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고용보험(1)] 고용안전망, 무엇이 있나?
코로나19 재난이 가져온 경제위기와 고용불안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이 국민적 화두를 넘어 시대적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민중당(현 진보당)이 ‘고용보험법 전면 개정안’을 설계하고 ‘전 국민 고용보험’이라는 이름을 붙여 국회에 처음 제출한 것은 지난해 일이다. 민중당은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전 국민 고용보험’을 공약으로 내왔고, 상반기 내내 코로나19가 장기화되자 집권 여당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총선 후 본격적인 논의에 나섰다. 그리고 정부는 지난 20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하며 ‘전 국민 고용보험’ 2025년 완성을 목표로 세웠다. 앞서 8일에는 ‘고용보험법’과 관련 법률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고용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고용 취약계층을 포함해 모든 일하는 사람을 실업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의 ‘전 국민 고용보험’. 현재 고용보험 현황을 짚어보고 제대로 된 ‘전 국민 고용보험’ 실현을 위한 연재를 시작한다.[편집자]
1) 고용안전망 무엇이 있나?
2)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사람들
3) ‘전 국민 고용보험’ 방향(1) : 제도적 사각지대 보호 방법
4) ‘전 국민 고용보험’ 방향(2) : 새로운 고용환경에 맞는 고용보험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고 등 고용위기, 일감 축소 등에 의한 소득 단절에 처한 취약 노동자의 규모는 최소 약 728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은 노동자도 459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고용동향을 살펴보자. 지난 4월 발표된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3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보다 19만 5000명 감소했다. 일시 휴직자의 경우 1년 전보다 126만 명이나 증가했다. 임시·일용직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59만 3000명이 줄었다.
코로나19의 본격적인 시작과 함께 취업자 수 19만 5000명 감소라는 엄청난 고용 충격이 있었지만 같은 기간 실업급여 신청자는 3만1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다시 말해, 코로나발 고용위기에도 고용안전망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후 석 달을 봐도 고용위기는 ‘심각’ 그 자체다. 지난 6월 발표된 5월 고용동향에서 5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39만 명 넘게 감소해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실업자는 127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만 3000명(11.6%)이나 증가했다.
7월 발표된 6월 고용동향도 마찬가지. 6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35만 2000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 통계청이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년 6월 고용동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news/photo/202007/10702_21846_2240.jpg)
고용안전망, 무엇이 있나?
실업의 위험으로부터 소득을 보장해주는 대표적인 사회복지제도가 고용안전망이다. 고용안전망은 크게 ▲고용보험과 ▲실업부조로 구성된다.
‘고용보험’은 노동자와 사용자가 낸 보험료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이다. 1993년 고용보험법이 제정된 후 1995년부터 시행됐다.
고용보험은 ‘실업은 개인의 책임이고 이를 보호하면 노동의욕이 감소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에 산재보험(1964년)이나 의료보험(1977년), 국민연금(1988년)에 비해 늦게 도입됐다. 여러 차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실업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고용보험이 도입된 것이다.
‘실업부조’는 보험료가 아닌 재정(매년 1조원 가량)으로 운영되는 공적부조다. 고용 이력이 없어 고용보험 가입 자격이 아예 없는 청년 구직자, 고용보험의 실업급여 수급기간이 끝났는데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장기 실업자를 대상으로 한 제도다. 고용보험과 더불어 고용안전망의 또 다른 축이지만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는 내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15~64세 구직자 중 월 평균 가구 소득이 기준 중위소득 60% 이하인 저소득층(18~34세 청년은 기준 중위소득 120% 이하)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구직촉진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취업 시 지급이 중단된다.)
고용보험 사각지대
다시 말하지만,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을 실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고용보험’이다.
15세 이상 인구 중 노동을 제공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을 ‘경제활동인구’라고 한다. 경제활동인구는 ‘취업자’와 ‘실업자’로 나뉜다. ‘취업자’는 고용된 사람과 자영업자를 뜻한다. 즉 임금노동자를 비롯한 ‘모든 일하는 사람’이 취업자다. 그러나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현재의 고용보험이 일하는 사람(취업자)을 실업으로부터 보호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각지대가 많기 때문이다. 사각지대는 ▲실질적 사각지대와 ▲제도적 사각지대로 나눠볼 수 있다.
