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76주년 기획 ③

미국은 제주 4.3 항쟁을 무참히 짓밟고 한국의 정치, 군사, 경제를 지배했으며, 미국의 지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3만 명에 가까운 미군이 대한민국 영토 곳곳을 무상으로 점령하고 있다. 1953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군 주둔권을 대한민국은 허여하고, 미국은 수락한다”라고 규정했다. 미군의 주병권을 완전무결하게 내놓은 동맹 조약은 한미조약이 유일하다.

대한민국 군대에 대한 전시 작전통제권은 여전히 주한미군사령관의 수중에 놓여 있으며, 반환된 미군 기지의 토지 오염 정화 비용은 오롯이 대한민국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범죄를 저지른 미군에 대한 사법권 역시 대한민국은 온전하게 행사하지 못하고 있으며, 100% 미군의 범죄로 인한 벌금마저 국민의 세금에서 25%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처지다.

이런 처지를 식민지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식민지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사라져야 한다. 일제에서의 식민 지배에서 ‘미국의 식민 지배’로 바뀌는 개탄스러운 현실의 길목에 4.3 제주 항쟁이 놓여있었던 것이다.

해마다 4월 3일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제주 4.3 정신 계승이 회자된다. 그렇다면 4.3 항쟁 76주년을 맞는 올해, 제주 4.3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첫째, 4.3 학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묻는 것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4.3 학살을 인정하고 사죄하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는 4.3 학살에 참여했던 공범으로서 대한민국의 사과였을 뿐이다. 4.3 학살의 주범은 미국이다. 미국의 사죄를 받아내는 것은 4.3 정신을 계승하는 첫걸음이 된다.

둘째, 자주를 실현하고 주권을 오롯이 회복하기 위한 투쟁에 나서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자주독립을 이룩한 주권 국가가 아니다. 미군의 무단 점령을 종식하고, 미국의 정치, 경제, 군사적 영향력과 지배에서 벗어나야만 자주는 실현되고 주권은 회복된다. 76년 전 제주 도민의 외침은 “자주독립, 통일, 주권 쟁취”였다는 사실을 다시 기억할 필요가 있다.

셋째, 반통일, 반민주, 반민족 세력을 청산하는 것이다. 미군정과 함께 4.3 제주 도민을 학살한 세력은 바로 반통일, 반민주, 반민족 세력이다. 역사의 단죄를 받아야 할 세력들이 제주 도민들을 학살하고 대한민국의 ‘주인’이 되었다. 이들은 80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를 좌지우지하면서 한국 사회에 군림하고 있다. 그 결과 정치는 실종되고, 경제는 파탄나고 있다.

넷째, 반전 평화를 실현해야 한다. 한반도에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언제 어디서 전쟁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정세가 조성되었다. 북(조선), 중국, 러시아를 적으로 삼는 미국의 신냉전 정책과 그의 선봉장 역할을 담당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적대 정책이 한반도 전쟁 구조를 형성하고 있으며, 거의 매일 진행되는 한미, 한미일 군사연습은 한반도 전쟁 위기의 주범이다. 윤석열 정부를 퇴진시키고, 한미, 한미일 군사연습을 중단시키고,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몰아넣는 한미 동맹을 해체했을 때 반전 평화는 가능하다.

다섯째, 얼마 남지 않은 4.10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심판하고, 자주 독립, 반전 평화, 주권 회복을 지향하는 정치 세력이 대거 국회에 입성해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오직 진보정당만이 자주 독립, 반전 평화, 주권 회복을 위한 자주 정치, 평화 정치를 펼쳐왔다는 사실은 지난 정치사가 입증한다. 그렇다고 하여 모든 진보정당이 자주와 주권을 위한 자주 정치를 펼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문제와 자주 문제를 지속해서 거론했던 진보정당, 그 결과 냉전수구세력으로부터 가장 극심한 탄압을 받아왔던 진보정당만이 자주정치를 전면화할 수 있다. 그런 진보정당 소속 정치인들이 대거 국회에 입성했을 때 비로소 자주정치는 가능해진다.

대한민국의 현실은 또다시 항쟁을 요구한다. 미국의 영향력과 지배에서 벗어나고, 반전 평화를 실현하고, 파탄 난 민생을 회복하고, 사면초가에 빠진 대한민국을 정상 발전의 길로 돌려놓기 위한 거대한 투쟁이 요구된다.

4.3 제주 도민들이 미군정의 지배와 학정을 종식하고, 자주독립과 통일을 위한 세 차례의 항쟁에 일떠서고, 미군정의 탄압과 학살에 맞서 물러나지 않고 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제주민전이라는 하나의 투쟁 조직으로 단결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 제주 민주주의민족전선이 내건 건국 5원칙
▲ 제주 민주주의민족전선이 내건 건국 5원칙

또다시 항쟁이 요구되는 대전환기,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노동자 민중의 단결이 필수이다. 하나의 정치조직, 하나의 투쟁조직으로, 자주 독립과 주권 회복이라는 정치강령으로 노동자 민중이 단결했을 때 4.3 항쟁 정신은 계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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