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치연구(4)
시진핑 주석은 코로나 위기 상황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강력한 도시 봉쇄, 물자 통제, 징발령에 가까운 의료진 동원, 언론 통제 등 ‘전시 정책’을 통해 위기 상황을 진정시키는데 성공하였다.
전쟁 승리는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희생과 헌신, 단결을 요구한다. 정부 정책을 적극 따라 줄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그에 충실한 국민적 영웅을 창조한다. 전쟁 앞에서 국민은 애국심으로 하나가 되어 승리하는 것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게 된다.
그래서 침략 전쟁은 종종 지배 권력의 위기를 넘기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전쟁에서 승리한 중국은 코로나 퇴치를 위해 싸운 민간인 영웅 실화를 소재로 영화제작에 들어갔다고 한다. 코로나애국주의에서 중화애국주의로의 확산이다.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 치러진 4.15총선에서 여당 승리의 일등 공신은 코로나애국주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 실정, 개혁의 지지부진, 미국의 눈치 보기, 남북관계의 정체 등 총선을 앞두고 악재가 산적해 있던 여당에게 오히려 코로나 위기 상황은 반전의 계기로 작용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3월 3일 코로나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코로나 확산저지에 전 국가적 역량을 총집중할 것을 지시하였다. 전쟁 앞에서 국민은 정부 정책에 적극 호응하였다.
이에 반해 미래통합당은 전쟁 앞에서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정부를 근거 없이 헐뜯고 분열을 획책하였다. 그 귀결이 4.15총선의 결과이다.
문 대통령은 총선 승리 후, 코로나 경제 위기 상황을 ‘경제 전시 상황’으로 규정하였다. 그리고 위기국가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역설하면서, “방역과 마찬가지로 경제위기 극복도 국민이 함께해 주신다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우리 국민을 믿습니다.”라고 하였다.
코로나애국주의 버전2의 가동이다.
5월 10일 대통령 연설에서 약속한 ‘전국민고용보험제’는 다음 날, 250만 특수고용노동자가 제외된 개정안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의결됐다. 97년 IMF사태 때, ‘고통분담’이 아닌 노동자민중의 ‘고통전담’을 떠올리게 된다. 대형 보험자본과 재벌들의 로비에 국회가 자본가의 손을 또 들어준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장사가 안되고 해고와 휴직이 남발되면서 노동자민중은 정말 ‘전쟁 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유독 명품과 보석 등 사치품 판매는 늘어나고 있으며 이 와중에도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법칙은 작동하고 있다. 초양극화 시대를 살면서 노동자민중은 분노를 가슴 가득 지니게 된다.
삼성전자는 올해 1/4분기 연결기준 현금보유액이 총113조 2천억 원에 달하고 차입금을 제외한 순현금만 97조 5,300억 원이라 한다.
정부는 경제 위기 사항을 국민의 혈세가 아닌, 재벌의 곳간을 열어서 해결해 가야 한다.
그러나 97년 IMF사태 때처럼 또 정부는 재벌에게는 막대한 지원을, 국민들에게는 면피용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하고 있다.
지금은 ‘경제 전시 상황’이기 때문에 노동자민중의 내핍은 불가피하고, 재벌을 살려야 경제가 돌아가고 그래야 국민들도 산다는 논리다.
정부를 믿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하자는 코로나애국주의 버전2의 이념이다.
자본가들은 ‘자본가의 전쟁’을 ‘국민의 전쟁’으로 포장하면서 그 정당성과 국민동원의 명분으로 ‘애국주의’를 퍼뜨리고 미화해 왔다. 이처럼 자본가 이익에 복무하는 애국주의를 부르주아 애국주의라 한다.
계급적으로 각성되지 못한 노동자민중은 부르주아 애국주의 이념의 포로가 되어 결국 또 당하고 만다.
