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혁의 경제분석②] 한국 재벌의 기술 경쟁력

사진출처 산업통상자원부

독점과 경제력집중으로 '분배'를 왜곡해 온 재벌체제는 이제는 '성장'에서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권때 평균 4%대 경제성장률은 이명박 정권때 3%대, 박근혜 정권때 2%대 성장률로 하락하였다. 한국경제의 신화 수출주도경제와 재벌체제는 이제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대기업이 성장을 견인한다는 만병통치 이데올로기도 그 수명을 다하였다.

과거 개발연대에 한국경제는 급속한 자본축적과 선진국 기술 모방으로 고도성장을 이룩하였다. 관치금융과 재벌체제는 '선택과 집중' 정책에 의한 정부주도 추격성 성장 정책의 산물이었다.

개발도상국 단계에서 자본축적은 대규모 장치산업을 유치하여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추격형 성장은 이제 막을 내렸고, 상당한 수준의 자본축적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더 이상의 자본축적은 성장효과가 급격히 낮아지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작동한다. 이제 자본축적에 의한 성장 방식은 중국과 인도 등의 신흥국들에게 효과가 크다.

한국이 선진국으로서의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기술혁신과 인적자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분배를 고르게 하고, 사람에 투자하고, 내생적 기술혁신을 해야 한다. 암기식 사지선답형 교육에서 토론식 창의적 교육으로 전환하고, 단기성과보다는 근본적인 연구에 주력하면서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시행착오를 거쳐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했다.

재벌체제의 한계

그러나 한국의 재벌은 아직도 비정규직과 장시간 노동, 납품단가 후려치기에 기초한 가격 경쟁력에 의존하고 있어 숙련과 지식노동에 의한 기술혁신에 취약하다. 또한 수직계열화와 독점구조에서 창의적인 벤처기업이 자리 잡기 어렵고, 중화학산업 하드웨어 중심의 소품종 대량생산체제는, 4차 산업혁명시기 소프트웨어 위주의 다품종 맞춤형생산에 적합하지 않다. 또 선택과 집중이 아닌 문어발식 다각화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몰락시키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이 모방에 의한 추격성장에서 벗어나 개념설계와 플랫폼 기술에 기반한 파괴적 혁신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재벌체제의 임시방편적이고 적대적인 노사관계와 관료적인 낡은 시스템이 작업자의 창의성을 가로막고 있다.

아래 표는 한국의 재벌체제와 4차 산업혁명시기의 기술과 생산방식 등을 비교한 것이다.

▲ 제벌체제와 4차 산업혁명 시기 장단점 비교

한국의 국가경쟁력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은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아래 표를 보면 2012년 22위였던 국가경쟁력은 2014년 26위로 4단계 하락하였고, 2015년 25위로 약간 상승했다가 2016년 29위로 다시 4단계 하락하였다. 가장 크게 하락한 것은 기업 경영효율 부문으로 나타났는데, 2012년 25위였던 기업 경영효율이 2016년 48위로 대폭 하락하였다.

▲ 한국의 국가경쟁력 [출처 IMD]

지적재산권 무역수지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보여주는 징표인 지적재산권 무역수지를 보면 아래 표와 같다. 한국은 통계 작성이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2010년 67억 달러(약 8조 352억 원) 적자에서 2015년 40억 달러(약 4조 804억 원) 적자로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큰 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적자의 약 70% 이상을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 자료 : 통계청(2017)기업규모별 지적재산권 무역수지 (단위 : 백만 달러)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가장 큰 규모인데, 제조업이 전체 적자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제조업 중에서도 전기전자제품의 적자 폭이 가장 크며 다음으로 조선 등 운송장비, 비금속광물제품, 기타 기계 및 장비, 화학과 제약품, 음식료품과 담배 순으로 적자이며, 자동차의 경우만 흑자를 보이고 있다.

▲ 산업별 지적재산권 무역수지 (단위 : 백만 달러) [자료 : 통계청 2017]

국가별로 보면 미국에 대한 적자가 가장 크고, 다음으로 일본, 독일, 아일랜드, 프랑스 순으로 선진국들과의 지적재산권 무역에서 대부분 적자를 보고 있다. 반면 신흥국인 중국, 대만, 인도 등에 대해서는 흑자를 보고 있다. 즉 한국의 특허 등 지적재산권 위상은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의 어디엔가 위치하고 있다. 아직 선진국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 주요 국가별 지적재산권 무역수지 (단위 : 백만 달러) [자료 : 통계청 2017]

이와 같이 지적재산권 무역에서 만년 적자는, 한국의 재벌 기업들이 세계시장에 수출할 수 있는 주요 경쟁력은 기술력에 기반한 것이라기보다는 가격에 기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격 경쟁력은 고환율 정책, 저임금 유지 그리고 수직계열화에 의한 낮은 납품단가에 기반 한다.

이제 독점과 경제력집중으로 비정규직과 수직계열화의 가치사슬을 유지하는 재벌체제를 넘어서는 산업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경제민주화란 노동조합과 중소상공인단체 등 경제주체들이 대자본과 대등한 힘을 가지고 자신의 권리를 지킬 때 실현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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