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의 국부유출과 재벌 경제의 대외의존성 (15)

현대차의 기계 관련 기술은 세계 정상급인데, 2000년대 초에 국산 엔진 제조기술을 확보하고 일본 미쓰비스와 기술협력 관계를 청산하였다. 2010년대 초에는 국산 변속기 제조기술을 확보하고 일본 아이신과 기술관계를 청산하였다.

현대차는 1990년대에 플랫폼 독자설계 이후 자동차 3대 기술인 섀시(차의 몸체를 뺀 나머지 부분), 엔진, 변속기를 모두 국산화하여 2012년에 영업이익률 10.2%를 기록하였다.

하지만 이는 모두 기계제어 방식인데, 이후 엔진과 변속기가 빠르게 전자제어로 넘어가면서 엔진은 보쉬, 변속기는 ZF 등 독일 기술을 도입하였다. 현재도 엔진 ECU(Electronic Control Unit, 전자제어장치)과 오일펌프 주요 부품은 보쉬에서, 변속기 ECU 등은 ZF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네비게이션은 구글의 기술로 LG가 생산한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s, 지능형운전자보조시스템)의 핵심부품인 거리감지센서는 독일 헬라, 오디오는 영국 메리디안, 배기가스 제어는 프랑스 포레시아 등의 부품을 도입하여 생산한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3년간 영업이익률이 1~3% 수준으로 떨어진 이유 중 하나가 전장 부품의 외부 도입이 매년 5,000억 원 정도씩 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영업이익이 1.2%였다가 2019년, 2020년 조금 오른 이유는 제네시스, 그랜저, 팰리세이드 등 고급차가 많이 팔렸기 때문이다.

생산도 기존에는 자동화설비 및 로봇은 현대위아, 현대중공업, LS산전 등에서 장비를 구입했으나, 3~4년 전부터는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스위스 ABB, 독일 KUKA(중국 인수), 덴마크 UR(유니버셜 로봇), 일본 화낙과 야스가와 쪽으로 도입선을 바꾸고 있다. 참고로 현대위아에서 생산되는 설비 상당수에 일본 화낙과 야스가와의 모터가 사용된다.

LG, 삼성, SK, 포스코 등은 배터리, 통신, 모터, 센서, 소재 등 전기자동차 기술력이 상당히 축적된 상태이지만,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들 중 전장품을 납품할 수 있는 업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1) 실제 현대차 납품업체 4,700개 중 전장품을 납품하는 회사는 190여 개로, 자율주행이나 전동화가 본격화되면 다수 업체의 몰락이 예상된다.

또한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의 앱티브, 전기차 플랫폼은 영국 카누, 모빌리티는 싱가포르 그랩, 네비게이션 맵은 구글 등과 기술제휴를 하고 있어, 현대자동차의 차세대 모델 부품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도입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기전자업체에서 일부 공급할 수 있으나, 현재의 부품 납품체계 내에서 조달하기는 어려운 수준이다.2)

▲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첫 번째 전기차 GV60. [사진 : 뉴시스]
▲ 현대자동차 제네시스의 첫 번째 전기차 GV60. [사진 : 뉴시스]

[본문 주석]
1) 한국지엠, 르노삼성, 쌍용차 등 외투기업 완성차와 그 부품사들은 모두 내연기관 생산이라 전기차 시대에 생존할 수 없으며, 현대·기아차 부품사들도 1/3이 몰락할 수 있다.
2) 백승렬, “한국 기술의 대외의존성에 대한 근본적 원인분석”, 한국경제연구세미나(2020.12.30),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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