![▲ 2012년 10월 4일 조선중앙통신은 평양국제문화회관에서 김정일애국주의 미술작품 전시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그 중 한 작품 [사진 : 조선중앙통신 캡처]](/news/photo/202006/10486_21103_2058.png)
94년 7월 김일성 주석의 서거 후 이북은 3년간의 고난의 행군에 들어갔다.
동구 및 소련의 몰락으로 세계 최강자로 올라선 미국은 눈에 가시 같은 이북을 지구상에서 아주 말살하기 위하여 정치군사적 압력과 더불어 경제봉쇄를 더욱 악랄하게 감행하였다. 아울러 사회주의 시장의 붕괴와 중국조차도 미국편에 서서 경제봉쇄에 협조하는 등 국제적 고립도 심각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대홍수 등 자연재해가 잇달아 일어나면서 식량 궁핍이 극에 달하였다. 전력난, 물자난 등 악순환이 이어졌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은 미국에 굴복하여 노예로 살 것인가, 자주적인 인민으로 살 것인가 제기하고 어떤 고생을 하더라도 자주적인 인민으로 살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고난의 행군길에 나섰다.
사실 한국전쟁 후 이북은 늘 미국으로부터의 침공에 시달리는 ‘전시 상황’이었다. 이런 ‘전시 상황’이 종료된 것은 2017년 11월 29일 ‘새 형의 대륙간 탄도로켓 화성-15형’ 발사에 성공한 이후이다. 그래도 여전히 미국의 악랄한 경제봉쇄는 지속되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경제 전시 상황’은 현재 진행형이다.
김정일위원장은 “죽음을 각오한 사람을 당할 자 이 세상에 없다!”는 비상한 신념과 배짱을 지니고 사회주의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오로지 믿을 건 자기 인민, 자기 힘 밖에 없다면서 ‘인민행 열차’를 타고 최전선과 산간오지, 광산과 공장, 농장과 어장 등 전국 곳곳을 다녔다.
쪽잠과 줴기밥(주먹밥), 삼복철 강행군, 눈보라 강행군 ... 등, 숱한 일화와 함께 위원장을 상징하는 말들이 북의 언론에 자주 언급되었다.
북 관련 자료에 나오는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996년 초여름 동해안의 인민군부대를 시찰하시던 김정일장군님께서는 그곳 지휘관들과 동석식사를 하게 되시었다.
그런데 그분께서 차에 싣고 오신 도중 식사는 죽이었다. 그분의 식탁에 오른 죽을 본 인민군지휘간부들은 눈물을 씹어 삼키며 최고사령관동지,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하고는 뜨거운 것이 솟구쳐 말끝을 맺지 못했다. 그러는 그들을 둘러보시며 김정일장군님께서는 지금 우리 인민은 고난의 행군을 하면서 어렵게 생활하고 있다고, 나라의 식량사정이 긴장하여 인민들이 죽을 먹고 있다고, 인민들이 죽을 먹을 때는 나도 죽을 먹어야 한다고, 인민들이 배를 곯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말씀하시었다. 그러시고는 그들과 함께 반 그릇의 죽을 드시었다고 한다.
“동무들이 어떤 일이 있어도 밤에는 꼭 잠을 자야 한다고 하는 데, 나도 밤이 깊으면 못 견디게 잠이 그립습니다. 그렇다고 내가 편히 잠을 자면 그 만큼 인민들이 고생합니다. 그래서 나는 쪽잠이 들었다가도 인차 깨어나곤 합니다. 궂은 날 험한 길을 피하고 좋은 날 좋은 길만 다녀서야 그것이 무슨 강행군이고 조국과 인민을 위한 길이겠습니까? 날씨가 좋곤 나쁘곤 인민을 위한 현지지도의 길은 가야합니다. 인민의 행복이 곧 나의 기쁨이고 낙입니다.”
“이제는 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거기에서 생활하는 것이 습관이 되여 그런지 열차에 오르면 집에 온 것같이 느껴지고 반대로 집에 들어서면 려관에 온 것같은 느낌이 듭니다.”
