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트럼프', 대중 관세 최대 60%
브릭스에는 100% 관세로 협박
트럼프, “반도체·전기차 보조금 지급 재검토”
반도체법·인플레이션감축법 물건너갈지도
미 대중 규제 반사이익은 단기적
강달러로 한국 숨통 옥죌 것

내년 1월 트럼프 당선자의 두 번째 임기가 예정된 가운데, 트럼프의 경제 정책에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바이든 정부는 전임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된 대중국 견제와 관세 기조를 이어 받아왔다. 그러나 양자의 차이가 없지는 않다.
바이든 정부가 대중국 견제에서 ‘가치동맹’을 표방하며 동맹국들의 협력을 끌어내는 데 집중했다면 전임 트럼프 정부는 다자 협력을 배제한 채 단기적 이익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바이든이 동맹국을 신중하게 옥죄는 아나콘다라면 트럼프는 동맹국까지도 들이받는 코뿔소”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코뿔소 트럼프', 대중 관세 최대 60%
브릭스에는 100% 관세로 협박
이 같은 경향은 차기 트럼프 정부에서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찍이 트럼프는 대중국 수입품에 최대 60%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지난달 25일에는 취임 첫날에만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중국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호언했다.
또한 지난달 30일에는 브릭스 국가들이 탈달러화에 나서 달러 대신 자체 통화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했다.
이에 대중국 견제 협조를 대가로 한국 기업들이 받기로 예정된 보조금조차 지급이 불안정해지는 상황이다.
트럼프, “반도체·전기차 보조금 지급 재검토”
반도체법·인플레이션감축법 물건너갈지도
바이든 정부는 중국과의 패권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세계 각지의 반도체 기업을 자국 내로 끌어들이는 반도체법과 자동차·배터리 기업을 미 본토에 묶어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에서는 가치동맹으로 포장하여 대중국 견제에 협조하는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나름의 당근책을 제시한 반면, 트럼프는 보조금을 주는 대신 관세를 올려 생산시설을 짓게 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팀은 인플레이션감축법에 근거한 7천7백억 달러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과 5백30억 달러에 달하는 반도체법 보조금 폐지를 계획하고 있다.
영업기밀 자료를 미 당국에 제출하거나 초과이익을 환수당하는 등 여러 독소조항에도 불구하고 보조금을 기대하고 미국 내 투자를 늘려온 삼성·SK·현대차·LG 등 한국 기업들은 앞날이 불투명하게 된 셈이다.
미 대중 규제 반사이익은 단기적
강달러로 한국 숨통 옥죌 것
일각에서는 차기 트럼프 정부가 공세적으로 대중 규제 강화에 나서게 되면 그 수혜를 한국 기업이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관세 폭탄 등으로 규제 대상이 된 품목의 부족분을 한국에서 공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 수출 대기업들의 단기적이고 부분적인 수혜에 그친다. 미중 무역 분쟁은 그 불확실성으로 말미암아 전통적인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를 상승시키고, 첨단기술 분야 규제는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보호함으로써 달러 자산 매력을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된 상황에서 강달러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전반적인 물가상승으로 인한 경기 하방 압력이 강해진다.
설령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성공적으로 미국 경제를 견인할 수 있다 한들 한국이 낙수효과를 누리기도 어렵다. 지난달 수출입 동향을 보면 대중 수출은 113억달러로 5개월 연속 110억달러 이상을 기록했으나, 대미 수출은 104억달러로 3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넘긴 수준이었다.
대미 수출 증가분이 대중국 수출 감소를 상쇄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는 말이다.
관세폭탄·60조원대 수출 감소에 흔들리는 한국
또한 미국의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한국을 피해간다는 보장도 없다. 당장 한국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는 444억 달러로, 전임 트럼프 정부 마지막 해인 2020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제아무리 한국 수출 품목이 중간재가 대부분이라 관세 부과가 어렵다 해도 트럼프 행정부의 돌발적인 관세 폭탄이 떨어지지 않으리라 낙관할 수는 없다.
오히려 미국이 관세전쟁을 본격화하고 주요국이 여기 맞불을 놔 무역분쟁이 벌어지면 시장이 위축되어 한국은 60조원대의 수출 감소 등 직접적 경제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차기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은 한국 경제에 매우 불확실하고 위험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보호무역주의와 강경한 대중 견제 기조는 한국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을 흔들고,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더욱이 강달러 흐름과 환율 변동성 심화는 한국 경제의 대외 부담을 가중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윤석열 정부의 대응 능력과 전략적 대비책에 대한 우려가 더욱 깊어지는 만큼,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