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된 미국과 탈레반 간 평화협정 서명식에서 잘마이 칼릴자드 미 아프간 평화특사(왼쪽)와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 탈레반 수석대표가 협정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사진 : 뉴시스]](/news/photo/202003/10168_20319_1459.jpg)
지난 2월 29일, 카다르 도하시에서 미국 특사 칼리자드와 아프칸의 탈레반 대표 바라다르가 평화 정착 약정서에 서명했다. 이로써 2001년 9.11이후 18년 넘게 계속되던 미국-아프카니스탄의 탈레반 간 전쟁은 공식적으로 종식됐다. 합의된 주요 내용을 보면, 탈레반은 아프칸에서 미군과 나토군을 공격하지 않고, 테러 지원도 않고, 테러기지로도 쓰이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한편, 미군과 나토군 (연합군)은 14개월 안에 모두 철수하고 아프칸 내부 문제는 아프칸에 넘기기로 했다. 이렇게 해서 미국은 아프칸에서 완전히 발을 빼게 됐다.
근 20년 장구하고 처절했던 아프칸 전쟁이 마침내 끝장나는 역사적 광경을 전 세계가 목격하고 있다. 서울 외교부는 지난 3월 2일, 미-탈레반 간 전쟁 종식과 평화를 위한 공동선언이 발표된 것을 환영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아프칸 전쟁보다 세 배도 넘는 기나긴 전쟁을 아직도 끝장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는 이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남의 일이라고 그냥 지나칠 게 아니라 뭔가 어떤 교훈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외교부는 환영 성명을 발표했다. 허나 우리는 아직도 평화체제를 완수하지 못한 반성과 동시에 우리도 끝내 해내겠다는 결의가 성명 속에 스며들어 있어야 옳다.
보잘 것 없다고 세인의 손가락질과 비웃음을 사던 아프칸 탈레반이 대국인 미국과 맞장떠서 18년 전쟁 종식, 외국군대 철수, 국내 문제 자체 해결을 관철해냈으니 도무지 믿기지 않는 현실이다. 이건 놀라움을 훨씬 넘어서서 충격적이다. 최근 이라크와 필리핀 정부는 자국 주둔 미군철수를 미국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외세를 배격하고 제나라 문제를 자기 스스로 풀어내겠다는 자주정신은 시대적 추세가 됐다. 자주시대라는 걸 말해주고 있다. 이걸 막을 자 아무도 없다. 힘으로 눌러대면 된다는 ‘약육강식’ 시대는 가버렸다는 뜻이다. 이는 지금 세계 도처에서 여실히 입증되고 있다.
세계기록을 세운 70년의 기나긴 한반도 전쟁 휴전은 아직 꿈쩍도 하지 않고 요지부동이다. 또 다른 세계신기록을 세운 것은 지구상 유일 최장기 75년 <분단>이다. 세 번째 세계신기록을 세운 것은 국가의 기본권이라 불리는 국방주권을 한국은 70년 이상 남의 손에 맡겨두고 회수할 엄두도 못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느 나라건 간에 국가 최고 통치권자가 제나라 군대의 작전지휘권을 갖지 못하면 자주독립국으로서의 자격미달인 것이다. 남의 작통권을 손에 거머쥐고 주인행세를 한다고 비난하기에 앞서 먼저 상실한 국방 주권, 작통권을 회수하는 게 우선순위다. 허나 납작 엎드리기만 한다.
탈레반, 이라크도 외국군을 철수시키고 자국 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데 우리는 왜 못해낼까를 한 번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역사적 <6.15, 10.4선언>, <판문점, 평양선언> 등으로 평화와 번영을 향해 힘찬 거보를 내디뎠다. 허나 자주 없는 <예속>은 외세의 방해책동에 속절없이 투항하고 만다. 결국 자주와 주권 부재가 우리 민족의 불행을 연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주인인 우리가 자주의 길을 택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자주의 깃발을 높이 휘날리며 작통권 회수, 평화협정 체결,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벌떼같이 들고 일어서자! 국민이 승리하게 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