고난의 행군, 강행군이 종료된 어느 날, 김정일위원장은 “고난의 행군이란 말만 내어도 눈물이 난다”고 말하였다.
‘전시 상황’에서 온 몸을 다 바쳐 죽을 각오로, 군을 강화하고 경제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 매진하는 자신들의 지도자를 매일 보게 되는 북 인민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어디에 계십니까 그리운 장군님> 은 그때도 많이 불렸고, 지금도 북의 공연에서 이 곡이 나오면 북의 인민은 눈시울을 적신다. 그게 북 인민의 심정이었다.
북의 노동자계급은 자신의 지도자와 운명을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이렇게 구호판에 적었다.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
이 구호는 1998년 6월 김정일위원장이 자강도 희천의 청년전기연합기업소를 현지시찰하였을 때 건물의 한 면을 채운 구호판의 구호였다.
김정일위원장은 고난의 행군이 종료되고 새로운 부흥이 일어나도, 그렇게 쉼 없이 몸을 돌보지 않고 현지지도에 나섰다가 끝내는 2011년 12월 17일 집무실 열차에서 ‘순직’하게 된다.
2011년 12월 11일 김정일위원장은 한 일군과의 대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동무는) 그 옷을 입고 절대로 쓰러지지 마오... 보름전부터 의사선생들이 나에게 이달 25일까지는 특별히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번에 함남도로 떠날 때 울면서 못간다고 하는걸 겨우 왔는데 아직도 보름이 더 남았소.”
휴식하기를 절절하게 요청하는 그 일군에게 끝으로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난 아직도 가야 할 곳이 많소. 내가 가야 온 나라에 승리의 불길이 타 번지지 않소. 동무도 절대로 쓰러지지 말아야 하오. 건강을 잘 돌보시오.”
‘김정일애국주의’란 말은 2012년 3월 2일 북의 식수절에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처음 사용하였고7월 26일 노동당 책임일군들과의 담화 (《김정일애국주의를 구현하여 부강조국건설을 다그치자》)에서 그 내용을 체계화하였다.
담화에서, “김정일애국주의는 우리의 사회주의조국과 우리 인민에 대한 가장 뜨겁고 열렬한 사랑이며 사회주의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한 가장 적극적이고 희생적인 헌신입니다.”라고 정의하였다.
김정은위원장은 “위대한 장군님께서 우리 인민에게 물려주신 고귀한 정신적 유산이며 실천의 본보기”인 김정일애국주의를 적극 따라 배우고 구현하여 사회주의강성국가 건설의 원동력으로
삼자고 호소하였다.
김정은위원장은 스스로가 김정일애국주의의 가장 철저한 구현자가 되려고 한다.
2016년 2월 14일 노동신문 정론에선 김정은위원장이 서거한 김정일위원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렇게 썼다.
자나깨나 장군님생각이시였다. 기쁜 일이 생기면 누구보다 기뻐하실 우리 장군님생각, 시련이 막아서면 모진 고난을 승리로 헤치신 장군님을 생각하시며 새 힘을 얻으시였다. 깊은 밤 꿈결에서 장군님을 뵈옵고 그길로 다시 일손을 잡으시는 분, 매일, 매 순간 장군님과 마음속 대화를 나누시며 장군님과 함께 사시는 분이시다.
인류역사는 다양한 애국주의가 있어 왔다.
진정한 애국은 곧 애민이다. 말로 하는 애국, 이기적인 애국이 아니라 진정한 애국은 조국과 민중, 그리고 미래를 위한 헌신이고 투신이다.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1차 방역에 성공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민중의 지지는 총선에서 여당의 승리로, 총선 후 60%를 넘는 대통령 지지율로 나타났다.
코로나 방역보다도 더 어려운 ‘경제 전시 상황’에 직면하여 진정한 애국, 진정한 애민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민중의 믿음과 기대에 꼭 부응하였으면 하는 절절한 기대를 가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