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세번째 자본분열은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갈까?(2024.11.1)
대선을 앞두고 미국은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 내부의 분열은 자본 분열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현재 미국은 본토 자본과 국제자본, 실물 자본과 가상자본의 갈등이라는 제3차의 자본 분열을 겪고 있다.<편집자주>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투표를 불과 며칠 앞두고 미국 내 여러 최근 여론조사는 민주 공화 양당 대선후보들의 표심이 여전히 교착 상태에 있으며, 이번 대선이 미국 역사상 가장 치열한 대권 경쟁 중 하나가 될 것임을 보여준다. 두 당의 상호 공격 및 그 지지층의 심각한 대립은 정치에서 사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준에서 미국이 심각하게 분열되어 있음을 증명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미국 내부의 이러한 분열은 자본 분열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은 현재 본토 자본과 국제자본, 실물 자본과 가상자본(虚拟资本)의 갈등이라는 제3차의 자본 분열을 겪고 있다.
미국의 국가적 성격에는 항상 ‘자본에 의한 국가 통제’의 측면이 있었다. 이러한 통제는 정치영역으로의 자본 침투에 따른 ‘금권 정치’ 외에도 미국 자본이 인종 문제, 이민 문제, 남북 지역 갈등, 성적 지향 등 사회 내부의 분열된 이슈를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통해 실현된다. 인종과 문화 갈등에 대한 선동, 계층통합 와해 등의 수단을 통해 민중의 (미국식) 민주정치의 결함과 메커니즘의 실패에 대한 체계적 반성을 약화해 자본의 사회에 대한 주도적 통제를 확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이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는데 즉 자본 자체가 분열되어서는 안 되며, 분열될 경우 미국이 내란에 빠질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적어도 두 차례 자본 분열로 인한 붕괴 직전에 놓인 적이 있다.
미국 역사상 두 차례의 자본 분열
먼저 제1차 자본 분열에 대해서 말해보자. 미국은 1783년에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후 방치되었던 일들을 해결해야 하는 국면에 직면하였다. 경제구조는 주로 농업, 해운, 원시제조업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당시에는 자국 산업이 발전하지 않아 기초 생활물자 공급을 유럽과의 무역 거래에 의존했다. 당시의 자본은 무역자본이라고 불렸는데 유럽 열강, 특히 영국과 프랑스는 미국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프랑스는 독립전쟁에서 미국을 지지했다. 미국의 종주국이었던 영국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해군력과 경제력을 자랑했다. 프랑스 대혁명으로 유럽의 정치 지형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미국 내부는 두 강대국과의 관계를 둘러싼 갈등이 나날이 깊어졌다.
당시 미국의 무역자본 또한 친영국파와 친프랑스파로 나뉘었다. 친영파의 대표는 미국의 제2대 대통령인 존 애덤스이다. 친영파는 강력한 중앙정부를 세워 산업과 상업의 발전을 지원하고, 영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었다. 1794년 미국과 영국이 체결한 <제이 조약>(Jay's Treaty)은 친영파의 중요한 업적으로 간주한다. 이 조약은 미영 무역 관계를 재정립한 것이지만, 이는 친프랑스파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친프랑스파 대표는 미국 제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이다. 이들의 입장은 농업경제를 강조하면서 영국의 산업화와 금융자본의 집중에 회의적이었다. 영국 군주제에 반대하고 프랑스 대혁명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 친프랑스파의 경제적 이익은 주로 남부 농장주를 통해서 프랑스와 무역하는 것이었다.
무역자본의 두 파로의 분열은 당시 미국 국내 정치의 분열을 초래했다. 연방당은 상업적 이익을 보호하고 영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던 반면, 민주공화당은 농업 이익을 보호하고 프랑스와의 연결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어 당시 이미 당파투쟁의 단서를 드러냈다. 그밖에 양파의 분열은 미국 경제정책의 충돌을 야기했다. 연방당은 산업화와 금융의 집중을, 민주공화당은 농업 발전과 지방자치를 주장했다. 이 같은 두 당의 갈등은 지역 간 경제 불균형을 초래하여, 미국 내전의 위험을 잠복시켰다.
