땅에서도 공감될 수 있을 글들을 골라 실었다”면서 “아이들은 늘 꿋꿋하게 이겨내고 더 단단하게 성장해 나가고자 다짐하며 살고 있다”고 전했다.
시와 수필, 노래와 춤으로 만나는 우리학교.. 조선학교
조선학교 학생들의 시와 수필은 물론, 노래와 군무(群舞)도 책 속에 있는 큐알(QR) 코드를 통해 직접 볼 수 있다. 또, 재일동포와 연대하고, 조선학교를 응원하며, 일본사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애쓰는 각지의 일본인 인터뷰가 담긴 게 특징이다.
25일 출판기념회를 여는 손미희 우리학교시민모임 대표는 “해외동포들과의 교류마저 탄압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요즘, 우리 단체의 마음도 꽃송이 4집 제목과 같다”면서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더 단단하게 우리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한 활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한편, 우리학교시민모임은 단체가 결성된 2014년부터 현재까지 매주 금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조선학교 차별반대 금요행동’을 열고, ‘조선학교 차별반대! 고교·유보무상화 적용’을 위한 서명운동 등을 벌이고 있다.
☞ 도서구입 문의 : 도서출판 통일시대 02-738-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