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대안 모색(4)

1. 한국경제 잔혹사
2. 삼성이 있는데 예속경제라고?
3. 수출편향경제는 지속가능한가
4.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항쟁이 일어난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불평등

우리나라 2천만 노동자 중 845만명이 비정규직이다. 이중 특수고용노동자가 300만 명이 넘고, 요즘 늘어나는 플렛폼 노동자는 통계에 잡히지도 않는다. 그리고 2천만 노동자 중 대기업 노동자는 16.9%에 불과하고, 83.1% 중소기업에 다닌다. 비정규직, 중소기업, 여성, 고졸 노동자들은 임금을 절반밖에 받지 못한다. 550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들은 몰락하고 있고, 노인빈곤을 가속화하고 있다. 400만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질 못한다. 300만 농민들은 농사비도 건지기 힘들다. 총체적으로 벌어먹고 살기가 힘들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오히려 더 악화되고 있다. 코로나 펜데믹은 자산불평등을 가속화하고, 연이어 터지는 부동산비리 등은 국민적 분노를 야기하고 있다. 더욱이 다가오는 금리인상, 부채폭탄 등의 위기는 노동자민중들의 삶을 심각한 파탄으로 밀어넣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불평등”의 문제라고 하고, 이제 이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항쟁이 일어날 상황이다. 

경제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어야

대안을 찾아야 한다. 작금의 한국사회의 불평등문제는 단순히 한두 가지 정책을 잘못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니다. 아주 구조적인 문제이다.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는 두 축이다. 하나는 예속, 다른 하나는 불평등. 지난 번에는 예속의 문제를 중심으로 그 대안으로 ‘자립적 국민경제’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불평등에 대한 대안으로 ‘민중적 민주경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민중적 민주경제는 종속적 자유시장경제를 개조한다

민중적 민주경제란 한국사회의 극심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민주적 경제평등을 실현하는 경제를 말한다. 이렇게만 이야기하면 너무 추상적이다. 그 구체적인 의미를 3가지로 나누어 살펴보자.

1931년 대공황 이후 무료 급식소에 줄을 선 시카고의 남성 실업자들[사진 : 위키백과]
1931년 대공황 이후 무료 급식소에 줄을 선 시카고의 남성 실업자들[사진 : 위키백과]

민중적 민주경제는 첫째로 신자유주의 경제의 대안이다.
민주주의 경제는 본질상 자본주의 경제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라 할지라도 자유민주주의 경제가 있고, 민중적 민주주의 경제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경제는 다시 고전적 자유주의 경제와 신자유주의 경제가 있다. 고전적 자유주의 경제는 극심한 빈부격차를 야기하고 독점자본주의로 진화하였다가 1929년 대공황으로 붕괴의 길을 걸었고, 결국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신자유주의 경제는 금융투기자본의 주도아래 1980년대 등장하여 30년간 전세계를 풍미하다가 2008년 금융공황 이후 쇠퇴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 2011년 열린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한 시민이 ‘우리는 99%다’슬로건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사진 : 위키피디아]
미국 뉴욕에서 2011년 열린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한 시민이 ‘우리는 99%다’슬로건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사진 : 위키피디아]

한국에서 자유주의 경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전면화되었다. 6월항쟁이 후 한국경제는 ‘경제민주화’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나 IMF를 거치며 한국경제는 '경제민주화' 길에서 이탈하여 ‘경제 자유화’의 길로 변질되었다. 97년 이후 한국경제는 ‘경제민주화 국면’이 아니라 ‘경제 자유화 국면'이었다. 때문에 어떠한 경제민주화도 성공할 수 없었다. 경제자유화를 경제민주화로 착각하면 안된다. 때문에 오히려 외국자본과 재벌은 더욱 살이 찌고, 민생은 더욱 어려워졌다. 지금은 경제 자유화로 인해 발생한 불평등의 문제가 심각한 국면이며, 신자유주의 경제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때문에 노동자민중은 신자유주의 경제를 대체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준비해야 한다. 그것이 민중적 민주경제이다.

민중적 민주경제는 한국형 혼합경제, 한국형 복지사회를 건설한다

둘째로 민중적 민주경제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와도 다르다.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는 자립적 국민경제가 달성된 조건에서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 전개된 사회경제형태를 말한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자립적 국민경제 달성되지 못한 조건에서는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는 불가능하다. 첫째로 이를 실현할 정치세력이 부재하고, 둘째로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를 실현할 경제시스템이 취약하다. 국부의 상당량은 외부로 유출되고, 국내 소수 재벌에 의해 착취당하는 조건에서 유럽 수준의 보편적 복지는 불가능하다. 엄청난 국부유출과 재벌집중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 선진국 행세를 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근면한 한국노동자민중 덕분이다. 한국민중은 높은 산업재해, 세계 최고의 비정규직 비율과 임금착취, 강도 높은 장시간 노동, 낮은 복지수준이라는 희생속에서 이나마 한국경제를 일군 주역이다. 또한 중소기업이 고용율은 높으나 매우 취약하고, 유럽과 달리 광범위한 자영업자 대군이 존재한다.
한국 역시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그리고 혼합경제를 지향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유럽식 사민주의라기보다는 민중적 민주경제에 기반한 한국형 민주복지국가가 될 것이고, 유럽에 비해 훨씬 다원적인 혼합경제가 될 것이다.

