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집회 통한 감염 확인되지 않아... 마녀사냥에 강력 대응”

정치권과 보수언론들이 지난 3일 열린 전국노동자대회를 두고 또 한번 민주노총을 겨냥하고 있다. 7.3노동자대회 참가자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17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참석자 중 확진자가 나온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하며 집회 참석자 전원 선제 검사를 요청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3명이 노동자대회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이 자리에서 감염됐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었다. 방역당국은 집회(노동자대회)를 통한 감염이 확인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19일 브리핑에서 “(민주노총 조합원 확진자 3명) 증상발생일은 각각 14, 15, 16일로 1차 확인이 됐다”며 “평균 잠복기(5~7일)를 고려했을 때는 집회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확진자에 대한 규정도 ‘강서구 직장관련 확진자’로 규정했다. 확진자가 나온 노조의 사무실이 강서구에 소재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방역당국의 역학 조사가 발표되기도 전에 국무총리는 ‘민주노총 집회 확진자’로 규정하며 “수차례 자제를 요청했던 민주노총 노동자대회 참석자 중 확진자가 나온 것”을 부각했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1일 확진자 1000명 이상이 넘는 방역 실패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모양새다.

노동자대회 직후 “방역 무시한 민노총의 불법 집회···”, “코로나 확산 아랑곳 않고 집회 강행” 등의 사설로 민주노총 때리기에 나섰던 보수언론들도 총리실의 발표 이후 이에 편승해 “감염원이 밝혀지면 엄격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그들도 “집회가 있고 열흘 이상 지나 확진이 밝혀져 (노동자대회)당시 감염인지 불분명한 점이 없진 않”다고, “집회가 감염원인지 여부는 역학조사가 끝나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주장대로 7.3대회가 코로나 4차 대유행의 원인처럼 왜곡, 과장 보도하며 민주노총을 문제 집단으로 읊어놓고 역학조사 결과가 ‘아니면 말고’ 식이다.

▲ 시민사회·종교·인권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교육관에서 전국노동자대회 강경대응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시민사회·종교·인권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교육관에서 전국노동자대회 강경대응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정부는 7.3대회에 앞서 수천이 모이는 실내행사는 허용하고 야외 집회만 제한 통보하는 ‘이중잣대’에 이어, ‘방역’문제를 두고도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다.

최근 서울 시내 백화점 확진자 수가 160명을 넘어서며 백화점 전역으로 코로나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백화점 노동자들은 “현재의 백화점발 집단감염의 추세를 고려하면, 문제가 되는 사업장을 폐쇄하고 당 사업장 관련자들이 모두 선제검사를 받아 그 결과에 따라 조처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대기업이 소유한 백화점들의 이윤 문제가 있어서일까. 임시휴업은커녕 주말 연장영업까지 하고 있다.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는 “백화점 코로나 방역과 관련해 정확한 방역지침을 마련하고, 백화점 사업주들을 강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자들은 주말, 연휴, 명절 연장영업과 출입관리 허술 등의 문제로 백화점의 집단감염을 예견하며 1년 전부터 산업자원부의 현장검증과 필요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지금도 묵묵부답이다.

“‘방역’을 최우선시”한다며, 방역당국의 역학조사 발표 이전에 방역을 허투루 했다는 책임을 민주노총에 묻기 위해 안달이 난 모습과, 방역 강화를 위한 조치를 마련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무시하는 모습은 참 대조적이다. 백화점 현장의 모습은 하나의 예일 뿐이다.

민주노총은 “민주노총에 대한 마녀사냥에 나서는 행태에 대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7.3대회 후 유증상자에 대해 진단검사를 시행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번에 확진된 조합원 역시 이 지침에 따라 검사를 받고 감염 여부를 확인했다. 확진자 발생 후에도 민주노총은 노동자대회 참가자 전원 검사 지침을 시행 중이다. 민주노총은 “집회가 진행된 후 최장잠복기인 2주가 지난 시점에서 참가자 전수조사는 결과의 신빙성과 시의성에 의문이 있지만 많은분들의 우려와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전원 선제적 검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7.3 전국노동자대회 정부 대응방침 규탄 민주노총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정부 대응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7.05. [사진 : 뉴시스]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7.3 전국노동자대회 정부 대응방침 규탄 민주노총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정부 대응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21.07.05. [사진 : 뉴시스]

하반기 총파업 결의를 위해 19일 예정한 대의원대회도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상황을 고려해 잠정 연기했다. 그러면서도 총파업 투쟁에 대한 결심은 더욱 높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19일 담화문을 통해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법 전면개정, 정의로운 산업전환과 일자리 국가책임, 주택-교육-의료-돌봄의 공공성 강화를 핵심쟁취 목표로 110만이 함께하는 총파업 투쟁을 성사할 것”이라는 결의를 다졌다.

민주노총은 다음주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총파업 일정과 방식을 논의한다. 총파업의 날로 오는 10월 20일을 예정하고 있다.

7월3일, 일터에서 중대재해로 노동자들이 죽어 나가고 구조조정으로 잘려나가지 않기 위해, 먹고살기도 힘든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비정규직 설움을 없애기 위해, 이를 위해 맞서 싸울 수 있는 노동자들의 조직 ‘노동조합’을 지키고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노동자들은 정부의 원천봉쇄를 뚫고 서울로 모였다.

노동자대회를 앞두고 ‘안전한 대회 개최’를 위해 대회 공간 확보를 요구한 민주노총에게 김부겸 국무총리는 ‘대회 자제’만을 피력했고, 대회 하루 전 행세식 민주노총 방문은 비난만 샀다.

그리고, 노동자대회 참가자 중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민주노총이 코로나 확산의 주범인 양 고립시키고, 노동자들의 투쟁과 민주노총의 총파업이 위축되기를 바라는 듯 민주노총을 때리고 있다. 민주노총 총파업을 앞두고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7.3대회 후 노동자들의 사정은 달라진 것이 없다.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노정교섭을 제안한 노동자들의 요구엔 답이 없고, 방역 책임만 떠넘기려는 정부의 모습이 이 사정을 대변해 준다. 노동자들의 요구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귀 기울이고 힘쓸 영역이 무엇인지 답은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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