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쿠팡 1천 416억원 흑자"
"택배노동자 대하는 태도 바뀐 쿠팡"
'택배노동자 57.9% 가입 의사 있어'

쿠팡 ⓒ 김준 기자 
쿠팡 ⓒ 김준 기자 

쿠팡은 미국 아마존닷컴을 롤모델로 삼아 성장하고 있다. 초창기 아마존은 손해를 감수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열중했고 현재는 독보적인 점유율로 안정적인 흑자를 보이고 있다.

쿠팡도 같은 길을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올해 1분기 1억 677만 달러(1천 41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0년 설립 이후, 많게는 1조까지 적자를 내던 쿠팡이 2022년 3분기부터 흑자를 보기 시작하더니 빠르게 승승장구하는 모양새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고객에게 폭넓은 상품군, 저렴한 가격, 탁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비교 불가한 정도로 투자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에 반해 쿠팡 택배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9.7시간의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1부에서도 언급했듯 쿠팡이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한 시기는 자회사 CLS(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설립해 정규직 배달 직원(쿠팡맨)을 하청의 재하청 구조로 재편하면서 시작됐다.

지난달 24일 전국택배노조 산하에 쿠팡택배지회가 창립됐다. 이에 조합원들과 택배노조 간부가 현장에 들어가 노동조합 활동을 하려 하자, CLS는 이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에 조합원들이 반발했고 몸싸움이 벌어졌다. 과정 중에 택배노조 경기지부장은 팔에 심한 멍이 들기도 했지만, 일부 언론은 공장 내 설치된 CCTV 장면으로 노조의 폭력성만을 부각하려 하고 있다. 사 측은 ‘사유지’라서 출입을 막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20년, 비슷한 사건에서 법원은 노조의 출입에 위법성이 없다고 봤다. 2017도 2478 폭혁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판례가 그 예다. 이 사건은 금속노조 소속 간부가 사 측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의 증거수집을 목적으로 생산공장에 들어갔다가 사 측으로부터 공동주거침입죄로 기소된 사안이다.

당시 법원은 ‘공장의 시설이나 설비를 작동시키지 않은 채 단지 그 상태를 눈으로 살펴보았고, 근로자들의 업무를 방해하거나 소란을 피운 사실도 없던 점을 비추어 볼 때, 피고인들(금속노조 간부)의 행위는 근로조건 유지·개선을 위한 조합활동으로서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무죄를 판단했다.

이 밖에도 노조는 교섭요구 공문을 전달하고, 단체교섭요구 사실공고문을 부착하려 하자, CLS 측이 방해하며 부착한 공고문을 떼겠다고 협박했다고도 전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14조의2 ② 노동조합은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때에는 노동조합의 명칭, 그 교섭을 요구한 날 현재의 종사근로자인 조합원 수 등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적은 서면으로 해야 한다.

쿠팡택배 분당지회는 해당 사건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쿠팡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2014년만 하더라도 타 쇼핑몰은 외부 택배회사를 통해 배송하는 것과 다르게, 쿠팡맨은 회사에 소속돼, 배송직원으로는 처음 직접 고용된 형태을 띄었다. 이는 노동자 권리,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졌다. 당시 “비 오는 날 택배 상자가 젖을까 봐 우산으로 받쳐 배송했다”는 쿠팡맨 일화는 유명하다.

“아무리 좋은 제품을 준비하고 모바일 앱 같은 편리한 쇼핑 환경을 만들어도, 고객을 직접 대면하는 배송이 불만족스러우면 전체 만족도가 떨어진다”, “배송을 비용 문제로만 접근하면 현실적으로 택배기사에 대한 처우가 낮을 수밖에 없다.” 당시 쿠팡 홍보팀 관계자가 인터뷰한 내용이다. 당시 쿠팡맨 재계약률은 90%가 넘었다. 

11일 국회에서 을지로위원회가 쿠팡로지스틱스 생활물류법 이행 및 국토부의 관리 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김준 기자 
11일 국회에서 을지로위원회가 쿠팡로지스틱스 생활물류법 이행 및 국토부의 관리 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김준 기자 

하지만 택배노조가 지난달 1일부터 12일까지 1,000명의 택배 노동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78%(약간 불안 32.7%, 매우 불안 45.3%)가 클렌징(구역회수)로 인해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택배 노동자의 고용이 불안정하고, 그래서 불안함을 느끼고 있다면, 고객 서비스에 대한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1부에서 이야기했듯 쿠팡 배송기사들의 여력이 안 돼, 프레시백이 집 앞에 쌓인 소비자들은 불편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황준성 전국택배노조 쿠팡택배 분당지회장은 “택배 노동자들이 싸워서 생활물류법이 생기고 난 뒤에 택배사들은 역대 최고 실적이듯, 쿠팡택배 노조의 싸움은 택배업계의 후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노조와의 상생이 더 나은 길임을 시사했다.

위 설문조사에서 ‘퀵플렉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면 가입할 의사가 있냐’는 질문에 57.9%가 가입할 것이라 밝혔고, 31.7%가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쿠팡택배지회는 이제 막 걸음을 시작했지만 사 측은 초장부터 노동조합 기를 꺾으려는 모양이다. 하지만 황 지회장은 다른 택배사의 기준이 되지 않기 위해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를 관철시키고 있다.

황 지회장은 “쿠팡이 말하는 고객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말이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을 담보로 피묻은 택배를 전하겠다는 얘기는 아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택배노동자들에게는 “모이는 만큼 힘이 생기는 것”이라며 “투쟁에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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