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경제 실현하고 동아시아 ‘호혜평등’ 교역국들로 시장 넓혀가야

▲ 연합뉴스TV 화면 캡처

○ 트럼프 보호무역의 배경

트럼프 보호무역주의의 배경은 미국 쌍둥이 적자의 확대에서 기인한다.

먼저 2000년 이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되어 2015년 -7526억 달러를 기록하였다. 이는 명목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인 2006년 -8373억 달러와 유사하다. 특히 중국과 멕시코에 대한 무역적자 비중이 2010년 53.4%에서 2015년 56.0%로 증가하였다.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도 2015년 -283억 달러로 2012년 한미FTA 발효 이후 증가하고 있다(현대경제연구원, 2017).

다음으로 미국은 만성적인 재정적자로 공공부채가 증가하고 있는데, 2010년 공공부채가 10조 달러를 넘었고 2020년 16조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래 표는 현대경제연구원의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따른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자료(2017.1)”를 재인용한 것이다.

미국은 산업의 금융화,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된 2000년 이후 10년 동안 제조업 일자리 약 500만 개 이상이 감소하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제조업 일자리 145만 개가 사라졌다. 미국에서 제조업은 서비스업에 비해 안정적이고 높은 임금을 제공하여 소득재분배와 중산층 확대에 기여하였으나, 지속적인 해외 이전, 아웃소싱, 글로벌 공급, 자동화 등으로 기반이 축소되었다. 미국 제조업의 재편으로 일자리를 잃은 전통적 공업지대이자 민주당 텃밭이었던 러스트밸트의 민심은 미국인을 고용하겠다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로 나타났다.

○ 트럼프 보호무역주의 추진 과정

트럼프는 미국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쌍둥이 적자를 줄이고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하겠다고 공언하였다.

먼저 대미 무역흑자가 큰 중국, 일본, 독일, 한국, 대만, 스위스 등을 심층분석 대상국으로 지목하였고, 환율조작국 여부를 상반기에 발표하기로 하였다.

다음으로 미국 이민자를 추방하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여 미국인 일자리를 보호하겠다고 대대적인 불법이민 단속에 나서고 있다.

또한 각종 FTA 폐기 또는 재협상으로 멕시코 등에 35% 관세를 추진하고, 비관세 장벽으로 위생 및 검역(SPS), 기술장벽(TBT)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여 많은 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포기하고 아래 표와 같이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가전 및 세탁기 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하였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대미 수출 70만대(국내생산), 미국 현지생산 70만대인데, 미국 공장을 추가로 지을 경우 국내 수출 물량이 감소될 가능성이 크다.

○ 트럼프 정책의 성공 여부

그러나 이러한 트럼프의 정책이 성공할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제조업 생태계는 부품조달, 숙련인력, 임금수준, 교육시스템 등의 종합적인 환경에 의해 좌우된다. 수십 년 간 비교우위를 상실해 온 미국의 제조업이 세금 혜택과 정치적 압박만으로 경쟁력을 회복하기는 어렵다. 글로벌 분업구조가 이미 고도화되어 아시아의 부품 공급망을 미국에서 대체하는 것도 쉽지 않다. 또한 미국의 높은 임금도 기업들에게 부담이다. 매사추세츠 공대(MIT)가 발행하는 테크놀로지 리뷰(Technology Review)는 ‘아이폰7’의 부품생산과 조립이 모두 미국에서 이루어질 경우 약 90달러의 원가상승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을 이용하여 생산공정의 ‘자동화’를 추진할 것이며, 무인화를 지향하는 미국 기업들의 스마트 팩토리는 트럼프가 요구하는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지 않는다(현대경제연구원, 2017).

다음으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명', '관세 인상' 등의 보호무역에 대응하여 중국 등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보복조치에 나설 수 있다. 1929년 세계대공황으로 10년 동안 경제침체가 계속되면서 각 국가들은 식민지 경제블록으로 보호무역에 나섰고, 이는 결국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을 불러왔다. 이와 같이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 대침체국면에서 보호무역주의는 경제전쟁을 불러올 수 있다.

