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3일 전국노동자대회... 하반기 투쟁 돌파구 연다
지난 29일,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지도부가 김부겸 국무총리를 만났다.
민주노총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로 더욱 심화된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차별 해소’, ‘산재사망 중대재해 대책 마련’, ‘공공부문 비정규직 등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동기본권 보장’ 등을 제기한 후, 시급한 의제와 현안 등을 논의할 노-정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나 김부겸 국무총리는 시종일관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만을 주장했고, 3일 1만 명 노동자들이 모일 것이 예상되는 전국노동자대회에 대해선 수도권 감염 추이 등을 이야기하며 집회 자제를 요구할 뿐, 노동자들이 이날 서울에 모이는 절박함은 뒷전이었다.
서울시와 경찰은 감염병 예방법을 앞세워 3일 전국노동자대회 불허방침을 세웠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 선언 발표 자리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 수천 명이 모여 응원하는 체육경기, 공연장, 유명 놀이공원에 북적이는 사람들과는 달리, 유독 집회에 모이는 사람들만 9명 인원 제한이 따른다.
![▲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일 서울 중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의실에서 7.3 노동자대회 개최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했다. [사진 : 노동과세계]](/news/photo/202107/11877_25040_4313.jpeg)
그러나 민주노총은 3일 대회 성사를 위한 의지가 확고하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8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로지 민주노총 힘으로” 노동자들이 처한 위기를 극복하자고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약속은 기만당했고 노동자들은 구조조정과 정리해고에 내몰렸습니다. 사모펀드 등 투기자본의 횡포로 노동자들의 고용은 파탄나고 있으며 최저임금 인상 요구는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또다시 위기에 내몰린 지금, 노동자들의 투쟁을 조직하고 만들어 낼 힘은 오로지 민주노총에 있습니다.”
양 위원장의 호소 안에 7.3대회에 상정된 노동자들의 의제들이 녹아있다. ‘중대재해’, ‘비정규직’, ‘구조조정’, ‘최저임금’, ‘노동기본권’. 조금만 살펴보면 투쟁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충분하다.

“최저임금 1만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중대재해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노동자들에게 한 약속을 제대로 지킨 것이 없습니다.” 양경수 위원장이 김부겸 국무총리에게 노동자들의 분노를 대신 전했다.
지난 1월8일 국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내년 1월27일 법안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산재사망 피해 유가족의 뼈와 살을 깎는 단식을 비롯해 노동계, 시민사회, 진보정당 등의 강고한 투쟁으로 법안 제정의 결실을 맺었다. 그러나 법안 논의 과정에서 경총, 전경련, 중소기업중앙회, 대한상공회의소, 대한건설협회 등은 끊임없이 법 제정 취지와 의미를 깎아내리려 했다. 법 적용 범위, 중대재해 범위, 경영책임자 범위, 발주처 책임 등에서 원안을 훼손하고 자본의 입장을 관철하려 했다. 결국 법안은 5인 미만 적용 제외, 50인 미만 3년 적용 유예, 공무원 처벌·인과관계 추정 조항 삭제 등 누더기가 돼 통과됐다.
법 제정이 바로 산재사망을 감소시킬 수는 없었다. 올해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벌써 340여 명이 넘는다. 사고에 대한 진상조사, 책임자처벌, 재발방지대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민주노총은 중대재해법 시행령을 제정하고 법과 제도의 미비점 보완을 요구하는 한편, 중대재해를 멈추기 위한 대통령과의 긴급 노정교섭을 제안했지만 답은 없었다. 중대재해법이 제정되고서도 경영자와 사용자들의 처벌이 유예되거나 요리조리 법망을 피해갈 요소들은 여전하다.