그러나 당시 미국의 내전 위험은 최종적으로 타협을 통해 해결됐다. 그때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개국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조정이었다. 그는 1793년 <중립선언>을 발표해 미국은 외국과의 영구적 동맹을 피해 불필요한 전쟁에 휘말리는 것을 방지하고, 국가의 경제와 안보를 보호해야 하며, 국가의 독립과 주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미국은 외부의 위협에도 직면해 있었는데, 미국 북부에는 여전히 영국 군사 기지가 있었고, 서부에는 프랑스 식민지가 있었으며, 남부 플로리다에는 스페인이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인디언 원주민들의 무장을 지원하여 미국 이민자들에 대항하도록 하였고, 해상력을 동원하여 미국 상선을 교란하고 습격했다. 이런 외부의 위협도 미국 내부의 조율에 일정한 계기로 작용하였다.
두 번째 자본 분열을 살펴보도록 하자. 19세기에 들어서 미국은 제2차 독립전쟁을 겪었다. 그 기간에 영국의 항구 봉쇄로 미국의 해상 무역선이 차단되었지만, 이는 오히려 미국 경제의 자립을 촉진해 향후 미국 산업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전쟁이 끝난 후 미국 정부는 자급자족의 중요성을 깨닫고 산업 발전에 도움이 되는 정책과 조치를 취했다. 산업자본의 부상과 함께 미국 자본의 성격은 무역자본에서 산업자본으로 바뀌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수요 확장을 가져온 대신, 새로운 모순 즉 남북 간 경제적 이익의 충돌을 야기하기도 했다. 미국 남부의 기후는 따뜻하고 토양이 비옥하여 농업, 특히 목화 재배가 지배적이었다. 당시 면화는 세계에서 중요한 작물 중 하나였는데, 전략적 지위가 오늘날의 석유와 맞먹을 정도로 매우 높았다. 남부 경제는 유럽과 북쪽으로의 농산물 수출에 의존하고 있었으므로, 낮은 관세를 통해 무역이 더욱 쉽고 빠르기를 원했다.
북부는 주로 산업과 제조업을 기반으로 삼았으며, 신흥 본토 산업을 외국과의 경쟁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북부의 산업 자본가들은 산업 자본주의 메커니즘이 남쪽의 목화 농장으로 이전되면 원료의 적절한 공급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믿었다. 남부 노예주들은 국가가 국토 확장 정책을 계속 시행하고 노예제를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적 요구, 문화, 노예제에 대한 태도 등 일련의 차이는 남북의 분열을 심화시켜 결국 미국 내전으로 이어졌다. 자본 분열로 인한 이 전쟁은 미국의 정치, 경제 및 사회 발전 방향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갈수록 심해지는 제3차 자본 분열
정치적 양극화, 사회적 분열 및 일련의 관련 사건으로 특징지어지는 현재의 미국은 점점 더 격렬한 '3차 자본 분열'을 겪고 있다. 미국 자본 그룹은 가상자본, 국제자본과 실물 자본, 본토 자본으로 나뉘어 있다. 월스트리트로 대표되는 가상자본과 국제자본은 지리적 분포에서는 주로 미국 동서 해안에 집중되어 있고, 인구구조 측면에서 보면 이민자와 소수민족이 대부분이다. 반면, 철강·자동차 및 기타 산업의 본토 자본과 실물 자본은 지리적으로 주로 미국 중서부에 집중되어 있으며, 인구는 주로 백인이었다.
제3차 자본 분열의 한 측면은 가상자본과 실물 자본의 분열이다. 가상자본은 금융시장의 자본을 말하며, 투자·거래 및 금융 운영을 통해 이윤을 증가시키고, 생산 활동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 실물 자본은 공장, 기계, 원자재 및 기반 시설과 같은 물리적 및 화학적 자본을 말한다. 이들은 상품 자본, 생산 자본 또는 화폐 자본의 형태로 생산 및 유통 과정에 참여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금융자본의 규모와 영향력이 크게 확대되었는데, 첨단 기술의 발전과 금융시장의 혁신으로 가상자본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이동하면서 가치를 증가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은 명백한 맹목성과 불확실성으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에 커다란 잠재적 위험을 초래했으며, 2008년 국제 금융위기의 발발은 바로 그 결과 중 하나이다.
