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당 수수료, 타 택배사 보다 낮은 수준"
"장례식 다녀와도, 회수율 부족으로 클렌징"
"부당한 대우, 당연한 줄 아는 젊은 기사 많아"
"노동조합이 바꿀 수 있다는 희망 주고 싶어"

8일 기자회견 중 택배노조가 쿠팡로지스틱스에 교섭요청 공문을 전달하려 했지만 경비들에게 가로막혔다.  ⓒ 김준 기자
8일 기자회견 중 택배노조가 쿠팡로지스틱스에 교섭요청 공문을 전달하려 했지만 경비들에게 가로막혔다.  ⓒ 김준 기자

택배노조가 CLS(쿠팡로지스틱스)에 교섭에 응할 것을 촉구하며 전달하려던 교섭요청 공문이 CLS 측 경비에 가로막혔다.

서비스연맹 택배노조 쿠팡지회는 지난 4월 창립됐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거치며 1일, 쟁의권을 확보했다. 하지만 CLS는 자신들이 교섭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이들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기자회견이 열린 8일도 공문을 전달하려는 쿠팡 택배지회의 시도가 경비로 인해 저지당했다.

현장에는 14일째(8일 기준) 단식농성 중인 원영부 택배노조 경기지부장도 있었다. 14일 만에 10kg이 빠졌다는 원 지부장은 한눈에 봐도 무척 수척해보였다.

8일 쿠팡로지스틱스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원영부 택배노조 경기지부장  ⓒ 김준 기자
8일 쿠팡로지스틱스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원영부 택배노조 경기지부장  ⓒ 김준 기자

원 지부장은 퀵플렉스 노동 현실에 대해 “쿠팡 퀵플렉스는 다른 택배사에 비해 2030 젊은 층이 많은 곳인데, 친구도 만나고 연애도 할 시기인 친구들이 주 7일 근무를 하느라 결혼은 꿈도 못꾸고 있다”며 “이 친구들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단식을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젊은 사회초년생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이 당연한 줄 알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출근해서 퇴근도 함께하는 직장을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쿠팡로지스틱스 앞 택배노조 농성장 ⓒ 김준 기자​ 
쿠팡로지스틱스 앞 택배노조 농성장 ⓒ 김준 기자​ 

단식까지 결정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더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노동조합을 창립하면 CLS는 20명의 집단 해고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이전에도 노동조합 활동을 한 적이 있지만, 경찰이 터미널 안까지 들어온 경우는 없었다. 그런데 작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경찰의 노조 탄압이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작년에만 해도 같은 용인 서부 경찰서에서 출동하더라도 노동자를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농성 때는 경찰이 노동조합을 끌어냈다. 그것도 모자라 터미널에 상주하며 노조의 진입을 막았다. 당시 경찰에 저항하다 5번 갈비뼈가 부러졌다. 이때 함께 활동한 조합원들은 해고를 당했는데 아이가 세 명에 현재 아내가 임신 중인 분도 있어, 단식까지 결심하게 됐다.

CLS가 어떤 명분으로 해고를 강행할 수 있는지?

클렌징(구역회수)이라는 제도가 있는 한 노동자를 마음대로 할 수 있다. CLS는 주말 수행률, 반품 물건과 프레시백(2020년 쿠팡이 재활용을 강조하며 음식을 배송할 때 사용하는 용기, 배송기사는 고객이 음식을 빼고 집 앞에 내놓은 프레시백을 수거해와야 한다) 회수율을 통해 클렌징 기준을 정한다. 클렌징이란 구역회수를 뜻하는 말로, 클렌징을 당하면 자신이 담당했던 배송지역을 뺏기게 된다. 일감이 사라지는 것이다. 

생활물류법에 따르면 영업점은 배송기사와 표준계약서에 따라 ‘일정한 구역’을 명시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이 표준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고, 법 자체에 과태료 같은 처벌규정이 명시돼있지 않아, CLS가 이를 악용하고 있다.
 
또 CLS는 명확한 기준이나 데이터를 근거로 클렌징을 가한다고 하지만 사실 자기 마음대로다. 예를 들어 프레시백이나 반품 수거율 90% 이상이 계약조건이었다면 갑자기 95%로 올리는 식이다. 고객이 깜박하고 집 앞에 내놓지 않아도 기사 잘못이 된다. 실제로 노동조합 활동에 참여한 직원이 이런 식으로 클렌징을 당했다.

노조는 CLS가 대리점주들에게 보낸 23년 2분기 구역회수(클렌징) 기준을 공개했다. 협의를 통해 기준을 만들기보단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노조는 CLS가 대리점주들에게 보낸 23년 2분기 구역회수(클렌징) 기준을 공개했다. 협의를 통해 기준을 만들기보단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한 번 클렌징을 당하면 이후 복귀하는 경우가 없는지?

