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고용보험(3)] 제도적 사각지대 보호 방법(1)
2025년 ‘전 국민 고용보험’ 완성을 목표로 세운 정부가 지난 8일 특수고용 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고용보험법과 보험료징수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연내 국회 통과가 목표다. 그러나, 전속성(한 사업체에 노무를 제공하고 소득의 대부분을 얻는지 여부)이 강한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우선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적용대상의 폭과 실효성 등에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2년 전인 2018년, 노·사·정이 참여하는 정부위원회인 고용보험위원회는 “모든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고용보험 확대”를 위해 특수고용노동자 등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방안을 의결했고, 이 법안은 그해 11월 국회에 제출됐다. 고용보험법의 적용 범위를 기존의 ‘근로자’ 이외에 ‘고용보험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노무제공자’로 확대하고, ‘노무제공자’에 대한 정의를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고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업주 또는 노무수령자로부터 대가를 얻는 사람”으로 규정하는 법안이었다.
전문가들은 “고용보험위 의결안이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었다면, 코로나19 사태로 위기에 처한 취약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으로 기능했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5월, 20대 국회는 고용보험 적용대상에서 특고를 빼고 예술인만 포함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얼마 전까지 민주노총 내에서 논란이 된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 ‘전 국민 고용보험’을 다룬 3장 “정부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가입을 위한 정부 입법을 추진하고, 그 과정에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특성을 고려하며 노사 및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조항도 합의안 폐기를 외치는 민주노총 대의원·조합원들로부터 비판을 샀다. “2018년 고용보험위원회 합의사항보다 후퇴한 내용”이며,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특성을 고려’한다는 것이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선별적 적용을 가능하게 한다”는 이유에서다.
‘제대로 된 전 국민 고용보험법’이 만들어지기까지 토론과 논쟁은 계속될 것이 예상된다.
‘전국민고용보험’ 처음 제기한 진보당… 그 내용은?
고용보험이 시행된 지 25년째. 고용안전망의 외형은 갖췄지만 오래전 설계된 고용보험은 그동안의 경제 상황이나 비정규직,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이 늘어나는 등의 변화된 고용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대대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고용보험법 전면 개정안’을 설계하고 ‘전 국민 고용보험’이라는 이름을 붙여 국회에 처음 제출한 진보당(전 민중당). 지난 19일 중앙위원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선별·단계적 방식의 고용보험 일부 확대를 비판”하고, 전면적인 ‘제대로 된 전국민고용보험’ 도입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진보당은 ‘고용보험법 개정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을까?
진보당은 “제도적 사각지대를 없애는 법 개정”, “실질적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제도적 사각지대는 ‘제도적으로 고용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로, ▲특수고용노동자 ▲중소 영세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 ▲65세 이상 취업자 ▲농림어업 영세업체 노동자 및 농림어업 영세사업자 등이 이에 속한다.
![▲ 지난 28일, 진보당과 서비스연맹 등 7개 정당 및 단체는 정부가 입법 예고한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대해 “선별·단계적 적용”이라고 비판하며, 제대로 된 전국민고용보험 도입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news/photo/202007/10714_21867_829.jpg)
“특수고용노동자들도 고용보험 당연가입 대상으로”
고용보험법의 가장 큰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은 ‘특수고용노동자’다.
외형상으로 ‘고용’형태가 아니어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며, 고용보험법상으로도 고용보험 당연가입 대상이 되지 않는 특수고용노동자들.
정부는 지난 8일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며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특수고용직 9개 직종(보험설계사, 건설기계운전자,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택배원, 퀵서비스, 대출모집인, 신용카드회원 모집인, 대리운전기사 등)에, 방문판매원·설치기사 등이 추가된 14개 직종부터 연내 고용보험 가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77만 명만 가입이 가능한 ‘제한적 적용’이다. 방과후강사, 대형마트 온라인배송 노동자 등 여전히 배제되는 특수고용노동자가 생긴다.
진보당은 “계약형태나 직종 따지지 않고 특수고용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고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특수고용노동자를 ‘근로자’로 간주하고, 이들로부터 제공받는 노동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그 대가를 지급하는 자가 고용보험법상 특수고용노동자들의 ‘사업주’로서 사업자부담 보험료 납부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의 실제 노동의 내용과 형식이 사업주의 필요에 따라 조정·통제되고 있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125조에 명시된 9개 업종만이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아 사업을 영위하는 자는 모두 사업주로서 피보험자격 취득 신고 의무 등을 법문상 명확히 하고, 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특수고용노동자 고용보험 적용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특수고용노동자가 근로자임을 확인받을 수 있는 절차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현행법엔 근로자가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피보험자격을 취득했음’을 확인해달라는 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를 근로자로서 고용보험 당연가입 대상으로 하는 것과 함께, 특수고용노동자도 ‘근로자로서 피보험자격을 취득하였음’을 확인하는 심사청구 절차를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수고용노동자 중엔 골프장 캐디, 학습지 교사와 같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받아들여진 업종이 있는 반면, 방송작가 등 이른바 ‘프리랜서’로 불리며 ‘자영업자’에 더 가깝게 여겨지는 직종도 있다.
사업주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는 9개 업종 외에 다른 업종의 특수고용노동자도, 사업주가 ‘해당 특수고용노동자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사업자부담 보험료 납부를 거부하는 경우 이런 절차를 사용하면, ‘근로자 지위 확인’을 다투는 소송들이 진행 중이라도 이와 같은 심사 결정만 있으면 일단 고용보험 수급을 받을 수 있게 되고 실업의 경제적 위기로부터 일부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사업주가 노동자의 노동력을 쓰면서 노동자에 대한 보호책임은 회피하는 경우가 이후 더 늘어날 것이며, 근로자인지 사업주인지 판단이 어려운 업종 역시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근로자’의 권리를 확보하기까지 긴 시간 동안 이들을 사각지대에 두는 것이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들에 대한 보장을 강화할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고용보험 당연가입 대상이 되면 근로자부담 보험료 지출이 생긴다. 보험료 부담 때문에 고용보험 당연가입을 꺼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제도적 사각지대에서 벗어난 특수고용노동자들이 고용보험 당연가입 대상임에도 가입하지 않는 ‘실질적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선 특수고용노동자 당연가입과 관련한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특수고용노동자를 사용하는 영세업체의 사업주부담 보험료와 저소득층 특수고용노동자의 근로자부담 보험료에 대한 예산지원, 그리고 특수고용노동자는 자영업자처럼 계절별 수입 편차도 흔하기 때문에 피보험 단위기간을 1년으로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고용보험 적용대상 직종이라도, 수수료·차량유지비 등이 발생하는 특수노동자(택배노동자, 가전통신서비스 노동자 등)에게 고용보험 적용 시, 실질소득과 보험료 산정 등에 있어 노동실태를 반영해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어서 계속)
코로나19 재난이 가져온 경제위기와 고용불안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이 국민적 화두를 넘어 시대적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고용 취약계층을 포함해 모든 일하는 사람을 실업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의 ‘전 국민 고용보험’. 현재 고용보험 현황을 짚어보고 제대로 된 ‘전 국민 고용보험’ 실현을 위한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1) 고용안전망 무엇이 있나?
2)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사람들
3) 제도적 사각지대 보호 방법(1)
4) 제도적 사각지대 보호 방법(2)
5) 새로운 고용환경에 맞는 고용보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