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지도(2)

앞으로 북한정치에 대한 다양한 연구성과를 연재할 예정이다. 공동연구의 산물이므로 편집국이름으로 연재한다.
북 바로알기의 본령은 북의 사람들을 바로 아는 것이다. 그것은 북의 지도자, 북의 당, 북의 인민을 바로 아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이번 연재는 북의 지도자, 당, 인민들을 바로안다는 시각을 담은 최초의 시도이다. 

최근 급속하게 퍼진 북 지도자에 대한 각종 가짜뉴스들은 이 땅에서  북맹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 연재가 약간의 도움이 되길 바란다. 

박정희군사독재정권에서 1969년부터 6년동안 재무부장관, 이어 78년까지 5년동안 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 정치적 풍파가 매우 심했고 경제형편도 녹록치 않았던 때였음에도 경제정책을 주무르는 자리를 꽤 오래 유지한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그 비결은 의외로 간단한 것이었다. 그에게는 다른 사람이 넘볼 수 없을 정도로 브리핑을 하는 솜씨가 뛰어났던 것이다. 
1979년 12.12군사쿠데타와 1980년 광주학살을 자행하며 정권을 잡은 신군부는 경제정책을 책임질 사람을 물색하였다. 정치는 물론이고 경제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던 그들에게는 누가 적임자인지 가려볼 능력도 없었다. 더구나 1980년 즈음에는 석유위기가 다시 일어나는 등 경제상황도 매우 심각했다. 이때 신군부가 고안해낸 방법은 이렇게 저렇게 천거된 몇 사람을 불러 경제정책에 대한 브리핑을 시켜보는 것이었다. 
브리핑 실력에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그가 이 시험에서 전두환을 비롯한 정치군인들에게서 합격점을 받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그는 오로지 브리핑 실력으로 5공화국에서 초대국무총리를 차지하였다. 물론 그의 국가경제를 운용하는 능력은 브리핑 실력만큼 뛰어나지는 못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국가수반이나 고위관료가 방문한 자리에서는 현황보고라는 것부터 한다. 권위주의적 정권일수록 이 현황보고는 더 거창해진다. 
일본식 군대 풍습에 젖어있던 박정희는 차트를 넘겨가며 하는 브리핑을 매우 즐겼다고 한다. 앞에서 말한 그 사람은 이런 풍토덕에 출세길을 찾은 사람이기도 하다. 
권력자가 거창한 현황보고를 즐기면 브리핑을 더 잘해서 권력자의 눈에 들려고 애를 쓰게 된다. 일이 이렇게 되는 원인은 권력자가 해당 부문과 사업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2019년 1월 북의 삼지연 관현악단을 주축으로 구성된 북 친선예술단이 중국을 방문하여 공연을 하였다.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공산당과 정부의 고위간부들도 관람하였다.
그런데 북에서 전하는 후일담에는 공연준비과정에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세 번이나 연습장에 나왔다고 한다. 이 후일담에서 예술단은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연주곡목과 순서배치, 배경대 형상방법 등을 바로잡는 것에 관해 지도를 하였다고 했다. 
예술, 특히 공연 분야는 상당히 전문적인 분야이고 거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기 입장과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간섭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김정은국무위원장의 지적에 대해 예술단을 ‘귀중한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였다. 
이것을 절대적 권위를 가진 지도자에 대한 의례적인 발언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예술단이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음악과 공연예술 대한 조예가 매우 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보아야 한다. 
‘북한 친선예술대표단의 중국 방문 공연’은 북중관계의 발전방향에 잘 맞는 수준높은 공연으로 펼쳐졌다. 

▲ 2019년 1월 31일 조선중앙통신은 리수용 북한노동당 국제 담당 부위원장과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친선 예술단의 중국 베이징 공연 관련 모습을 보도 했다.[사진 : 조선중앙통신 캡처]
▲ 2019년 1월 31일 조선중앙통신은 리수용 북한노동당 국제 담당 부위원장과 현송월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북한 친선 예술단의 중국 베이징 공연 관련 모습을 보도 했다.[사진 : 조선중앙통신 캡처]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중앙양묘장 현지지도에서 전문가들도 잘 알지 못하는 토양개량 및 수분보충제 테라코템을 개발 이용하여 여름철에 나무를 옮겨심는 기술을 더 연구 완성하도록 지시하였다는 일화는 북에서 유명하다. 
김정은국무위원장의 지도에 의해 완성된 금수산태양궁전 중앙광장을 보고 외국의 원예전문가가 감탄했다는 이야기, 평양강냉이 가공공장 현지지도에서 콘베이어벨트에 놓여있는 빵색깔의 누런 부분을 보고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은 원인을 곧바로 파악한 이야기. 악기전시장에서 기타의 소리울림이 좋지 못한 원인이 나무의 재질과 풀문제에 있다는 것을 찾아낸 이야기 등은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여러 방면에 대해 해박한 식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 금수산태양궁전과 중앙광장[사진 : 조선의 오늘 캡처]
▲ 금수산태양궁전과 중앙광장[사진 : 조선의 오늘 캡처]

평양에 문수물놀이장을 건설할 때 김정은국무위원장은 무려 113개의 설계안을 다 검토하였다. 단순히 검토한 것이 아니라 점과 선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으로 따져가며 완성시켰다고 한다. 건설건축분야에 상당한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 나라에서 하는 최고위층의 현장방문은 거창하게 준비된 현황보고를 받고 하나마나한 소리를 몇마디 하는 것이 전부다. 현황보고가 부실하다고. 의전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질타하는 일이나 벌어지기 일쑤다. 
그런데 북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에서는 브리핑을 받는 식의 현황보고를 하지 않는다. 현황파악은 대부분 해당 일군들과 대화를 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최고지도자가 해당 부분과 사업에 대해 상당한 식견과 지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 문수놀이장[사진 : 우리민족끼리 캡처]
▲ 문수놀이장[사진 : 우리민족끼리 캡처]

해당 부분을 잘 알지 못하는 고위층이 현장에서 이런 저런 즉흥적인 지시를 하면 그 사업과 국가운영은 혼란과 낭비를 피할 길이 없다. 
권위주의적인 정권일수록 이런 폐단은 심해진다. 어떤 고위층이 갔다오면 진행되던 것과 다르게 만들었다가 더 높은 사람이 다녀오면 다시 허물어 버리는 식의 소동이 일어난다. 
북에서는 최고지도자가 절대적인 권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현지지도에서 하는 지시들이 현실을 잘모르거나 전문적인 지식에 의해 안받침되지 않으면 이 폐단은 극심할 것이다. 
그런데 북에서 현지지도가 경제사업을 추켜세우는 가장 힘있는 방법으로 되고 있다. 이는 최고지도자가 해당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 여러 방면에서 매우 높은 식견과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특출한 능력을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것인지는 수수께끼같은 일이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수수께끼의 답이 무엇이건 북의 최고지도자가 상당한 능력과 자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이것이 현지지도가 북의 국가운영과 경제발전의 기본방법으로 되는 가장 중요한 까닭중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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