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검사출신 대통령이 극찬하는 불평등한 한미동맹
민주주의, 가치, 법치를 윤석열 대통령은 기회만 있으면 자신의 18번( 가장 즐겨 부르는 노래. 일본의 유명한 가부키 집안에 전하여 오던 18번의 인기 연주 목록에서 온 말)으로 주장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지극히 세속적인 검사라는 틀에 갇힌 민주주의, 가치, 법치다. 법조계에서는 ‘일선 검사가 오류를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는 섬뜩한 말이 있다.
이상적인 검사라는 것이 존재할지 모르지만 그런 검사는 피의자를 무죄 추정의 원칙에서 바라보고 접근하고 수사해서 결론 내는 그런 자질을 갖췄을 것으로 추정된다. 윤 전 검사에게서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는 대통령이라는 입장에서 국내 비판 세력이나 노동운동에 대해서조차 공산집단, 반사회적 집단이라고 공개 발언한다. 그의 그런 언급이 적절한 사법적 판단의 과정을 거친 것이라면 수긍할 수 있다. 그러나 뜬금없이 주장하는 그의 모습에서 이상적인 검사였을 것 같지는 않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부터 선제타격을 외치다가 당선되자 한미일 군사협력체제가 북한 핵에 대처하기 위한 최선책이라며 미국의 한국 정부 도감청이 문제없다 하고 일본의 강제징용에 대해서도 굴욕외교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그의 18번 민주주의, 가치, 법치로 어떻게 해석되는지 궁금하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이 오늘날 한국의 경제적 번영을 가능케 했다면서 한미상호방위조약, 유엔사를 극찬하고 있다. 그러나 역사를 살피면 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미군정 이후 소련 견제를 통한 미국의 동북아에서의 이익 확보라는 미 국익 추구의 과정이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주한미군 사령관이 유엔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 등 3개의 사령관 모자를 쓰게 하고 한반도에서 미국의 국익을 보호하기 위해 그물망 같은 장치를 해놓고 있다. 이들 장치의 핵심적 요인은 한미상호방위조약, 유엔사, 한국군 작전권, 미 대통령의 대북 선제타격권 등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의 한반도 군사 배치를 권리(right)로 규정하는 등 한국의 군사적 자주권이 실종된 채 미국에 예속, 종속된 비정상을 구조화한 불평등 조약이다. 이승만이 조약으로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원했는데 미국은 한술 더 떠서 군사적 권리를 확보해 한국에 대한 군사적 지배력을 강화했다.
이 조약에 따라 주한미군기지는 치외법권적 특혜를 누리고 한국의 공권력이 미치지 못한다. 이성계 위화도 회군처럼 군대는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다. 이 때문에 필리핀은 미국과의 군사협정에서 미군은 필리핀에서 영구 주둔할 수 없고 잠정체류 시 필리핀 기지 안에서만 가능하고 환경오염 등에 대해서는 필리핀 법의 적용을 받고 핵무기 반입은 금지되어 있다. 한미 동맹이 얼마나 국제법적 취지에서 벗어나 있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 사례다. 이런 모습은 국제사회의 상식에 정면 위배되지만 윤 전 검사의 18번 민주주의, 가치, 법치에 어떻게 부합하는지 궁금할 뿐이다.
유엔사도 유엔의 기구가 아니라 미국 정부의 산하기구 성격이다. 유엔사는 제2의 한국 전쟁에 대비하는 것은 물론 남북한 교류가 육상으로 이뤄지는 것에 대한 감독권을 행사하고 있다. 그 뿐 아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생해 한미연합군 등이 북진할 경우 수복 영토에 대한 군정실시 권한이 있다는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 개입할 경우 한반도는 윤 전 검사 정부가 희망하는 데로 남북통일이 되는 것과는 거리가 더욱 멀어진다.
미국은 정전협정이후 주한미군을 소련,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동북아 최전선 부대로 유지하면서도 공개적으로는 대북용이라고 내세우고 한국 정부도 그에 부응해 왔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미국은 물론 동북아 외세는 한반도 통일을 원치 않고 분단 상태라는 현상 유지를 최선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점에서 박정희 이래 역대 대통령 등이 남북한 교류협력을 추진해온 깊은 뜻이 있다는 점을 살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군사적으로 미국에 예속, 종속된 상황인데도 그렇지 않은 양 북한에 대해 ‘도발하면 정권 종식’이라고 하거나 우크라이나 현지 방문, 중국과 러시아 등에 날 선 발언을 내놓고 있다. 세계는 한국의 군사 외교적 위상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고 있는데도 그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미국의 목소리를 대변하거나 큰 소리를 치는 것은 닭살이 돋을 정도로 참혹하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 대북 선제타격을 한국 대통령이 할 수 있다고 외쳤다가 미 의회가 ‘그것은 미 국익과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식의 반대 견해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 후 대북 군사적 경고의 어휘가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그가 기용한 국방부 장관 등은 ‘북한 도발 시 원점 타격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는 어떤 면에서 미국의 사전 동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그 이유는 간명하다.