처음에는 2주 정도 계도기간을 주긴 주지만 의미가 없다. 앞서 말한 대로 수거율을 갑자기 올려서 못 맞추게 하거나, 이전 사례를 다시 문제삼아 클렌징 시킨다. 다른 직원은 어머니처럼 돌봐준 외할머니 장례식장에 다녀와서 수거율이 미달됐던 적이 있는데, 3주가 지난 뒤에야 클렌징을 당했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퀵플렉스 노동자들은 클렌징 당하지 않으려면, 맡은 지역의 프레시백을 90% 이상 수거해와야 한다. 동네마다 차이가 조금씩 있지만 한 번 나가면 50개 정도의 프레시백을 수거해와야 한다. 타사 택배기사 보다 일이 많지만, 프레시백을 수거해서 받는 비용은 100원에 불과하다. 바빠서 다음에 챙기려 하면 회수율 부족을 문제삼아 클렌징을 가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야 한다. 

1일 쟁의권이 생겼지만, CLS는 직접적인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정보관이나 대리점장에게 우회적으로 들은 얘기로는 노조와 대화할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현실에서 퀵플렉스 노동자들이 갈려나가고 있다. 프레시백 회수 단가현실화와 클렌징 철회를 구호로 내걸고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화만이라도 하고 싶다. 

쌓여있는 프레시백 ⓒ 김준 기자
쌓여있는 프레시백 ⓒ 김준 기자

택배노조 안에 쿠팡 지회가 창립한 것에 대한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택배 일을 하며 느낀 점은 대부분 나이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쿠팡 퀵플렉스에는 젊은 층이 많다. 대부분 청년이 해고나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당연하게 아는 경우가 많다. 학교에서 가르쳐준 것이 없으니까. 이게 제일 마음 아픈 부분이다.

21년 10월 여수에서 특성화고를 졸업한 청년이 현장실습 중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홍정우 군 사망사건, 2인 1조 작업이 원칙인 잠수 작업을 자격증도 없는 실습생에게 지시해 목숨을 잃게 한 사건)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야간수당이나, 휴게 시간에 대해 자신의 권리를 모르는 청년이 많다. 사회초년생인 젊은 친구들에게 노동조합이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임금을 걸고넘어지는 목소리가 있다. 타 택배사와 비교하면 수수료가 어떤지?

강제 업무 시간이 많아 월급이 많아 보이는 거지, 타사에 비해 수수료는 절대 많지 않다. 예전에 쿠팡은 주 5일을 보장하고 건당 800원 이상 수수료를 유지해줬다. 하지만 지금 송도, 인천은 500원까지 떨어졌다. 

CJ대한통운의 경우 1급지부터 12급지까지 나뉘어 있다. 1급지는 상대적으로 인구가 밀집된 지역이고 12급지로 갈수록 배송 거리가 멀어져 수수료가 높아진다. CJ대한통운에서 가장 수수료가 적은 1급지는 820원이다. 하지만 쿠팡 송도지역 퀵플릭스 기사는 500원대 수수료를 가져간다. 생활물류법 상 계약 기간에는 수수료 조정을 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그냥 깎는다. 무법천지인 곳이다.

CLS는 아직도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에 동참하고 있지 않다. 국토교통부 또한, CLS가 사회적합의기구에 참석하는 것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일단 쿠팡 12명 임원중에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가 있다고 한다. 또, 생활물류법에 따라 대리점과 택배기사가 표준계약서를 작성하면 국토교통부에 제출해야 한다. CLS는 썼다고 주장하지만, 현장에서 기사들에게 확인해보면 안 썼다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 윤 대통령과 연수원 동기인 임원 때문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봐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8일 쿠팡로지스틱스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원영부 택배노조 경기지부장  ⓒ 김준 기자
8일 쿠팡로지스틱스에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원영부 택배노조 경기지부장  ⓒ 김준 기자

끝으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원청인 CLS 4층에 직원들을 위한 어린이집이 있다. 하지만 혼기가 다가온 배송기사들은 기본 주 7일 근무에 시달리고, 낮은 수수료 때문에 결혼은커녕 연애도 하지 못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다. 이런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좋은 근무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다. 현재 주 7일, 3교대 근무 체계로는 가을될 때 쯤 분명 과로사가 발생한다.

우리 배송기사들도 출근하며 아이를 맡겼다가 퇴근할 때 데려갈 수 있는 환경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CJ대한통운도 노동조합이 투쟁한 결과 예전보다 업무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CLS도 마찬가지로 노동조합과 상생하며 더 나은 노동환경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많은 언론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선릉역 앞 쿠팡 택배노조 농성장 앞 ⓒ 김준 기자
선릉역 앞 쿠팡 택배노조 농성장 앞 ⓒ 김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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