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대안 모색(2)

1. 한국경제 잔혹사
2. 삼성이 있는데 예속경제라고?
지난 7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한국을 개도국에서 선진국 그룹으로 지위를 변경했다. 이 기구회원국 중 선진국으로 지위가 바뀌기는 처음 있는 일이다. 실제로 한국은 무역 규모가 세계 9위이고, 1인당 GDP도 3만 달러를 돌파하여 이제 이탈리아를 뛰어넘는 경제대국이 되었다. 특히 한국경제의 상징은 삼성이다. 삼성전자는 소니·파나소닉 등 일본 기업을 크게 앞질렀고, 애플 스마트폰이 나온 이후 노키아는 재기 불능 상태에 빠졌지만, 삼성은 오히려 애플을 따라잡았다. 한국기업들은 동남아에 진출하여 제국주의적인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한국경제를 과연 예속경제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국주의 경제체제와의 관계속에서 한국경제를 바라보아야 한다. 이 점을 제국주의 세계화 전략, 제국주의 축적체계와 한국경제의 축적체계, 한국자본의 소유구조, 한국경제에 관철되는 자본주의 불균등법칙을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세계화는 제국주의 전략이다
세계화와 관련해서, 지구화와 세계화를 구별하여 이해할 필요가 있다. '지구화'는 인류가 각기 고립된 세상에서 점점 더 서로 가까워지는 자연발생적인 문명사적 발전과정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반면 '세계화'는 제국주의의 세계경제침략전략으로 이해하여야 한다. 이것을 구별하지 못하면, 진보주의자가 제국주의자의 눈으로 세계화된 세상을 설명하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또 다른 세계화’,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라는 진보진영의 구호는 바로 이러한 착시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제국주의 논리를 일부 수용한 결과가 되어버린다.
세계화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하는 문제는 한국경제의 본질적 특성을 규명하는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다. 세계화를 인류문명발전의 자연사적 과정으로 이해하면, 세계화는 한국경제의 능동적 선택이자 바람직한 전략으로 된다. 그러나 세계화를 제국주의의 세계지배전략의 일환으로 보게되면 한국경제의 세계화는 제국주의경제로의 강제편입과정으로 된다. 따라서 인류사의 문명발전과정은 ‘지구화’로, 제국주의의 침략정책은 ‘세계화’로 구별하여 이해할 것을 제안한다.
제국주의 세계화의 물결은 크게 2차례에 걸쳐서 일어났다. 첫 번째는 1차대전 직전 경쟁적 자본주의가 독점자본주의로 진화하고, 금융과두제를 형성하면서 식민지 침략에 나섰던 시기이다. 이 시기가 자본주의 제국주의가 등장한 시기이고, 세계화를 ‘국제화’라 부르면서 식민지침략을 ‘식민지 근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 하였다. 두 번째는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전개되었다. 이 시기 세계화는 각국의 개방을 강요하고, WTO체제를 강제하면서 각국의 경제주권을 약화시키면서 경제식민지를 확장하였다. 한국 역시 IMF, FTA를 거치며, 예속경제가 더욱 심화되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미국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세계화
세계화와 관련하여 일국적 관점과 세계체제적 관점간의 차이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생산의 세계화를 중심에 두는 입장은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2차 대전 이후 형성된 일국적 범위의 국가독점자본주의가 일국 시장의 불균형을 세계적 차원에서 균형을 달성하기 위해 세계화를 추진했다고 분석한다. 이런 관점에서 금융은 보조적 역할로 한정되고, 주된 동력은 산업자본으로 된다. 금융세계화를 중심에 두는 입장은 이미 세계는 세계체제를 형성하였고, 금융자본이 주도권을 가지고 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세계화는 미국 국가독점자본주의의 세계화이다. 즉 제국주의 자본주의국가들이 평균적으로 세계화를 추진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2차 대전 직후 제국주의체제는 이미 미 제국주의를 중심으로 여타 제국주의 국가들이 하위동맹으로 편성된 미국패권중심의 제국주의체제였다. 이들은 미국을 중심으로 제국주의 연합을 형성하여 집단적 신식민지 체제를 구축하였다.