‘실질적 사각지대’는 고용보험법상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지만 가입하지 않은 경우다. 보험료 부담 때문에 아예 근로자의 수급자격 신고를 하지 않는 예가 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으니 ‘위법’이다.
‘제도적 사각지대’는 제도적으로 고용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된 경우다. 가입하지 않아도 위법은 아니다.
우리나라 전체 경제활동인구는 2804만 명, 그중 취업자 2691만 명 중에 1298만 명이 고용보험에 가입돼 있다(2018년 기준). ‘제도적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은 1031만 명에 달하며, 당연가입 대상이지만 가입하지 못한 ‘실질적 사각지대’는 361만 명이다. 이를 합치면 일하는 사람 절반이 넘는 1392만 명이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전체 취업자의 51.8% 이른다.

‘실업급여가 지급기간도 짧고 소득대체율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등 많은 문제가 지적되는 고용보험이지만 여기에서조차 배제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고용보험 가입자는 1387만 1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8만4000명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위기로 주춤하던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4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폭이 확대된 상황이다. 그러나 사각지대 중 아주 작은 일부에 속한다.
제도적 사각지대… 전체 취업자 중 38.3%는 고용보험 적용대상 아냐
현행 고용보험이 제도적으로 배제하고 있는 ‘제도적 사각지대’ 사람들은 전체 취업자 중 38.3%나 된다. 특수고용노동자나 자영업자, 무급가족종사자 등이 이에 해당된다.
약 23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 사업주들이 고용에 따른 각종 책임(임금 지급, 사회보험, 단체교섭 등)을 회피하는 경향이 늘어나면서 특수고용노동자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잘 알려진 대로 덤프·레미콘·굴삭기 등을 운전하는 건설기계노동자, 택배·화물운송 노동자, 대리운전, 퀵서비스, 학습지교사, 방과 후 강사, 재택집배원, 방송작가, 보험설계사 노동자 등이 특수고용노동자다.
이들은 명목상 ‘고용된 사람이 아님’으로 고용보험 가입대상이 아니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보험료 전액을 납부하는 ‘임의가입’으로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람은 특수고용노동자 전체의 3.3%밖에 되지 않는다.
또, 하나의 제도적 사각지대는 영세자영업자다. 2016년 557만 명에 이른 자영업자에 무급가족종사자를 합치면 경제활동인구의 26%는 영세자영업자가 차지하고 있다. OECD 가입국 중 한국이 네 번째로 많다. 특히, 자영업자 5명 가운데 4명은 평소 직원 없이 혼자 운영하는 매우 영세한 규모다.
2017년 통계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영업자의 1년 생존률은 61%이며, 39%가 1년도 못 되어 문을 닫는다. 2년 생존율은 42.9%, 5년 생존율은 18.9%밖에 되지 않는다. 어쩌면 임금노동자보다 실직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임대업이나 적용 제외 사업이 아니면 자영업자도 고용보험에 ‘임의가입’할 수 있지만, 2014년 자영업자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단 1.6%였다. 자신의 인건비조차 제대로 남지 않는 상황에서 보험료까지 내야 하는 부담 때문이다.
1년 버티기조차 힘든 영세자영업이 그래도 지탱할 수 있었던 것은 무급가족종사자 때문이다. 가족 중 한 명이 운영하는 가게에 나가 무급으로 일하는 사람들. 2016년 기준으로 112만 명이나 된다. 2009년 근로복지공단 조사에 따르면, 무급가족종사자의 68.7%는 배우자이고, 1일 평균 노동시간은 7.8시간으로 여느 노동자와 비슷하게 일하지만, 이들은 자기 이름으로 보수를 받는 것이 아니어서 현행법으로는 고용보험에 가입할 방법 자체가 없다.
이 외에, 농림어업 사업자의 경우 법인 사업자와 상시 5명 이상 고용 사업자는 고용보험에 ‘임의가입’할 수 있지만, 농림어업 영세사업자는 임의가입마저도 차단돼 있다.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상황이 돼 이농하고 다른 직업을 찾고자 할 때, 그 기간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망이 없다는 얘기다.
고령화 시대 65세 이상 인구 785만6000명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275만 명이 일하고 있지만(2019년 11월 기준) 이들도 현행 고용보험 가입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