민중적 민주경제의 주체는 대다수 민중이다 

셋째로 민중적 민주경제 실현의 주체는 극소수 예속자본이 아니라 대다수 민중일 수밖에 없다. 극소수 예속 재벌들은 민주경제 또는 경제민주화, 불평등 해소에 앞장설 생각도 의지도 없다. 오히려 가장 가혹한 착취자일 뿐이며, 민주경제, 경제민주화의 방해자일 뿐이다. 한국 사회에서 민중적 민주경제를 실현할 주체는 노동계급을 포함하여 농민, 빈민, 청년, 여성, 중소자본가, 자영업자 등 다수의 민중이다. 
이렇게 민중이 주체가 되는 경제민주화는 더 높은 단계의 평등경제를 실현하는 조건을 마련하게 된다. 민중적 민주경제는 절박한 당면 불평등문제를 해소함과 더불어 보다 높은 단계의 평등경제로 이행하는 토대를 튼튼히 할 수 있게 한다. 민중적 민주경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높은 단계의 평등경제를 실현하는 토대를 마련한다. 하나는 민중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국관영, 공공부문경제를 창설강화함으로써 이행경제의 토대를 강화한다. 다른 하나는 민중정치역량과 주도권을 강화함으로써 이행경제의 주체를 강화하게 된다.

신동빈(왼쪽부터)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6년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신동빈(왼쪽부터)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16년 12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

민중적 민주경제를 실현 방안

그렇다면 민중적 민주경제를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복잡할 것이 없다. 첫째로 불평등의 원인을 제거하는 민주주의적 경제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불평등의 원인을 제거하려면 불평등을 통해 수혜를 얻는 기득권 세력을 타격해야 한다. 특히 불법, 편법으로 경제특혜를 누리는 경제권력을 제거, 약화시키는데 우선 집중해야 한다. 정경유착, 경언유착, 뇌물수수, 불법편법상속, 불공정거래, 기술탈취, 골목상권 침해, 부당노동행위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경제범죄의 온상인 재벌특혜구조를 그대로 두고 불평등 해소한다는 것은 다 거짓말이다. 약간의 완화조차도 불가능하다.
또한 금융불평등, 자산불평등을 확대하는 모피아와 같은 매판적 금융권력, 자산권력들을 통제해야 하며, 금융감독기구들을 재정비하고, 금융기관의 서민배제적 금융행태와 관행을 시정할 수 있는 법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건설 부동산, 농협 등 각종 산업경제영역에서 해외자본, 재벌, 관료간의 유착세력, 즉 건피아, 원피아, 교피아, 세피아 등 관피아를 타파하고. 관료독점적 부정부패세력을 척결하는 민주주의적 경제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둘째로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을 높여 평등경제의 토대를 강화해야 한다.
먼저 공공부문은 자립적 국민경제 형성의 강력한 지렛대이기도 하지만, 민중적 민주경제를 창출하는 유력한 토대이기도 하다. 공공부문의 선도적 역할을 높여 시장을 개혁하는 것을 기본전략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래야 좌절하지 않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불평등 해소와 민주경제건설의 길로 전진할 수 있다.
에너지, 교통, 통신, 디지털, 금융 등 기간핵심산업은 물론이고, 주택, 교육, 의료, 돌봄, 주거 등의 분야에서 공공부문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질 좋은 일자리 창출과 민주적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여 시장개혁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특히 4차산업혁명과 관련하여 공공재적 빅데이터를 사유화하는 것을 최소화하고 지식경제시대의 생산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렛폼의 공유화, 사회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등 풀뿌리 사회적 경제를 확대지원하고 그 네트워크를 활성화함으로써 민중 자신이 민주경제의 주역으로 나설 수 있도록 다양한 조치를 강화해야한다. 

자립적 민주경제는 어떻게 실현 가능한가

지난 번 글과 이번 글을 통해 예속과 불평등 구조의 함정에 빠져있는 한국경제를 개조하려면, ‘자립적 국민경제’와 ‘민중적 민주경제’의 길로 나아가야 함을 살펴보았다. 이를 합치면 ‘자립적 민주경제론’이 된다.

문제는 이러한 대안경제가 어떻게 실현 가능한가이다. 그것은 민중의 직접행동과 자주적 민주정부를 수립하는 길 밖에 없다.

우선 지금과 같은 예속과 불평등 체제에서 민중들은 자신의 요구를 집단적으로 조직하지 않고서는 어떠한 개선도 기대할 수 없다. 예속과 불평등을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방도는 민중 자신의 직접행동이다.
특히 민중들은 경제영역에 대한 민주적 통제감시 역량 강화하고, 불법편법을 아래로부터의 실력으로 엄단할 수 있어야 한다. 때문에 경제적 개선조치를 위한 법제도, 정책들도 중요하지만, 노동조합 보장, 정치활동 보장 등 민중의 직접행동을 확대하고 민중기본권을 강화하는 정책과 법제도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자립적 민주경제는 결국 그것을 실현할 의지와 실력이 있는 정치세력에 의해 실현된다. 자립적 민주경제는 자립적 민주정부를 수립하고 운영할 수 있는 민중자신의 정치역량이 갖추어질 때만 현실이 된다. 그 해답은 촛불항쟁에서 마련된 민중자신의 직접정치에서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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