그런데 군사적 케인즈주의적 특징을 가진 전후 미국국가독점자본주의 체제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위기에 빠졌다. 이것은 자본주의 경제가 공급과잉상태를 더 이상 해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생산의 영역에서 이윤창출이 한계에 다달았음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 과정은 미제국주의는 달러불태환을 선언하고, 변동환율제로 이행하면서, 달러제국주의, 금융제국주의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과 연결되어있다. 게다가 소련동구사회주의 몰락을 계기로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완성하게 되었으며, 2008년 금융공황이 터지기 전까지 30년을 풍미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국가독점자본주의체제는 군산복합체를 중심으로 구축되어 있다가 월가로 불리우는 은행독점자본, 빅테크라 불리우는 정보독점자본들의 연합체로 진화하였다. 결국 신자유주의 세계화체제는 미국군산복합체를 기본토대로 유지하면서, 달러팽창과 달러환류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세계화를 기본축적체계로 하고, 초국적 기업의 제국주의 국제분업체계가 결합된 세계화된 약탈체제이다. 여기서 초국적 기업은 70년 산업자본을 중심으로 확대되다가, 정보통신혁명을 거치며, 빅테크 산업을 중심으로 이른바 글로벌 공급체인이라고 불리우는 제국주의 국제분업체계로 이행하였다고 할 수 있다.
2018년 국제결제은행(BIS)와 블룸버그 데이터서비스에 따르면 세계자산규모는 2017년말 기준 1000조 달러(약 107경원)에 달한다. 이 수치는 예술품이나 본원통화, 좁거나 넓은 의미의 통화, 억만장자들의 재산, 중앙은행 자산 등은 중복을 고려해 제외하고, 금과 은, 외환거래, 주식·채권 시가총액, 파생상품 거래 규모, 부동산 가치 등만 계산한 결과이다. 국제통화기금IMF가 추정한 2018년 실물경제의 세계 총생산은 77조9900억 달러였다. 즉 금융자산이 실물자산의 12.8배 이상이라는 의미이다.*
* “양적완화로 글로벌 금융자산 1000조 달러 돌파 … 세계 총생산의 12배”, 중앙일보, 2018.01.07.
한국경제는 종속적 신자유주의 경제
한국경제는 종속적 신자유주의 경제이다. 종속적 신자유주의 경제는 세계화시대의 예속경제형태이다.
종속적 신자유주의 경제는 군산복합체의 군사식민지형태가 심화되는 가운데, 달러체제하에서 금융종속을 기본으로 종속적 국제분업체계에 편입된 예속경제이다.
그렇다면 제국주의 신자유주의 세계화체제하에서 한국의 경제구조는 어떠한가.
종속적 신자유주의 경제는 대외적으로 구조적, 일상적 국부유출 경제이고, 대내적으로 극단적인 양극화 구조가 고착된 경제이다.
달러의 금태환 정지 이후 금융세계화가 진행되고, 달러순환구조가 구축되었으며, 시뇨리지 효과를 통해 다수의 개발도상국가들이 달러제국주의에 편입, 종속되었다. 이로 인하여 달러종속국들에서는 수출성장의 과실이 외환보유고 등 달러표시자산의 강제저축과 환율방어 비용부담으로 고착되고, 상시적인 금융위기에 노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달러 유동성 확대로 인한 자산불평등이 확대재생산된다.
