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엔 근무환경 자랑했던 쿠팡
"쿠팡 행태는 배송 시장 교란할 것"
59.5% 쿠팡 기사 "3일 정도 휴가 필요"
"쿠팡 배송 몰릴 수도··· 과로사 우려"

4년 전, 택배 기사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택배 없는 날’에 쿠팡이 동참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어렵게 이룬 사회적 합의를 쿠팡이 이기적 영업으로 후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택배 없는 날’은 2019년부터 택배노동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고용노동부 또한, 2020년부터 주요 택배사와 ‘공동선언문’을 통해 매년 8월 14일을 택배 쉬는 날로 정하기로 합의했다. SNS에서는 ‘#늦어도괜찮아’ 캠페인이 벌어지며 응원과 연대의 목소리가 이어지기도 했다.

2020년 사회적 합의 끝에 생긴 택배 없는 날 공동선언문 ⓒ 택배노조​
2020년 사회적 합의 끝에 생긴 택배 없는 날 공동선언문 ⓒ 택배노조​

한진, 로젠택배, CJ 대한통운 등 여러 택배 업체는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쓱 배송,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쿠팡 등은 택배 없는 날과 관계없이 배송을 계속할 것이란 뜻을 내비쳤다. 

이에 서비스연맹 택배노조는 “어렵게 이룬 사회적 합의의 결과를 쿠팡도 예외없이 동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자사 영업이익에만 몰두한 쿠팡을 규탄하며, 국민이 불매로 회초리를 들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8.14 택배 없는 날, 쿠팡 동참 촉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6일 국회에서 열린 8.14 택배 없는 날, 쿠팡 동참 촉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쿠팡은 지난 2021년 ‘택배 없는 날’을 응원하는 영상을 공개하면서도 주 5일 근무, 15일 연차, 연 130일 휴무를 보장하는 쿠팡친구(쿠팡 배송기사, 당시는 직접고용형태)는 배송 서비스를 이어가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쿠팡은 2022년부터 직접 고용하던 배송기사를 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CLS) 간접고용형태로 전환했다. CLS는 또 각 지역의 대리점과 계약하면서 하청의 재하청 구조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현재 쿠팡 배송기사들은 하루 평균 9.7시간, 주 평균 5.9일을 일하게 됐다. 평균 식사 시간은 18분에 불과했다. 2021년만 해도 근무환경을 과시하며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았던 쿠팡은 그 명분도 사라진 거다. 그런데도 쿠팡은 ‘택배 없는 날’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 2021년 8월 쿠팡의 보도자료 사진 
ⓒ 2021년 8월 쿠팡의 보도자료 사진 

쿠팡 배송기사들 또한, 휴가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쿠팡 배송기사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이 중 187명의 기사가 답변했다. ‘택배 없는 날’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59.4%만이 알고 있다고 답했고, 1년 이상 근무자 가운데 지난해 2박 3일 이상 여름휴가를 보냈는지를 묻자, 36%만이 다녀왔다고 답했다.

휴가계획이 없다고 답했던 기사 중 택배 없는 날이 생기면 휴가를 계획하겠다고 답한 비율은 90.4%였고, 응답자의 59.5%가 쿠팡 퀵플렉스에 최소 3일 정도 휴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8.14 택배 없는 날, 쿠팡 동참 촉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26일 국회에서 열린 8.14 택배 없는 날, 쿠팡 동참 촉구 기자회견 ⓒ 김준 기자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쿠팡의 행태로 영업이익을 침해당한 여타 택배사들이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진 택배 없는 날을 계속해서 유지할 것인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사회적 합의가 무너지면 택배 노동자들은 또다시 과로사 위험에 노출되게 될 것”이라 강조했다.

진경호 택배노조 위원장은 쿠팡의 택배 없는 날 불참은 쿠팡 택배 노동자들의 업무과중으로 이어질 것이라 지적했다. 진 위원장은 “쿠팡이 정상영업한다면 쿠팡으로 택배가 몰릴 것”이라며 “현재 노동강도도 작지 않아, 또다시 과로사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대표는 “여태 과로사한 배송기사들의 피로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진 것인데 쿠팡은 반칙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계속해서 반칙을 일삼는다면 소비자들, 국민께서도 쿠팡에도 주문하지 말아 줄 것”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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