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국민의힘·경영계, 노동법 개악에 사활
“노동법 ‘개악’이면 투쟁이다”…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선포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87호, 98호)을 비준하겠다는 정부가 지난 6월 ‘국회 비준을 위해 관계법의 정비가 필요하다’며 내놓은 노동법 개정안.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단체교섭권에 대한 최소한의 국제기준을 지키겠다며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ILO가 권고하지도 않았는데, 핵심협약에 위배되고 헌법에도 위배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아 노동기본권을 후퇴시키려는 정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개정안엔 특수고용·간접고용노동자와 해고자․실업자의 노조활동 제약,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산별노조 활동 제약, 노조 전임자 근로시간 면제제도 통제, 직장 점거 금지 등을 담았다.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에 대항하기 위해 경영계가 요구했던 내용을 대폭 수용한 개정안을 내놓은 정부에게, 자본과 국민의힘은 한술 더 떠 더 큰 노동법 개악안을 들이밀고 있다.
먼저 자본이다.
경총 등 경영계는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을 강경하게 촉구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입장을 바꿔 보고자 유럽연합 국가 대사들을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개정안의 내용도 모자라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과 ‘부당노동행위 형사처벌 배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7일엔 회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국회는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 논의를 보류하거나 경영계 입장을 우선적으로 반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덧붙여, 자본은 노동자들을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때 더 많은 노동을 시키기 위해 탄력근로제 6개월 연장을 요구하며 주 52시간제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달라고도 하고 있다.
![▲ 정부개정안에 고용, 임금유연화까지 주문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사진 : 뉴시스]](/news/photo/202010/10950_22688_1834.jpg)
국정감사에 매진 아닌 매진을 해도 ‘맹탕 국회’라는 비판을 듣고 있는 정치권도 국정감사 이후 있을 법안 논의를 앞두고 노동법 개정안에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 5일 ‘공정경제 3법’ 입법에 찬성입장을 표명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노동관계법으로 노사관계를 함께 개편해 달라”고 정부에 주문했다. “‘공정경제 3법으로 재계도 많은 것을 잃고 양보하니 이에 대한 대항으로 국제기준에도 현격히 미달하는 노동관계법을 함께 논의해 공평하게 다루자’는 의미가 아니냐”며 즉시 노동계의 지탄을 받았다.
15일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 수석은 이런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노동법 개정 제안을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일자리수석이 야당과의 노동개악 논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황 수석은 “아직은 야당에서 노동법 개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말한 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지만, 5일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를 인용하면서 “141개국 중 우리나라 고용·해고 관행은 102번째, 노사관계는 130번째, 임금 유연성은 84번째로 후진적 수준”이라고 밝히며 노동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용·임금 유연화를 염두에 둔 개정, 즉 해고를 더 쉽게 하고 임금을 삭감할 수 있도록 개정하자는 의미로 해석되기 충분하다. 김 위원장이 발표한 지표는 세계경제포럼(WEF) 즉, 각 나라 경영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를 근거로 내놨다는 것에서 경영자와 자본의 요구가 녹아있는 개정안을 말하는 것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노동법 정비(노동법 개악)에 속도를 내려는 분위기다. 최근 ‘노동개혁’이라는 이름하에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임이자 의원을 팀장으로 내정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환노위 간사인 안호영 의원은 노동조합 임원 자격을 노동조합의 규약으로 정하고, 직장 점거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으로 정부 개정안보다 나은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노동계의 입장에선 “국민의힘이 사용자들의 추가 요구안을 반영한 더 큰 개악안을 내는 것에 대항하기 위한 목적일 뿐, 여야 타협처리를 위한 배수진일 뿐”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국회는 노동법 개악을 밀어붙이고, 보수언론까지 앞장서 ILO 핵심협약 비준에 ‘사용자의 대항권’이라는 경영계의 논리를 확산하고 있는 형국이다.
![▲ 전태일3법 제정을 촉구하는 민주노총 기자회견. [사진 : 뉴시스]](/news/photo/202010/10950_22689_225.jpg)
정기국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법 개악법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정부여당, ‘노동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자본의 요구를 담은 추가 개악을 노리는 국민의힘.
그러나 민주노총이 10만의 국민 동의 청원으로 입법을 발의한 전태일 3법(노조법, 근로기준법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해선 ‘모르쇠’, 또는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해선 정부여당 추진의사를 확인했지만 근로기준법은 논의 대상으로조차 상정되고 않고, 노조할 권리를 담은 노조법 개정 등, 정부와 국회는 전태일3법을 묶어 심의, 처리할 의사가 없는 상황”이다.
노동법 개악에 서로가 사활을 걸고 있는 국회의 동향을 보며 민주노총은 총력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11월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법안심사소위에 노동법 개정안 상정이 예고되는 즉시 총파업·총력투쟁에 돌입한다. 민주노총은 지난 15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이 총파업·총력투쟁 결정을 재확인하고, 19일 이를 선포했다.
민주노총은 10월 지도부의 집중현장순회, 1노조(지회) 1교육 등을 통해 현장에서부터 총파업·총력투쟁의 결의를 모은다.
오는 24일엔 각 지역본부, 산별노조(서울)가 ‘노동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한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선포’ 전국 동시다발 결의대회를 열고, 11월 4일부터는 국회 앞 농성투쟁을 시작한다. 11월14일엔 ‘전태일 50주기 열사정신계승 전국노동자대회’가 예정돼 있다. ▲노동법 개악 저지 ▲전태일 3법 쟁취는 물론, ▲재난시기 모든 해고 금지 ▲재벌대기업 사회적 책임 확대 ▲비정규직 철폐 ▲전국민고용보험 도입과 공공의료 즉각 확대의 요구도 담긴다. 13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며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될 예정이다.
11월 중순엔 대국회 압박 투쟁을 더욱 강화하면서 총파업·총력투쟁이 벌어질 예정이다. 국회 환노위원들과의 집중 면담 투쟁도 계획하고 있다.

각 산별노조들도 총파업·총력투쟁의 준비를 다그치고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6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노동법 개악 시 총파업·총력투쟁을 결의했고, 지난 14일 중앙위에서는 주·야간 2시간 파업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김호규 위원장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향해 “OECD 기준 운운하는데, ILO 핵심협약에 나온 그 상식적인 기준부터 제대로 알고 지켜라”고 날 선 비판과 함께 파업의 결심을 높였다.
공공운수노조도 이미 대의원대회에서 노동법 개악에 맞선 총파업 총력투쟁을 결의했고, 최준식 위원장은 “전태일3법 통과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단체교섭권에 제약을 받고 단체행동권은 아예 없어 정치기본권 보장을 위해 싸우고 있는 공무원노조 전호일 위원장도 “다양한 방식으로 노동개악 반대 투쟁에 동참할 것”이라고 보탰다.
건설노조는 지자체와 건설현장 등 1천 개의 거점에서 전태일3법 통과를 위한 전국 동시다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23일까지 계속된다.
“노동법 개악은 노조 조직률 10%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노동현실에 더해져 그 직접적인 피해가 노동조합 울타리 밖에 있는 90% 절대다수의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파멸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에 온 힘을 다해 저지하는 것이 민주노총에 부여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이라며 “개악이면 투쟁이고, 최고수위인 파업 투쟁을 통해 노동개악을 저지하겠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결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