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서로 상대를 핵으로 공격하겠다고 공언
남북한이 서로를 적대시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국방력 강화와 무기시험과 관련한 것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자위력 강화를 위한 필요하고 당연한 조치였다고 하면 남한은 ‘그것은 남한에 대한 도발, 안보리 대북제대조치 위반’이라며 한미일 군사행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남한의 언론은 정부 당국의 발표를 가감 없이 보도하면서 북한의 무기 시험은 남한에 대한 군사적 도발이라는 등식이 정착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은 지난 2022년 하반기부터 격화되고 있는데 남북 최고지도자가 직접 등장한 케이스의 하나는 다음과 같다.
- 북한은 21~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폭발 시험과 전략순항미사일 핵탄두 모의 공중폭발시험을 각각 진행했다면서 김 위원장이 "우리의 인내와 경고를 무시한 미국과 남조선당국의 무분별한 군사적 도발 책동이 가증될수록 우리는 끝까지 더욱 압도적으로, 더욱 공세적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2023.3.24.>
-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서해 수호의날 기념식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고도화하고 전례 없는 강도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형 3축 체계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한미·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겠다"며 "북한의 무모한 도발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천안함 피격' 사건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전 배포된 기념사에는 천안함 피격이 북한의 도발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 <연합뉴스 2023년 3월 24일>
남북 두 지도자가 지난해 3월 행한 발언은 분단된 반쪽에 대해 군사적 경고를 한 것인데 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지속되는 무력시위와 날선 공세적 메시지의 일부일 뿐이다. 그 이후 남북관계는 계속 긴장수위가 높아지면서 어느 쪽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분간키 어려운 혼란스런 상황의 연속이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훈련 빈도가 높아지고 한미일 군사공조 시스템이 강화되면서 한미연합훈련을 통한 미국 핵우산 제공 훈련, 미국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등이 이어졌다.
그 가운데 북한의 대남전략이 큰 변화를 보이는 특히 조치가 주목되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 2023년 말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전쟁 중인 교전국’,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하며 “언제 가도 통일이 성사될 수 없다”고 선언한데 이어 2024년 1월 15일 평양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공화국이 대한민국은 화해와 통일의 상대이며 동족이라는 현실모순적인 기성개념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철저한 타국으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규제한 이상 주권행사 영역을 정확히 규정짓기 위한 법률적 대책이 필요하고 영토 조항을 반영해 헌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같은 표현을 헌법에서 삭제하고 한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으로 간주하도록 교육해야 한다“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경우에는 대한민국을 완전히 점령·평정·수복하고 공화국 영역에 편입시키는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연합뉴스 2024년 1월 16일>.
윤석열 대통령은 그 다음날인 16일 대통령실에서 연 국무회의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데 대해 "북한 정권 스스로가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집단이라는 사실을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연합뉴스 2024년 1월 16일>.
윤 대통령은 새해 들어 잇달아 진행된 북한의 북방한계선(NLL) 인근 포병 사격과 탄도 미사일 발사, NLL 불인정 발표를 '정치 도발' 행위로 규정하고 강경한 대응 원칙을 거듭 천명, "북한이 도발해 온다면 우리는 이를 몇 배로 응징할 것이다. '전쟁이냐 평화냐' 협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것은 북한 정권이지, 북한 주민은 아니다"라며 김정은 정권과 북한 주민에 대한 분리적 사고를 주문하고 그 연장선에서 탈북민에 대한 '따뜻한 포용'도 당부했다.
북한의 위와 같은 태도가 향후 어떤 식으로 현실화될지 주목되는데 과거 동독 의 경우 건국 초기에 정한 ‘서독과 전체로서의 독일이 동일하다’는 기존 입장을 바꿔 1960년대 들어 독일 내 ‘두 국가’가 성립됐다고 선포하고, 나아가 1974년 헌법 개정을 통해서는 독일 민족의 통일 추구를 포기했었다.
한편 북한의 헌법 수정 방침과 관련해 남한이 1987년 개정한 헌법 제3조와 제4조에서 북한에 대한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밝혀 왔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 지역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간주하고, 북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남한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의해 북한과의 평화적 통일을 추구 한다는 것으로 북한 정권의 이념, 체제를 사실상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주권 국가로 인정받고 있으며, 유엔 회원국으로도 가입되어 있어 한국의 국내법과 부딪히는 측면이 존재해 왔고 특히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북한 주민을 그 구성원으로 규정하는 큰 틀 속에서 북한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 남북합의 등이 남한 국회 비준을 받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한반도 정세는 남북간의 적대적 관계가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남북한 교류협력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쟁은 반드시 피해야한다는 점을 대전제로 할 때 남북이 반만년 역사를 지닌 동일 민족 공동체의 두 부분이며 이는 반드시 재통일을 달성해야 할 역사적 책무가 있다는 점 또한 분명하다.
