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하다 죽어라’...‘클렌징’이라 쓰고 ‘상시해고’라 읽는다
클렌징 공개입찰제도로 ‘주간해고제’ 도입한 쿠팡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이하 ‘쿠팡’)가 택배노조 조합원을 연달아 해고하면서 노조탄압의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쿠팡은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택배노조 조합원 9명을 해고했다. 프레시백 회수율과 난배송구역의 수행률(당일배송율)이 떨어진다는 명목이었다. 이에 쿠팡이 간접고용 제도의 맹점을 악용해 상시해고를 일삼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오전,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쿠팡의 노조 탄압 중단과 ‘클렌징 제도’ 즉각 폐기를 요구했다. 택배노조는 “7월만 조합원 9명이 ‘클렌징(배송구역 회수)’을 당하면서 노조 창립 후 석 달 만에 총 17명이 실질적으로 해고를 당한 상황”이라 전했다.

▲4일 오전 11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본사 앞에서 열린 '무차별 연속해고, 노조탄압 쿠팡CLS 규탄 회견'에서 원영부 전국택배노동조합 경기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4일 오전 11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본사 앞에서 열린 '무차별 연속해고, 노조탄압 쿠팡CLS 규탄 회견'에서 원영부 전국택배노동조합 경기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택배노동자 쥐어짜는 클렌징...노조탄압 수단으로 이용돼

쿠팡은 ‘클렌징’을 통해 대리점 물량을 조정한다. 클렌징이란 택배노동자가 일정량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대리점으로부터 배송구역을 회수하는 제도를 뜻한다. 문제는 클렌징이 고강도 노동을 유도해 택배노동자의 과로를 조장하고, 일종의 상시해고제로 악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클렌징은 대리점과의 계약해지라는 형태로 이뤄지기에, 택배노동자는 자기 구역을 지키고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클렌징 기준이 되는 ‘일정량의 업무’ 또한 쿠팡의 자의에 따라 마구잡이로 적용된다.

지난달 택배노조 쿠팡 강남지회 조합원들에게 가해진 클렌징이 대표적이다. 쿠팡은 7월 10일 강남지회 조합원 3명의 구역을 클렌징 대상으로 등록해 2주간 수행률을 방어하지 못하면 해당 구역을 회수할 것이라고 담당 대리점에 통보했다.

노조 확인 결과, 문제가 된 구역은 길이 험하고 복잡해 배송이 어려운 구역이었다. 배송지까지의 이동시간 역시 왕복 2시간이 걸려, 수행률이 부족하더라도 통상 1회 분량의 배송이 이뤄지던 상황.

▲4일 오전 11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본사 앞에서 열린 '무차별 연속해고, 노조탄압 쿠팡CLS 규탄 회견'에서 원영부 전국택배노동조합 경기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이런 조건에서 쿠팡은 2회전 분량의 배송을 요구하며 ‘수행률’을 빌미로 클렌징 압박을 가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해당 구역 담당 조합원들은 대리점과 교섭이 결렬되어 지난달 합법적 쟁의권을 갖게 된 상태였다. 쿠팡이 택배노동자들의 노조활동을 무력화하기 위해 쟁의권을 확보한 대리점에 의도적으로 클렌징을 걸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수행률 방어 기간 중 조합원들은 폭우 속에서 배송을 하다 산재를 입거나 예비군 훈련을 다녀오느라 방어에 실패했고, 결국 7월 25일 클렌징이 시행되었다. 쿠팡의 작위적 기준에 따라 조합원들이 사실상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강민욱 쿠팡택배 강남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4일 회견에서 강민욱 쿠팡택배 강남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전국택배노동조합

클렌징 구역 공개입찰제도...대리점 간 지옥 경쟁 유도

최근 클렌징 제도는 공개입찰제도와 결합하여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달 10일부터 쿠팡은 클렌징 구역을 공개입찰에 부쳐 대리점 간 무한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주 월요일마다 클렌징 될 구역이 선정되고, 입찰 공개되어 일주일 단위로 사실상의 해고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쿠팡이 ‘주간해고제도’를 도입해 택배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강민욱 쿠팡택배 강남지회장은 “공개입찰제도가 도입된 이후 매주 해고자가 나온 상황”이라며 “다음 주에, 그리고 그 다음주에 또 다른 해고자가 나올 것”이라 규탄했다. 강 지회장은 “매주 나의 구역이 공개입찰에 나왔는지, 타 업체의 입찰이 들어왔는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며 “쿠팡 택배현장은 준 초상집과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택배 배송이 택배노동자의 손에 달려 있음에도, 쿠팡은 이윤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수단으로만 택배노동자들을 바라보고 있다”며 무차별한 해고와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했다.

한편, 택배노조는 매주 금요일 저녁 쿠팡 본사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진행하며 쿠팡의 실태를 알리는 선전을 병행할 것이라 밝혔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전국택배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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