최근 발생한 광주철거건물 붕괴 참사를 보면서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이 있었으면 일어나지 않을 사고’라는 한탄만 할 수는 없다. 노동자들은 중대재해사업장 사용자 구속 및 정부의 실효성 있는 비상대책 마련, 경영책임자의 의무를 담은 시행령 제정, 그리고 5인미만 사업장 전면적용과 벌금하한선 도입 등 중대재해법 개정의 요구를 높이고 있다. 법안 제정 투쟁 때와 마찬가지로 제대로 된 중대재해법도 노동자, 당사자들의 투쟁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직후 호기롭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추진해 집중 관심을 받았다. 1년도 채 남지 않은 임기, 결과를 보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41만 5천여 명 중 정규직전환이 결정된 인원은 48.0%인 20만여 명(기간제와 간접고용)이다. 기간제의 경우는 24만 5천여 명 중 전환이 결정된 인원은 7만 3천여 명으로 29.9% 수준에 불과하다. 상시지속 업무라도 전환 예외 사유에 해당해 전환대상에서 제외된 인원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정규직으로 전환됐더라도 제대로 된 정규직전환이 아니다.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정규직전환 인원 중 63.9%는 직접고용이 아닌 자회사의 간접고용 방식으로 전환됐다. 또,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을 1~3단계로 분류해 추진하면서 3단계 대상자였던 민간위탁기관 소속 노동자들의 정규직화는 사실상 방치됐다. 개별 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함으로써 10,099개 위탁사무의 195,736명 노동자 중 직영 전환 비율은 매우 낮은 형편이다.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공공부문 비정규노동자들의 임금과 처우에서 차별을 해소하겠다는 국정과제는 어떤가. 이들의 임금과 처우는 사실상 정부의 일방적인 예산편성으로 결정된다. 2019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20만 명의 총파업 결과로 만들어진 공무직위원회에서 공무직(비정규직)의 노동조건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8월이면 내년도 정부 예산편성이 마무리되고 국회 심의단계로 넘어간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인권위도 공무원과 다르게 지급받을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명확히 인정한 임금차별, 가족수당, 명절상여금, 식대 등 수당의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 반영을 단 1원도 계획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통제력을 갖고 있는 공공부문도 이럴진 데, 민간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거의 전무한 상태다. 정부가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도입, 비정규직 차별금지 특별법 제정, 차별시정제도 전면 개편, 파견·도급 구별기준 재정립 등을 얘기했지만, 집권여당이 21대 국회의 다수의석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비정규직 입법 노력은 실종된 상태다. 오히려 법망을 거스른다. 현대위아 평택공장 노동자들처럼 법원이 불법파견을 판결했음에도 직접고용 되기는커녕 공장폐쇄로 일터에서 쫓겨나는 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구조조정을 막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절박하다. 그 싸움에서 정부와 정치권이 손 놓고 있음은 확연히 드러난다.
잘나가던 국가기간산업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코로나 시국에 무급휴직, 구조조정에 내몰렸다. 대표적인게 코로나19 위기가 닥치고 정부로부터 1조 7천억 원을 지원받은 아시아나항공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희망퇴직, 무급휴직을 강요받았고, 이를 거부해 결국 정리해고됐다. 중앙노동위원회의 복직 판결도 소용이 없다. 이들은 1년 반째 거리에서 싸우고 있다. 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우조선을 재벌총수 일가(현대중공업)에게 특혜매각하면서 매각 완료 이후 닥쳐올 설비 축소와 인적 구조조정에 대우조선 노동자들만 정리해고될 위기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기업은 살려도 그 안에 노동자들은 살리지 못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회사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가 홈플러스 인수 당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매출이 높은 매장의 문을 닫고, 부동산을 팔아치우면서 구조조정 위기에 처했다. MBK 인수 후 홈플러스 인력은 벌써 9천 명이나 줄었다. 일본 산켄전기가 창원 수출자유구역에서 47년간 온갖 특혜를 받는 동안 7번이나 구조조정 당하고 올해 폐업까지 발표한 한국산연, 30년 흑자기업이지만 중국 공장 이전에 따라 구조조정을 단행한 한국게이츠 등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당하는 사이 정부가 한 일은 아무것도 없다.
