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기술 사용하면 미국산 제품으로 간주
삼성 고대역폭메모리 매출 30% 깎일 것

미국이 대중국 견제를 위해 반도체 공급망 고삐를 한층 더 거세게 조이면서 한국 기업이 진퇴양난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고대역폭메모리(High Bandwidth Memory, HBM) 및 첨단 반도체장비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현재 생산 중인 모든 고대역폭메모리가 통제 대상에 들어가며, 대상 제품을 미국이 지정한 무기금수국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무기금수국은 미국이 임의로 지정한 24개국으로, 중국이 포함된다.
문제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이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은 미국 외 제3국에서 생산된 고대역폭메모리 및 반도체장비라도 미국산 기술 또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미국산 제품으로 간주되어 통제 대상이 된다는 조항이다.
삼성과 SK를 포함하여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대다수가 미국산 기술·소프트웨어·주요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현재 세계 고대역폭메모리 시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이번 조치는 고대역폭메모리를 생산하는 한국 기업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 수출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3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상당하다.
한편 일본, 네덜란드 등 미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반도체장비 수출통제를 시행하고 있는 33개국은 해외직접생산품규칙에서 면제국으로 지정됐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서 ‘라인’을 잘 타 눈에 거슬리지 않는 국가들에게는 까다롭게 굴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반도체 대중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은 미국 수준의 반도체장비 수출통제를 시행할 수 없어 면제국에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미국의 이번 수출통제 조치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에게 심각한 전략적 딜레마를 초래하고 있다.
미중 기술패권 경쟁의 최전선에 선 한국 기업들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의 위험과 지정학적 압박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특히 중국 시장에 대한 상대적으로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는 미국의 강력한 대중국 견제 정책으로 인해 사실상 생존 전략을 재구축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