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천 여 노동자 모여 “이대로 죽을 수 없다”… 하반기 총파업 결의 높여
1년 반만이다.
3일 8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서울 도심에 모여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안전한 대회 개최를 위해 집회 공간 확보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정부와 서울시는 ‘집회 금지 통보’로 답했다. 그러나 ‘더 이상 죽을 수 없다’는 1만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꺾을 수 없었다.
당초 집회 장소였던 서울 여의대로를 원천봉쇄하며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차단한 정부와 경찰 당국의 방해를 뚫고, 오후 2시 노동자들의 분노가 순식간에 종로3가를 장악했다.
종로2가 방향으로 행진한 대오는 2시40분 경 삼일문 앞에서 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대회를 앞두고 정부와 보수언론은 수도권 감염 확산이 우려된다고 호들갑을 떨었고, 대회 하루 전 김부겸 국무총리는 대회 자제를 설득하겠다며 사전 양해 없이 민주노총을 찾아 지탄을 받기도 했다. 이들에게 노동자들이 서울 도심으로 모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관심 밖이었다. ‘엄정 대응’ 강조만 남발할 뿐이었다.
직접 행동만이 자신들의 처지를 알리고, 바꿔낼 수 있다는 생각이 노동자들의 발걸음을 서울로 향하게 했다.

민주노총은 대회 참가자들에게 발열 체크, 마스크 착용, 거리 두기, 음식 섭취 금지 등 철저한 방역 수칙을 하달하고 시행했다.
대회에 참가한 노동자들은 “감염보다 더 무서운 것은 일터에서의 죽음과 해고, 차별과 불평등”이라며 ‘노동자들의 생명과 권리, 생존권을 위협하고, 이를 방조한 것은 정부’라고 비판했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필수노동,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 대다수는 4대 보험 조차 적용받지 못한다. 기후위기, 산업 대전환 시기에 정부와 사용자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이 상태로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릴 것이 뻔하다”고 분노했다.
최저임금위원회에 노동자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경영계와 이를 방관하는 정부를 규탄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저임금 노동자들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우리 노동자들은 친재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을과 을의 대립이 아니라 연대로 함께 살자고 호소했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최저임금 차별 적용을 요구하고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며 을과 을들의 싸움 몰아붙인다. 분노할 수밖에 없다”고 외쳤다.
이어 “영세 하청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들의 피를 뽑아 산업구조, 재벌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언제까지 노동자들 임금 착취로 기업들만 살릴 것인가”라고 비판하곤 “이를 방관하는 정부에 맞서 싸우자”고 호소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무대에 오르자 노동자대회를 성사한 조합원들의 함성이 터졌다.
양 위원장은 “대통령과 정부가 약속했던 것만이라도 지켰다면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 올 필요가 없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약속,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약속, 도대체 이 정부는 어떤 약속을 지켰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대통령과 정부는 오늘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노동자들의 절규를 똑똑히 듣기 바란다. 대통령이 나서 중대재해 근본대책을 만들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 구조조정 정리해고 없는 세상 만들라. 노동자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최저임금을 인상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대회는 민주노총의 상반기 투쟁을 결집하고 하반기 투쟁, 총파업의 결의를 모으고 선포하는 자리였다.
양경수 위원장은 “대통령과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는 투쟁으로 강제할 것이다. 더 이상의 불평등과 양극화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하반기 총파업 투쟁을 힘차게 준비하자. 노동자들의 힘으로 노동자들의 분노로 이 세상을 바로잡자”고 독려했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금속노조가 7월 민주노총 총파업의 포문을 열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구조조정, 노동이 배제된 산업전환을 끝내 강행한다면 8월에도 총파업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9월, 10월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을 최일선에서 조직하겠다”는 결심을 높였다.
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중대재해 근본대책 마련 ▲비정규직 철폐 ▲최저임금 대폭인상 ▲구조조정 저지 ▲노동법 전면개정 등을 요구하며 종로3가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해 각 가맹산하 대표단들이 앞장서 행진에 나서자 조합원들은 노동자대회 성사의 기쁨과 하반기 총파업 성사의 결심을 담아 큰 박수로 길을 열었다.
참가 대오는 종묘 앞을 지나 종로4가 배오개 사거리로 행진 후 대회를 마무리 했다.
한편, 이날 전국노동자대회는 민주노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다.



![▲ 민주노총은 코로나 방역을 위한 거리두기를 지키며 대회를 진행했다. [사진 : 노동과세계]](/news/photo/202107/11881_25054_3215.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