어둠이 짙으면 새벽이 가까워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말을 상기할 때 어떤 식으로 든 한반도 전쟁 방지와 평화 정착을 위한 결정적 계기가 마련될 것이란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남북간 전면전쟁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상대를 격멸시키겠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두 체제에 거주하는 8천 만 동포가 형제자매지간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고 비합리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구촌이 동족상잔의 모습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이념, 체제는 한반도 역사를 살필 때 한시적이었다는 점에서 먼 미래를 살피는 자세를 생략해서는 안 된다. 오늘날 한반도 정세가 대단히 위태롭고 어떻게 평화와 안정을 되찾을까를 고민하면서 동시에 미래 세대가 오늘날의 한반도를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하는 점도 살필 필요가 있다. 여기에 분단 해소 해답의 실마리가 발견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향후 100년 뒤 한민족 후손들이 2023년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까를 상상하면서 현실을 조망하면 한반도의 남과 북은 하나의 외세, 즉 미국을 두고 판이한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다. 한쪽은 세계 제1의 반미, 다른 한쪽은 세계 정상급 친미 정부가 대치중이다. ‘미국법이 세계의 법이다’라는 식의 국가이기주의에 매몰된 미국에 대해 상반된 태도를 지닌 것에 대해 후손들이 어떤 평가를 내릴까를 생각한다면 눈앞의 문제에 대한 해법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미래 세대의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잊지 않는다면 민족 공멸을 자초하는 막가파식의 행동은 생략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촌을 볼 때 많은 공동체 가운데 민족과 국가의 지속력과 응집력, 일체감이 강하다는 점에서 이데올로기에 올인해서 동족을 집단 살상하겠다는 태도를 깊이 자성해 볼 일이다. 현재 남북한 구성원들이 누리는 오늘의 현실은 반만년 역사를 이어온 선조들의 얼과 혼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렇다면 오늘의 세대들은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조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지당한 책무라 할 것이다.
세계사를 살피면 사상과 이념은 시대에 따라 가변적이다. 민족은 사상과 이념에 비해 생명력, 구심력이 가장 긴 공동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남북한은 오늘날의 대치를 평화 통일로 이끌 로드맵을 만드는데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잠깐 긴 안목으로 현재와 역사를 살폈는데 사실 눈앞에서 전개되는 한반도 군사력 대치와 무력시위, 동족에 대한 적개심을 살피면 소름이 돋을 만큼 그 정도가 자심하다.
북은 자체 핵무기로, 남은 미국의 핵무기로 상대를 타격하겠다는 것인데 핵무기는 재래식 무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그 파괴력이 자심하다. 그것이 얼마나 지독한 것인가를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에 떨어뜨린 두 개의 핵탄두로 인한 인명 피해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1945년 8월 6, 9일 핵 공격을 받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도시에서 현장 사망 23만 명, 부상 및 후유증 피해 51만 명 등 총 74만 명의 원폭 피해자가 발생했다. 두 도시는 군수 도시로 강제로 끌려와 노동에 동원됐다가 피해를 당한 조선인 피해자는 10만여 명에 달했다.