한국GM과 쌍용차 등의 사례에서 보여지듯 정부와 산업은행은 투기자본은 아낌없이 지원했지만 결국 공장폐쇄, 무급휴직 등 피해는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이었다. 같은 행태의 반복이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사모펀드 등 투기자본에 대한 보호만 강화할 뿐 구조조정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구조조정에 맞서 거리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들은 이미 민주노총 하반기 총파업의 주력이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내세운 문재인 정부에서 2018년 최저임금은 7,530원(16.4%)으로 인상됐다. 그러나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과 복리후생비 등을 포함하면서 최저임금이 올라도 저임금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억제해 실질인상률은 떨어졌다.
경제위기와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를 이유로 2020년 최저임금은 8,590원(2.87%), 2021년 최저임금은 8,720원(1.5%)으로 결정됐다. 1.5% 인상률은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3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 경영 악화라는 사용자들의 호소가 받아들진 결과였다. 저임금노동자의 소득수준은 악화된 반면 재벌대기업들은 코로나 사태가 한창이던 2020년, 사상 최고치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임금불평등은 점차 심화되는 중이다.
그럼에도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은 또 내년도 최저임금 요구안으로 ‘최저임금 동결(8,720원)’을 제시했다. 결국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 심의 구간을 제시하고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들의 결정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최저임금 노동자들은 최임위가 열리는 세종시 정부청사 앞에서 연일 투쟁 중이다. “최저임금 대폭인상이 코로나19로 심화된 우리사회의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는 백신”이라며 ‘최저임금은 노동자 가구생계비로 결정해야 한다’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ILO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개정된 노조법은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할 권리를 제약했고, 단체협약 유효기간 2년→3년으로 연장, 사업장 내 점거 제한 등 산별노조의 활동을 제약하고, 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등 노조활동을 무력화하고 봉쇄하고자 했던 ‘역대급’ 개악안으로 지탄받았던 바다. 반대로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해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는 ILO 권고는 무시됐다.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 적용,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10만 명의 노동자, 시민이 발의한 노조법 2조 개정안, 근로기준법 11조 개정안(전태일3법)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
여전히 350만 명에 달하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하고, 간접고용 노동자는 진짜사장(원청)과 교섭할 수 없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노조 설립필증을 받고서도 교섭도 못하고 노조활동도 보장받기 어려운 처지다. 소수노조와 그 조합원들은 교섭창구단일화제도로 노동3권, 노조할 권리를 부정당하고 있다. 이 노조법 개정안이 오는 6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노동자들은 ILO핵심협약 정신에 기반한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의 고삐를 죌 수밖에 없다.
노동자들에게 코로나보다 더 무서운 것은 바로 이런 사안들이다. 노동자들은 이 구호를 들고 이미 투쟁의 거리에 섰다. 그리고 3일 서울로 집결한다.
양경수 위원장은 “7.3대회는 하반기 총파업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불평등 세상을 타파하기 위해, 민주노총이 상정한 하반기 총파업 성사를 위해 노동자들의 절박한 투쟁이 필요하다. 이것이 민주노총이 7.3대회에 부여한 의미다. 민주노총은 1년 반 동안 제약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이날 거리에서 뿜어내려 한다. 하반기 투쟁의 돌파구를 열어내려 한다.
반면, 1년 반 동안 외면당한 노동자들의 분노와 기세가 거셀수록 정부와 경찰은 노동자들의 투쟁이 무섭다. 민주노총은 대회를 위해 거리두기가 가능한 공간확보를 요구했지만 경찰은 집회 제한 통보로 답했다.
민주노총의 의지는 확고하다. “민주노총은 철저한 방역 속에서 집회를 진행할 의지도 능력도 있다. 오히려 경찰의 무리한 집회 방해와 과도한 폭력이 방역에 어려움을 조성한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차단할 것이 아니라 귀담아들어야 한다. 정부와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한다. 고통받은 노동자들의 투쟁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