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23일 온라인대대 열어 노사정 합의안 승인 여부 결정
대의원 1480명 중 810명 ‘합의안 폐기’ 위한 서명 참가

오는 23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대표자회의 합의 최종안 승인 건’을 논의하는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임시대대)를 앞두고 “노사정 합의안 폐기”을 주장하는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과 대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민주노총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연이어 중앙집행위원회(중집)을 열고 노사정 합의안 추인을 시도했지만 다수 중집위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고,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해 합의안 승인 여부를 물은 것인지를 놓고도 중집위원 다수가 반대했다. 그러자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직권으로 대대 소집 의사를 밝혔고, 지난 13일 ‘노사정 합의안 승인 건’을 유일 안건으로 다루는 임시대대 소집을 공고했다.

▲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과 대의원들이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뉴시스]
▲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과 대의원들이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중집위원·대의원 다수가 반대하는 노사정 합의안은?

20일, 임시대대를 사흘 앞두고 ‘노사정 합의안 폐기’를 요구하는 회견을 연 대의원들은 노사정 합의에 대한 민주노총 논의 경과를 설명하고, 합의안의 문제점, 그리고 대안에 대해 제시했다.

이들은 노사정 합의문을 두고 “민주노총의 3대 핵심요구인 ▲해고금지와 생계소득보장 ▲전국민고용보험제 ▲상병수당 등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았”으며 “되레 ‘경영계의 근로시간 단축, 휴업 등에 적극 협조하라’고 명시”돼 “노동자에겐 면피성 선언뿐이며, 기업에는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은 합의문”이라고 비판하며 김명환 위원장에게 “결자해지 자세로 노사정합의 최종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회견문을 통해, 민주노총의 가장 핵심적인 요구였던 ‘재난시기 해고금지와 총고용 보장’에 관한 합의 내용에 대해 짚었다. “‘고용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추상적 문구 외에 고용유지라는 추상적 언어만 난무할 뿐, 이를 담보할 구체적인 장치는 없었”고 “‘해고 엄격제한(싱가포르)’, ‘위기기간 해고금지(이탈리아)’, ‘정부가 사용자단체에 해고 중단 권고(프랑스·일본)’ 등과 달리 최종안은 해고금지는 물론 그에 준하는 고용보장 조치조차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노동시간 단축과 휴업’ 등이 고용유지 조치로 포장되어 있”고, “노동은 자본이 각종 ‘고용유지 조치’를 시행하면 이에 적극 협력하도록 돼 있다”면서 “(이로 인해) 자본은 모든 지원금을 받아 챙기고도 ‘휴업을 포함한 고용유지 조치’를 사용자의 의무인 ‘해고 회피 노력’이라 포장할 것이며, 이후 대대적인 해고조치로 이어질 가능성을 활짝 열어 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경영위기에 직면한 기업에서의 근로시간 단축과 휴업 등 고용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경우 이에 적극 협력한다’, ‘휴업수당 감액 승인을 신속히 심사하도록 노동위원회에 의견을 제시한다’는 조항에 대해선 “코로나19 위기에 몰린 노동자들의 고통을 더욱 가중시킬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했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코로나 위기 초반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무기한 무급휴직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해고돼 두 달이 넘도록 투쟁” 하는 현실인데 “사회적 대타협안이라고 발표된 합의문에 ‘회사가 어려워 휴업과 휴직을 요구하면 노동자가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고용유지’ 관련 조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정부와 자본에 무엇을 요구했고 관철했는지 눈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 없”으며, 전국민고용보험 도입 관련 조항 역시 “2018년 ‘고용보험위원회’에서 합의한 안보다도 훨씬 더 후퇴한 내용”으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특성을 고려’한다는 조항은 국회 입법 과정에서도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선별적 적용을 낳을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 사진 : 뉴시스
▲ 사진 : 뉴시스

“노사정 합의안 부결시키고, 민주노총 단결과 투쟁 만들 것”

민주노총 내부의 이견과 토론을 ‘정파 간 갈등’으로 치부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일침을 날렸다.

김호규 위원장은 “중집에서 코로나19 위기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3대 요구안을 정했고, 이 내용이 각 조항에 제대로 담겨있는지를 중집과 대의원들이 토론하고 판단한 것”이라며, 김명환 위원장과 일부 언론이 ‘정파 간의 갈등’으로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장은 “위원장이 대대 소집권이 있다는 이유로 중집위원 4분의 3이 반대하는 안건을 다루는 대대를 소집한 것은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설사 대대에서 통과된들 어떤 힘으로 민주노총의 사업을 추진하고 투쟁을 전개할 것인가”라고 우려하곤, “그래서 민주노총 단결을 저해하는 대대 개최를 반대했고, 개최공고가 나와 부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합의안에 대한 단순한 찬반을 묻는 대대가 아닌, 절대다수의 노동자 민중의 편에 서서 투쟁해온 민주노총의 정체성, 그리고 민주노총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노동자 민중의 편에서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대대”라며 “다수 대의원들의 힘으로 합의안을 부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회견 참가자들은 지난 7일, 대의원 14인이 ‘합의안 부결’에 대한 대의원 연서명을 제안한 이후 지난 20일까지 진행된 서명에 과반이 넘는 810명의 대의원(전체 대의원 1,480명)이 참여했다고도 전했다.

이들은 “한국게이츠, AVO, STX 조선, 밀레니엄힐튼 호텔, 이스타항공, 아시아나KO 노동자들이 거리에서 단식과 농성을 벌이는 등 현장에서는 노사정 합의가 무색하게 폐업, 정리해고, 구조조정이 강행되고 있다”면서 “노사정 합의안을 부결시키고 민주노총의 단결과 2500만 노동자의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을 만들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하곤,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압도적 부결을 호소했다.

한편, 민주노총 대대 안건은 오는 23일 08시부터 20시까지 전자투표로 표결한다.

민주노총은 대대 공고 후 안건 설명 자료를 온·오프라인으로 배포하고, 안건설명회와 질의 절차를 거쳐, 21~22일 양일간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찬반 토론을 진행한다. 21일 오후 1시엔 유튜브 생중계로 ‘대의원 찬반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은 안건 부결 시 “위원장을 비롯한 수석부위원장과 사무총장 모두가 책임지고 전원사퇴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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