금융종속화 함께 생산의 세계화과정을 통하여 글로벌공급망에 종속적인 중하위 국제분업체계에 편입됨으로써, 국내경제와 유리되고, 양극화가 재생산되는 심각한 종속적인 불평등 경제구조가 고착된다. 미국 등 주요 제국으로부터 설계와 핵심소재, 부품장비를 공급받아, 중하위 소부장과 중후장대형 조립가공수출을 담당하는 종속적 산업구조를 통해 양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결과는 수출의 과실이 국내경제로의 낙수효과를 낳지 못하고 오히려 양극화와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수출산업과 내수산업의 양극화, 고성장산업과 농업파탄 등 저성장 몰락산업의 양극화,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금융불평등에 따른 자산의 양극화, 교육불평등에 따른 기회의 양극화, 고용불평등에 따른 노동시장의 양극화, 복지양극화 등으로 인하여 이루 말할 수 없는 경제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양산한다.
뿐만 아니라 미국식 세계화전략이 강제됨으로써 경제주권과 공공성이 약화되고, 시장화, 민영화가 심화되면서 예산운용, 고용, 연금, 보건, 복지 영역에서 진전을 가로막고, 외국자본과 재벌의 이윤조달창구로 변질왜곡된다.

한국경제의 소유구조
2018년 국감에서 금융감독원이 제출한 ‘국내은행 외국인 지분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6대 시중은행의 외국인 지분율은 평균 73.3%였다. 하나금융지주의 외국인지분율은 74%, 국민은행은 69.4%였는데, 70%를 넘어섰고, JP모건이 6.2%를 보유해 2대주주로 올라와 있다. 신한은행의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의 외국인지분율은 68.9%인데, 여기는 미국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펀드가 5.1%를 보유하고 있다. SC제일은행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시티은행 역시 100%이다. 지방은행의 외국인 지분율도 50%를 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결국 한국경제의 생명선이 초국적 금융자본에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 “[2018 국감]6대 시중은행, 외국인 지분율 평균 73% 넘어”, 대한금융신문, 2018.10.11.
한국의 알짜기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올해 들어 외국인들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처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외국인 지분율은 2021년 8월 26일 현재 51.7%에 달한다. 원래 53.4%에서 감소했음에도 이 정도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외국인 지분율은 50%대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
경제의 핵심인 금융과 재벌대기업의 소유주가 누군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재벌총수들이 자신의 사익을 추구하는 것만 아니라 본질적으로 누구의 이익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는 명백하다. 이것을 예속경제라고 하지 않고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가.
종속적 불균등 발전 법칙의 작용
그럼에도 개별 수출대기업들이 세계적 수준의 기업으로 성장을 이룩한 것에 대한 해명은 있어야 한다.
그것은 종속적 신자유주의 경제도 자본주의 경제이기 때문에 불균등발전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속적 산업화 과정에서도 압축성장이 가능하고, 생산의 세계화과정에서 일부 개별 산업이 수직적 국제분업체계의 중상층 서열로 올라서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제국주의 경제와 예속 경제 사이에는 불균등발전법칙이 종속적 형태로, 예속을 재생산하는 형태로 관철된다. 제국주의적 예속을 기본 규정성으로 하여 불균등발전법칙이 왜곡 굴절된다. 선진제국들 사이에 나타나는 불균등발전 양상과는 다르다.
첫째로는 예속자본의 성장은 어디까지나 제국주의 자본에 의한 금융종속구조의 범위 안에서 진행된다. 한국 금융자본이 독자적 금융축적과 압축성장을 통해 달러체제를 재편할 수 없고, 월가의 금융주도성을 추월할 수 없다.
