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의 국부유출과 재벌 경제의 대외의존성 (8)

한국경제는 총수요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은 대외의존형 경제인데, 수출의 대부분은 재벌 대기업이 담당하고 있다.(자산 10조원 이상의 31대 재벌이 수출액의 66.3%를 차지한다, 2018년)

▲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선박에 컨테이너 적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8년 12월, 연간 누계 수출액이 6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미국(1996년), 독일(2002년), 중국(2005년), 일본(2006년), 네덜란드(2008년), 프랑스(2008년) 등에 이어 세계 7번째로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2018.12.28.
▲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에서 선박에 컨테이너 적재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8년 12월, 연간 누계 수출액이 60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우리나라는 미국(1996년), 독일(2002년), 중국(2005년), 일본(2006년), 네덜란드(2008년), 프랑스(2008년) 등에 이어 세계 7번째로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했다. 2018.12.28.

관세청 자료를 보면, 2018년 기준으로 기업 수로 0.8%에 불과한 대기업(805개)이 전체 수출액의 67%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별로는 제조업(광업) 수출이 5,072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84%를 차지하는데 이중 대기업이 71%를 점유한다.

특히 소수 재벌의 상위 13개 품목이 전체 수출액의 80%를 점하고 있다. 상위 수출 품목은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 평판디스플레이, 선박, 무선통신기기, 일반기계, 석유화학, 철강제품, 섬유류, 자동차부품, 컴퓨터 등이다. 이는 대부분 중후장대 산업으로 국제분업에서 한국이 제조업의 중위기술에 특화되어 있는 것과 연관된다.

한국은 수출 규모로는 세계 6위이지만,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는 매우 낮다. 수출 1위 품목은 2002년 77개로 세계 13위, 2019년은 69개로 세계 11위다. 이는 경제구조가 대기업의 완성품 중심이며, 다양한 부품·소재를 담당해야 할 중견·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의 하청기업으로 머물러 있어 독립적 수출 능력이 취약함을 말해 준다. 한편 중국은 수출 1위 품목이 2002년 787개로 세계 3위였고 2019년 1,759개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세계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 (자료 : 한국무역협회)
▲세계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수 (자료 : 한국무역협회)

일반적으로 수출주도정책은 국내시장의 부족한 수요를 해외 수요로 대체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 경제성장을 이루는 방식이다. 한국은 원조와 차관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특정 산업에 집중시키고 고환율 정책으로 수출을 확대하면서 고도성장을 이룩해 왔다. 이러한 수출주도성장은 ‘규모의 경제’, ‘안정적 외화조달’, ‘특화에 따른 분업효과’ 등의 장점이 있으나 부작용이 크다. 먼저 내수기반이 취약하여 세계경제 위기나 대외환경 변화 시 경제의 변동성이 심하다. 다음으로 국제분업구조에 종속된 수출경제는 주요산업 자립화와 부문 간 균형을 파괴하고 있다. 또한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수출주도성장 정책을 취할 경우 과잉공급, 평가절하 경쟁 등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보장되기 어렵다.

실제 세계금융위기 이후, 아래 그림처럼 한국의 수출은 정체되고 있으며, 경제성장률 기여도도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 연도별 수출액 추이(단위: 천억 달러, 자료 : 한국무역협회(2021))
▲ 연도별 수출액 추이(단위: 천억 달러, 자료 : 한국무역협회(2021))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내수 중심국의 성장이 수출 중심국의 성장을 앞지르고 있다.

UN 데이터에 있는 수출 중심국은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덴마크, 스위스, 아일랜드, 한국, 홍콩, 대만, 러시아, 싱가포르, 태국 등이며, 내수 중심국은 미국, 일본, 인도, 호주,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브라질, 터키, 아르헨티나 등이다.

지난 45년간 208개 국가의 경제성장률 수치를 바탕으로 성장과 수출 및 내수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면, 세계무역이 확대된 1970년 이후 2007년까지 37년간 수출 주도국의 연평균 성장률은 4.2%로 내수 주도국 3.3%를 앞섰다. 세계 교역의 급성장을 배경으로 주요국가들이 수출주도성장 전략을 채택한 결과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2008~2013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내수 주도국이 3.5%로 수출 주도국의 2.4%를 추월하였다.

수출의 성장 기여도 역시 금융위기 이후 크게 낮아졌다. 아래 그림에서 수출 비중과 경제성장의 상관관계를 보면, 1970년 0.37에서 1990년 이후 점차 감소하여 2008년 이후 6년간은 마이너스(-0.09)로 돌아섰다. 수출이 오히려 성장을 갉아 먹고 있는 것이다.1)

▲ 수출비중과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자료 : 이근태·고가영(2014.12) 재인용)
▲ 수출비중과 경제성장률의 상관관계(자료 : 이근태·고가영(2014.12) 재인용)

[본문 주석]
1) 이근태·고가영(2014.12), “우리나라 내수성장의 필요성과 선진국 사례에서 배우는 정책방향”, LG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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