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자 샘의 혁신교육, 길을 찾다. 9] ‘배움의 공동체 연구회’를 중심으로

획일적인 교육과정에서 탈피하고 새로운 교육을 지향하기 위해 시작된 혁신교육은 참교육 실천이다. ‘박미자 샘의 혁신교육, 길을 찾다’에서는 교육현장에서 진행되는 혁신교육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민주적인 배움의 길이 무엇인지 찾아본다. 

교사들이 모였습니다. ‘배움의 공동체 연구회’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공부를 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의 학교에서 수업을 혁신하기 위해서 실천하고 연구하는 교사들이 인천에서 전국세미나를 열었습니다. 그들은 꼬박 2박3일 동안 함께 배우며 생활했습니다.

첫째 날은 150여명의 ‘배움의 공동체 연구회’ 전국운영진 교사들이 만나서 닐 나딩스의 ‘배려교육론’을 공부했습니다. 닐 나딩스는 10년 전 초등우리교육의 인터뷰에서 “사람은 누구나 배우는 것을 좋아하고 사랑합니다. 만약에 학교가 배우는 것을 끔찍하게만 만들지 않는다면 말이지요”라고 말했습니다.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말하는 사람이 무엇을 말하는지를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정을 듣는 것도 중요합니다.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이성을 넘어서 감정을 강조했습니다.

인천의 교사들이 발제를 진행하고 모둠별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교사들은 같은 책을 함께 읽고 토론했습니다. 한권의 책을 읽고 각자가 배운 내용을 풀어놓습니다. 관점도 다양하고 감동을 받았던 지점들도 다릅니다. 책을 읽고 배운 내용을 수업에서 적용하는 문제를 두고는 정말 풍성한 이야기들이 공유됐습니다.

둘째 날은 전국의 교사들이 모여서 ‘배움의 공동체’의 철학과 원리에 대해 강의를 듣고 오후에는 수업을 보며 배우는 프로그램입니다. 1400여 교사들이 인천대학교 대강당을 가득 메운 채 ‘배움의 공동체’ 철학을 강의하는 사또 마나부 교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을 축하합니다. 여러분들은 배움을 즐기며 21세기형 배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모든 아이들과 함께 질 높은 배움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일제식 수업은 끝났습니다. 세상이 바뀌었습니다. 21세기 배움이란 무엇인가. 바로 지식의 기능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교과서의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어떻게 탐구하는가의 문제입니다. 의미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지식의 기능을 활용하는 교육입니다. 배움은 여행입니다. 사고와 탐구활동을 통해서 미지의 세계로 여행하는 것입니다. 이 여행은 혼자서가 아니라, 교사와 함께 친구들과 함께 가는 여행입니다.”

사또 마나부 교수는 특히 서로 듣는 관계를 강조했습니다.

“민주주의는 이야기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듣는 관계입니다. 서로 듣는 관계를 통해서 서로가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준비하는 것은 귀입니다. 듣는 관계가 안 되는 것은 타자에 대한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서로 관심이 있어야 배움이 있습니다. 배움은 타자와의 협동으로만 실현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후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의 선생님들이 수업을 공개했습니다. 각각 과목별로 20여 강의실에서 수업영상을 공개하고 수업자와 사회자가 수업을 안내했습니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관심 있는 급별, 과목별 강의실로 들어가 수업영상을 보면서 수업을 통해서 배웁니다.

이렇게 수업을 공개하면서 자신도 배우고 동료교사도 배웁니다. 자신의 수업을 찍은 수업영상을 스스로 보면서 자신의 태도와 발문, 학생을 대하는 자세 등을 거듭 성찰합니다. 그리고 그 수업영상을 내놓고 동료교사들과 함께 보면서 배우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협의회를 할 때, 협의회에 참여하는 교사들의 중요한 규칙이 있습니다.

수업에서 문제점을 보거나 아쉬웠던 점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철저하게 자신이 배운 점을 이야기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동료들의 배려는 수업자 선생님의 수업전문가로서의 자존감을 세워줍니다. 동시에 수업을 더욱 깊게 들여다보는 동료교사들을 통해서 상호존중을 배우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날 오후 마지막 집단학습은 1400여 교사들이 같은 수업을 보면서 함께 공부하는 시간입니다. 학생들의 배움이 어디에서 일어나고 어디에서 배움이 주춤거리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학생들이 배움에서 주춤거릴 때, 학생들이 배움을 어려워하고 망설일 때,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배움 속으로 들어가서 서로 경청하고 서로 배우도록 안내하는 활동을 배웁니다.

전국세미나를 준비하고 조직한 전국운영진 교사들은 다시 밤에 모여서 함께 놀기도 하고 하룻밤을 더 공부하고 다음날 오후에야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교사들이 함께 모여서 공부하는 곳에 희망이 있습니다.

교사들이 모여서 어떻게 학생들을 사랑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실천하는 곳에 교육의 희망이 있습니다. 교사도 학생으로부터 배우는 마음으로 학생을 배움의 중심에 두고, 귀를 활짝 열고 함께 배우는 선생님들이 희망입니다.  

 

박미자 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잠시 쉬며 대학원에서 교육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징검다리교육공동체 상임이사로 있으며 담쟁이 조합원이기도 하다. 저서로 ‘중학생, 기적을 부르는 나이’와 ‘중학생, 아빠가 필요한 나이’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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