미국은 대북 선제타격권을 미 대통령이 행사할 미국식 법적 장치를 갖춰놓은 상태이고 이를 발동 시 한국 대통령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는다. 미국식 법치 때문이다. 한국군의 전시작전지휘권이 미군사령관에게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군사적 자주권이 없는 상황이다. 또한 북한 도발에 대한 군사적 대응은 유엔사의 정전협정 등의 제약을 받는다.
한국군의 독자적 대북 군사행동이 미 국익에 부합치 않을 경우 슈퍼갑인 미국이 개입하는 상황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은 한국이 미국의 이익에 반해 대북 선제타격권을 발동하는 것에 항상 반대해왔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의 대북 호전적 태도는 미국을 불안케 할 수도 있다. 이런 모든 불합리한 점을 일거에 해소할 방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 6조를 발동해서 한미군사관계를 정상화하는 방법이다. 그렇게 하면 미국이 슈퍼갑의 기득권이 아닌 국제법을 준수하는 한반도 정책을 수립하는 법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최고 권좌에 오른 뒤에 법치의 최고수일 것 같았던 기대치를 스스로 짓밟았다. 그는 철저한 2분법 논리로 야당과의 대화나 협치를 외면하고 국민을 갈라치기 하는 정치적 행동을 반복하는 비정상을 반복하고 있다. 선출직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통령이 선거이후에도 당리당략에 물불을 가리지 않거나 공권력을 작동하면 현행 선거제도가 유지되기 힘들다. 그것은 자칫 선거 무용론으로 치닫고 그 결과는 군부독재 시절의 그런 것처럼 참혹하게 개악될 위험성이 커진다. 윤 대통령이 이런 타성을 고치지 않으면 자칫 탄핵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국가보안법이 그 출발점이다. 북한에 대해 선제타격, 힘에 의해 평화유지, 동맹을 통한 북한 제압 등이 국보법의 취지 속에서 발동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이승만 이래 국보법을 집행해온 오랜 전통이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보여 진다. 하지만 대통령의 경우 헌법을 보면 전쟁 방지, 평화통일의 책무가 있다. 북한은 국보법으로 보면 반국가단체이지만 국제법으로 보면 유엔 회원국으로 어엿한 국가다.
최근 헌법재판소가 국보법 7조 등을 합헌으로 결정하면서 윤 대통령은 대단히 만족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냉정해야 한다. 국보법은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악법으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 시대에 국가적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시대에 따라 가변적인 이념을 영속적 성격의 민족보다 우선하는 반민족적 취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막중하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가 검찰총장으로 발탁한 인물이다. 정부에서 고위직을 임용할 때는 흔히 인사검증을 거치게 되어 있다. 윤 대통령의 경우 그렇지 않은 듯하다. 철지난 냉전 논리에 치우쳐 21세기의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상식적 토양에 걸맞지 않은 체질을 지니고 있거나 처나 처가 쪽의 위법 논란이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장차관이나 정부산하기관 등에 기용하는 인사에서 그의 사상과 철학이 극명하게 들어난다. 그가 국회에서의 거듭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밀어붙이는 인사는 대부분 지독한 뉴라이트 전력을 지녔거나 시정잡배도 입에 올리지 못할 반사회적, 반윤리적 발언을 남발한 전력이 있다. 이런 기이한 사람 식별 능력의 원동력은 전체 시민사회와 정치를 좌우, 내 편, 네 편으로 보는 기형적인 가치판단이라는 점은 쉽게 추정할 수 있다.
냉전이 종식된 지 오래된 오늘날 흑백논리식 정치를 대통령이 된 상황에서 부르짖는 것은 부적절하다. 군사안보, 경제안보라는 말이 흔해진 시대상황이라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가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면 당선 직후부터는 상식에 걸맞는 국익 증진, 국민 행복 강화에 진력해야 한다. 당연히 모든 국민의 대통령으로 행동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선거제도에 걸맞다. 윤 대통령의 한미, 남북정책은 물론 국내 정치에서 들어난 행태는 근본적으로 수정되어야 한다. 그런 점을 지적하기 위해 이 연재가 기획되었다.
전북 옥구 生, 고려대 졸, 고려대 문과대학 사회학박사, 한미일연구소 상임대표, 80년5월민주화투쟁언론인회 대표, 제2회 민족일보 조용수 언론상 수상 · 제26회 통일언론상 특별상 수상, 전 한성대 겸임교수, 2018년 월간문학 등단.
펴낸 책 : 한미동맹과 한미상호방위조약(2021. 11. 지식공작소), 인문사회과학적 시각으로 본 국보법2018. 11. 유북스), 인문학,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때다(2018. 8. 교육과학사),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TV 리터러시(2009년 12월) /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미디어 교육 / 지성인을 위한 미디어 교육(2007년 5월 형지사) 분단을 넘어 통일을 향해(1999년 8월, 살림터), 논리로 떠나는 통일여행(1995년 8월, 이가책), 반 핵과 미술(1989년 8월, 춘추원), 한겨레창간과 언론민주화(2004년 12월, 나남), TV와 인터넷에서 우리 아이 지키기(2002년 10월, 북스토리), 5․6공 언론비판서(1990년 9월, 춘추원), 언론유감(1998년 8월, 살림터 : 문화관광부 추천도서 선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