한국경제에 주주자본주의적 행태가 이식되고, 주요 은행과 반도체, 자동차 등 알짜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이 모두 50%를 초과하는 것은 한국의 자본시장의 주인, 은행과 알찌기업과 은행의 주인이 미국자본이며, 자본시장에 대한 운영의 주도권이 미국금융자본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한국재벌들에게 경영권을 그대로 두는 것은 그것이 편하기 때문이며, 주주자본주의적 지배형태나 관행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둘째로 국제분업체계의 서열에서 제국주의 자본 서열에 올라서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자본주의 국제분업체계는 제국주의 자본의 축적과 생산방식에 따라 진화한다. 그리고 선진제국자본이 신흥종속국 자본에 단계적으로 이전하는 형태를 역사적으로 밞아왔다. 한국의 수출경공업은 일본의 사양산업을 물려받은 것이고, 중화학 공업도 중후장대형산업, 공해산업 등을 물려받은 것이다. 한국이 미국 제조업의 공동화와 독일, 일본의 틈새를 뚫고 수출제조업 강국으로 발돋움하게된 것은 국제분업상 최적화의 이익, 지경학적 이익의 산물임은 분명하다. 이로 인해 예속경제형태 중에는 최상층에 올라서게 되고, 일부 산업은 제국주의 자본을 추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국제분업체계는 일부 자본의 성장 추월문제가 아니라 세계적 세계화에 따른 구조적 질서이다. 이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은 미 제국주의 등 선진자본 뿐이며, 예속 자본들은 여기에 복무할 뿐이다. 때문에 총체적으로 한국경제는 구조적인 국제분업체계 서열에서는 종속적 지위에 있다. 반도체의 경우 이전에는 공해산업으로서 제국주의 본국에 설계만 남기고 중하위 경제권에 순차적으로 이전한 것이었으나, 이제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전략적인 기간산업이 되었기 때문에 다시 회수하고 있다. 이러한 재편의 주도권 역시 미국 제국주의 자본이 가지고 있다는 점을 최근 삼성의 상황에서도 뚜렷하게 알 수 있다.
종속적 신자유주의 경제는 세 가지 예속고리를 통하여 국내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첫째로 금융산업과 유동성 확대라는 파이프라인을 통하여 자산버블을 형성하는 식으로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은행, 보험, 주식, 채권 등의 금융산업과 이와 연동된 부동산 투기를 통하여 민중에 대한 심각한 착취가 진행되고 있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버블은 자체의 가치증식이 아니라 실물자산의 성장분을 금융착취구조를 통해서 약탈해가는 카지노 경제이다. 따라서 실물경제에서 증가된 국민순소득의 분배과정에서 실물경제상의 분배보다 더 많은 양을 약탈해감으로써 구조적인 불평등을 확대재생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둘째로 한국수출재벌의 매판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심화되고 있다. 혹자는 한국재벌이 관치금융을 벗어나 직접금융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고, 세계화를 통해서 세계시장을 상대로 더욱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은 제국주의 자본과 종속적으로 일체화되어 제국주의 자본의 한국경제에 대한 수탈의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분구조상 외국인주식회사로 변질되어 있다. 실제로 한국 경제정책의 핵심이 수출강화정책이고, 한국의 모든 자원이 다른 것을 희생하고 수출대기업을 지원하는 구조로서, 수출이익의 상당분을 외국자본과 수출재벌들이 독식하여 나누어 갖는 구조이다. 그 결과로 실물경제상의 소득분배율 역시 지속적으로 악화되어 왔다.
셋째로 한미동맹이라는 정치군사경제 예속동맹을 통하여 한국민중을 조약, 법, 정책 등을 통해 제도적으로 착취하고 있다. WTO, 한미FTA 체제를 통하여 한국의 경제주권은 심각하게 제약되어 있으며, 특히 농업몰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가예산은 한미동맹에 복무하는 군사부문에 많은 예산을 지출하고 있으며, 전략자산구입비, 방위비 분담금이 지속적으로 증대하여 식민지군사경제에 복무하는 예산으로 되고 있다. 또한 공공부문 민영화, 시장화, 해외매각 정책을 확대함으로써 국가경제정책을 산업정책과 민생복지강화에 자주적으로 작성하고 집행하는데 심각한 제약으로 되고 있다.
때문에 한국 노동자민중은 실물경제상의 수탈에다가 이보다 더한 금융수탈구조와 한미동맹체제하에서 군사적, 제도적 착취를 포함한 삼중 착취를 당하고 있다. 따라서 달러지배하의 금융종속과 재벌의 매판성, 한미동맹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