실물 자본은 이와는 다른 도전에 직면해 있다. 경제 세계화의 심화와 금융자본의 가치가 급속하게 증가함에 따라 실물 자본은 국제 경쟁 및 금융화 추세에 의해 압박을 받고 있고, 미국 제조업은 ‘공동화’ 및 기술 혁신 등 곤경에 직면하여 가상자본과 분리되었다. 이러한 분리는 가상자본의 이익이 금융 부문과 고소득 계층에 집중되고, 실물 자본의 투자 수익은 경기 순환과 생산 비용에 의해 제한됨에 따라 사회적 부와 소득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또 다른 두드러진 분열은 국제자본과 본토 자본 사이에서 나타난다. 미국 국제자본은 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월스트리트 등 다국적 자본과 글로벌 투자자가 국제시장을 통해 진행하는 투자 및 운영을 말한다. 본토 자본은 주로 국내 시장에 집중되어 국내 생산 및 소비에 중점을 둔 자본이다. 세계화의 발전과 함께 국제자본이 빠르게 부상하고 성장했다. 글로벌 공급망, 국제 투자 및 시장 확장을 통해서 이윤을 얻은 그들은 기술 이전, 경제 성장 및 국제시장 통합을 촉진했다. 본토 자본은 실물 자본과 마찬가지로 외부 경쟁 압력에 직면하여 자체 자원의 부족과 시장 점유율의 감소를 가져왔다. 자본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지역 기업을 지원하는 보호주의 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다른 한편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글로벌 정책을 도입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정책의 '이중성'은 국내 시장의 불안정과 사회의 더 큰 분열을 초래한다.
어떻게 양당의 국내외 정책 방향에 영향을 주나?
현재 미국의 자본 분열은 양당의 투쟁 및 좌우 대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첫째, 민주당은 최근 몇 년 동안 금융자본, 과학기술 자본 및 다국적 그룹을 포함하여 가상자본과 국제자본의 이익을 더 많이 대변했다. 이러한 관련 산업은 일반적으로 미국 연안의 대도시와 경제적으로 발전된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민주당 지지 기반도 종종 이러한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일반적으로 국제자본의 흐름과 확장에 도움이 되는 자유무역, 다자주의, 이민 정책을 상대적으로 더 지지해 왔다. 이에 비해 공화당은 특히 전통 제조업, 농업 및 에너지 산업에서 지역 자본과 실물 자본을 더 많이 대변한다. 이에 따라 공화당은 실물 경제와 본토 생산에 더 많이 의존하는 중서부 및 남부 지역에 강력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다. 공화당은 본토 자본의 이익을 보호하고 촉진하기 위해서 보호주의, 저과세 정책 및 규제 완화를 상대적으로 선호한다.
자본 분열은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양당의 가치관 차이는 확대되었으며, 서로의 정책 입장을 조정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져 국내 입법 및 행정 운영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되었다. 정당 대립은 '사법의 정치화'로 이어져 양당 모두 사법을 통해 상대를 공격하고, 이것이 역으로 정치를 더욱 분열시켰다. 또 자본 분열은 유권자 집단의 대립을 심화시켰다. 가상자본과 글로벌 자본의 수혜자는 대부분 고소득 계층으로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실물 자본과 토종 자본의 수혜자는 대부분 노동자와 농민으로, 공화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지리적, 경제적 이익의 분리는 사회적 분열을 더욱 심화시켰으며, 미국 내부의 가치관, 정체성 및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 분열이 나날이 심화하여 사회 불안과 정치적 불안이 장기화하고 있다.
외교 정책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은 특히 세계화와 국제 공조를 둘러싸고 적잖은 갈등을 빚고 있다. 공화당은 갈수록 ‘신고립주의’를 지침으로 삼아 전통적인 실용주의를 버리고, ‘탈퇴’와 ‘약속 파기’로 미국의 국제 리더십을 현저히 약화하고 있다. 민주당이 대표하는 국제자본은 상대적으로 외부적 이익을 중시한다. 자원을 확보하고 시장을 확대하며 금융 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외교적/군사적 수단을 유지해야 하기에, 그들은 무력과 전쟁을 통한 지정학적 영향력의 확대를 통해서 경제적 이익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는 외부 개입을 선호한다.
* 진찬롱: 중국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교수
* 야오루쿤: 베이징시위원회 당교 국제교류와 세계정당 연구부 강사

자본주의로 망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