조선인 피해자 가운데 5만 명은 즉사하고 5만 명이 살아서 4만 3,000명이 영구 귀국하고 7,000명이 일본에 거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존 조선인 가운데는 원폭 투하 후에 일제에 의해 잔해 제거에 강제동원되어 피폭되는 경우도 많았는데 부상자들은 일제에서는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홀대를 받았고, 귀국 이후에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남북, 서로 상대를 핵으로 공격하겠다고 공언
북한은 남한에 대해 전술 핵무기로 지상 수백 m 폭파실험을 마쳤다고 공언하고 남한은 북한에 대한 미국의 핵공격 전략에 전적으로 의존해서 북한을 핵으로 초토화시키겠다고 맞대응한다. 이런 모습은 남북한이 상대를 겁줘서 전쟁을 포기하도록 만들겠다는 심리전 차원의 메시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은 간단치 않다. 분단국 외부의 외세는 언제나 그렇듯이 분열과 대립을 이용해 잇속을 채우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세계군사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남한에 대해서는 혈맹을 앞세우고 북한을 그 불쏘시개 정도로 활용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인공위성 발사도 유엔 제재 대상에 포함 시키는 등 대북 제재에 상당 부분 동참했다가 최근 우크라-러시아 전쟁으로 신냉전이 도래하자 북에 대해 안보리 추가 제재에 반대하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우주탐사, 개발과 직결되는 인공위성 발사를 범법화 하는 것은 국가라는 공동체의 미래 발전을 차단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중국, 러시아는 2006년 7월 안보리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2009년 4월 인공위성 발사를 불법으로 규정한 결의안에 찬성했다. 중국, 러시아는 안보리의 대북제재에 대해 신냉전이 도래한 2023년 이전까지 원칙적으로 찬성해왔다. 그러다가 미국의 중국 포위전략이 강화되고 동북아 상황이 대만 문제 등으로 급변하면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뒤바뀐 대북 입장은 지난 21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낸 공동성명에 나와 있다. 두 정상은 “한반도 정세에 우려를 표명하고 관련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국면 완화를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국을 향해 “실제 행동으로 북한의 정당하고 합리적인 우려에 호응해 대화 재개의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2023.3.22>
중·러는 이어 “양측은 시종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수호 및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주장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 메커니즘을 수립할 것으로 공동으로 주창해왔다. 양측은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력을 취해서는 안 되고 그것은 통하지도 않으며, 대화와 협상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양측은 계속해서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며 ‘쌍궤병진(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동시 추진)’의 사고와 단계적·동시적 행동 원칙에 따라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 과정을 끊임없이 추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냉정히 살펴야 할 것은 미국, 중국, 러시아라는 강대국은 한반도의 분단을 최대한 이용하려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며 미래에도 그럴 속셈으로 필요할 경우 물밑 흥정, 거래를 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최상의 선택이나 서로 윈윈하는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남북한은 정부, 개인 모두 상대와 자기 발밑을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구촌 전체를 고려하면서 중장기를 내다보고 지혜를 짜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것을 생각할 때 오늘의 현실에 대한 고민은 후손들이 안전하게 살아가야 할 미래를 예비하는 작업도 당연히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오늘날 한반도 두 진영은 나날이 강대강으로 치달아 어떻게 평화적으로 해결될 것인가를 가늠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북한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전략, 전술용 각종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는 무력시위를 지속하면서 핵무기 사용을 법제화하고 북한 비핵화를 거론하는 것조차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전술핵무기로 남한도 공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감추지 않고 있다. 물론 전쟁 그 자체가 목적은 아닐 것이고 외교안보 차원에서의 해결을 바라고 있을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한미연합훈련의 중단과 유엔 등의 대북제재 조치해제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한미 두 나라도 북한에 대해 강대강으로 응수할 뿐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태도는 전혀 없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북정책은 한미일 군사협력 체제의 강화로 알려져 있다. 유엔은 북한이 안보리 제재조치를 위반한다는 미국 쪽 의사만을 주로 챙겨주는 식인데 이런 모습은 우크라-러시아 전쟁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남한도 미국의 각종 최첨단 전략자산을 동원하고 북한 요인 암살과 같은 참수작전을 포함한 합동군사훈련을 지속적으로 벌이면서 이를 언론에 계속 공개하고 있다. 남측 대중매체는 한미연합훈련의 현장 모습을 중계방송하듯 안방에 전달하면서 언론의 전시동원체제와 엇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이래 한반도의 두 진영은 군사적 행동과 감정대립의 수위를 높이는 짓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의 경우 군사적 긴장상태가 높아지면 국방장관이나 군 최고 지휘관간의 전화통화 등을 통해 우발적 충돌을 막자는 안전조치를 생략하지 않는다. 북한은 그런 안전조치를 거부하고 한미도 맞장을 뜨는 모습이다.
현재의 지구촌은 신냉전으로 진입해 간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동북아에서는 한미일, 북중러로 굳어가는 추세다. 만약 현재와 같은 움직임이 지속될 경우 한반도나 대만에서의 무력충돌이 발생할 경우 동북아 전체가 전화에 휘말리는 상황으로 비화될 개연성이 점차 더 커지고 있다.
전쟁이 발생하면 젊은 군인은 물론 민간인의 희생이 크다는 점에서 정치는 모든 수단을 다 해서 전쟁은 막아야 한다는 것에 이론이 있을 수 없다. 정의의 전쟁이 존재한다고 하나 가능하다면 전쟁을 하지 않고 승리하거나 전쟁이 발생하지 않을 상황으로 정치외교를 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정치권은 이런 책임감을 가지고 국민의 머슴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