○ 트럼프 보호무역에 대한 나라별 대응방안

보호무역이 확산되면 국제 무역이 침체되어 수출의존의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 싱가포르, 멕시코 등은 타격이 크나 중국, EU, 인도네시아, 인도, 브라질 등 많은 인구와 거대 시장을 보유한 나라들은 충격을 견딜 수 있다. 또한 자체 기술력과 자립적 경제구조를 가진 나라와 단순한 가공무역에 의존하는 나라 간 적응력도 차이가 크다.

2016년 대미수출 비중이 82%나 되는 멕시코는 트럼프의 압박이 거세어지자, 국경장벽 비용부담에 대해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으며, 멕시코 외무장관은 나프타 재협상을 위해 산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5월 중에 협상이 시작될 것임을 시사했다.

반면 중국은 수출국 다양화와 내수시장 육성, 장비 및 중간재 국산화 등으로 미국시장 의존도를 꾸준히 줄여서, 2016년 대미수출 비중이 18%로 하락하였다. 이러한 조건에서 트럼프의 압박에 대해 신화통신은 “중국은 미국 등 교역대상국들이 중국에 시장을 개방하는 만큼만 내수시장 접근을 허용할 것”이라고 당당히 맞섰으며, 환구시보는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파기할 경우 미국과 단교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은 미국 국채의 대량 매각, 위안화 평가절하, 중국진출 미국기업 규제 등 다양한 카드를 통해 트럼프에 맞설 수 있다.

그러나 멕시코는 기술이나 중간재 생산 능력이 없는 가공무역 형태로 수출의 80%를 미국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미국과 맞설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따라서 트럼프의 정책으로 국가경제의 심각한 타격을 걱정하고 눈치만 보는 처지이다.

○ 트럼프 보호무역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 방향

트럼프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한국경제가 받을 수 있는 타격은 세 가지이다.

첫째, 한국의 대미수출 감소와 방위비분담금 확대 등이다. 트럼프가 환율조작국 지정이나 관세 및 비관세 인상으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축소를 요구하고 사드배치, 방위비 분담 확대, 미국 현지공장 설립 등을 압박하면, 한국의 제조업 기반과 일자리는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둘째, 직접적인 피해로 중국과 멕시코의 대미수출이 줄어들면서 양국에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의 수출이 줄어들 것이다.

셋째, 간접적인 피해로 중국과 멕시코의 대미 수출 감소로 양국의 경기가 둔화되면, 양국에 대한 한국의 최종재 수출이 감소할 수 있다.

트럼프의 보호정책이 우리나라에 주는 시사점은 멕시코의 사례와 비슷하다. 물론 경제발전 수준과 의존정도에서 멕시코와 차이가 있지만, 한국도 본질적으로 과도한 수출의존경제, 가공무역의 잔재 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멕시코와 유사하다.

따라서 우리도 중국을 반면교사로 삼아 자립경제 구조를 보다 튼튼히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나친 수출의존 경제구조를 개편하고, 내부적으로 분배구조를 개선하여 내수경제를 확대해야 한다. 특히 중국-대만 경제권처럼 우리도 남북경협을 재개하여 7천만을 포괄하는 한반도경제권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고도성장이 마감된 저성장 시대, 제조업 재편으로 고용절벽의 시대에 우리의 돌파구는 통일경제에 있다. 철도·도로의 대륙연결과 북의 지하자원 공동 이용,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미국의 서부철도 개척에 버금가는 새로운 한반도 개발 붐을 일으켜야 한다.

나아가 G20, 중국, 러시아,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우리와 이해관계가 비슷한 나라들이 참여하는 국제기구들과 함께 미국 및 선진국의 과도한 시장 왜곡에 대응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나라마다 보호무역주의로 경제블록이 형성되는 조건에서, 우리나라의 시장은 한반도와 동아시아가 주요 축이 되고 호혜평등을 보장하는 모든 나라로 넓혀가야 한다.

그간 진보진영이 자유무역에 반대하는 것처럼 비쳐지기도 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진보진영은 약소국의 고용과 산업발전 등의 대책 없이 강대국의 일방적인 개방과 탈규제 요구에 반대한 것이며 호혜평등의 자유무역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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