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세 번이면 노점 강제철거? 서울시는 노점 말살조례 멈춰야”
“노점은 가난한 자들의 마지막 선택지”
노점상들이 ‘노점 삼진아웃제’를 비판하며 서울시의회를 규탄하고 나섰다.
‘노점 삼진아웃제’는 '서울시 노점 관리 조례'에 포함된 제도로, 민원이 세 번 발생하면 노점을 강제철거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본 조례는 문성호 국민의힘 서울시의원 주도하에 6월 중 발의될 예정이다.
노점상들이 ‘서울시 노점관리 조례’가 당사자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데에 반발하며 조례 추진 중단을 요구하는 가운데, 시의회가 도시빈민의 생계를 위협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오전, 8,000여 노점상으로 구성된 ‘서울시 노점말살 조례 저지 노점단체 대책위(대책위)’가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70세가 넘은 노점상 수십명이 모인 가운데, 국민의힘이 장악한 서울시의회를 향한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노점상들은 3월 내내 서울시의회 측에 면담을 요청하고 입장문까지 전달했지만, 의원들의 면담 거부로 분노는 더욱 거셌다.
이경민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비상대책위원장은 시의회를 향해 “거리에서 40~50년간 장사하며 자식들 먹여 살린 어머님들 삶을 보라”고 일갈했다.
이 비대위원장은 “서울시 노점조례 문제에 대해 수없이 얘기했고, 문성호 의원과 시의회 의장에게도 만나서 논의하자고 수차례 얘기했다”고 전하며 “그럼에도 의원들은 묵묵부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조례가 졸속으로 날치기 통과되지 않도록 주시하겠다”고 경고했다.
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코로나가 휩쓴 2020년 노점상 월평균 소득은 130만원”이라고 말했다. “소득도 지원금도 없어 34퍼센트 노점상이 대출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해왔다”고 밝히며, “이제 막 코로나가 풀리는 시점에 시의원이라는 자가 노점 3진 아웃이라니, 이게 할 소리냐”고 되물었다.
재임 활동가는 또 “세계문화 다큐멘터리를 보면 전 세계 어느 나라 배경으로든 노점이 나오고, 외국인 관광객도 한국 여행시 노점을 꼭 방문한다. 평범한 사람의 삶이 깃들어있는 곳이 노점이기 때문”이라며 한국 노점의 의미를 강조하곤, “노점 말살 조례는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김재하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노점 생계에 대한 국가와 사회 책임을 강조했다.
김 공동대표는 먼저 “이 앞에 계신 할머님들이 먹고 살만하면 지금이라도 노점을 안할 것”이라며, “이조차 못한다면 살아갈 수 없기에 노점을 하고 있다”고 대변했다.
이어 “노점 생계는 국가와 사회, 시가 책임져야 할 문제임에도, 생계 유지를 위한 대책은 세우지 못할망정 몰아내는 데만 혈안”이라고 규탄하며, “누군가 전화 세 통으로 민원을 제기하면 용역깡패, 구청직원을 동원해 노점 좌판 발로 차고 끄집어 내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호통쳤다.
김 공동대표도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은 문성호 의원 핑계 대지말고 당장 면담에 응하라”고 요구했다.
문성호 시의원 지역구인 서대문구의 냉혹한 처사도 규탄 대상이 됐다.
신동환 전국노점상총연합 의장은 “다른 지역은 노점상과 구청장이 소통해 가스, 수도 공급받아가며 장사하는데 서대문구는 그렇지 않다”며, “서대문구 노점 환경은 서울 25개 구 중 가장 열악하다”고 전했다.
신 의장은 “문성호 시의원은 노점상 발목을 잡아 다가오는 총선에서 공천을 받으려 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활동가는 “노점상은 선거 때 정치인이 어묵을 먹는 배경으로만 취급받았다”며, “이들은 배경이 아니라 각자 삶을 가진 당당한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제 인권 기준에 따르면 이해관계자 모두의 참여로 법과 제도를 만드는 것이 기본”이라며, “노점상이 가장 큰 당사자임에도 일방적으로 조례를 발의하겠다는 것은 국제 인권기준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서울시의회를 향해 ‘늙은 노점상의 노래’를 부르며 노점 관리 조례 중단을 촉구했다.

회견을 마친 대책위 대표자들은 서울시의회 의장 면담을 요구하며 시의회로 향했다. 그리곤 담당 공무원을 통해 노점상과 대책위의 요구를 전달했다.
한편, 대책위 측은 서울시 노점 관리 조례와 관련, 노점상을 포함한 시민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