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의 국부유출과 재벌 경제의 대외의존성 (6)

현대전자의 LCD사업부였던 하이디스는 현대전자가 부도 처리된 뒤 분사되어 2002년 중국의 비오이그룹에 이어서 2008년 대만의 이잉크사에 연이어 매각되었다.

자료 : 매일노동뉴스(2015.1.8)
자료 : 매일노동뉴스(2015.1.8)

여기서 쌍용자동차와 유사한 외자자본에 의한 기술유출과 먹튀, 대량해고가 발생했다. BOE는 인수 직후 하이디스가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액정표시장치(LCD)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기술공유를 내세워 하이디스와 전산망을 통합했다. 이를 통해 하이디스가 보유하고 있는 알짜 기술 4,331건을 통째로 빼가고(2008년 기술유출 검찰 조사에서 밝혀져 회장 및 개발센터장에 집행유예 선고), 인수 4년 만에 회사를 부도 처리했다. 

LCD산업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위협할 만큼 성장한 중국 BOE의 기술은 모두 2002~2007년 사이 하이디스에서 제공된 것이다. 중국 최초의 현대식 LCD 생산라인은 2003년 하이디스가 직접 인력을 중국에 파견하여 지어줬다. 

BOE가 떠난 이후 2008년 대만의 E-Ink가 들어왔다. 이잉크는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전자책 디스플레이 패널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자국 내 생산설비만으로는 생산능력이 부족하여 법정관리 중이던 하이디스를 인수했다. 하이디스가 보유한 디스플레이 생산설비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이잉크는 BOE와 마찬가지로 인수 이후 기술 및 설비투자는 외면했고, 하이디스의 원천기술을 경쟁사들에게 팔아서 기술료 수입을 챙겼다. 이후 하이디스의 FFS 기술은 Sharp, AOU, CPT, CMI, BOE 등 삼성과 LG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세계 LCD 업체들에 제공되었다. 하이디스 본사인 대만 E-Ink의 2013년 순익이 10억 원에 불과했는데, 10원도 새로 투자하지 않은 하이디스 기술료 수입은 580억 원이며 2014년부터는 매년 1천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대만 본사 순이익의 3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본사 입장에서 하이디스 특허권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대만 E-Ink는 한국 노동자들은 모두 해고하고, 특허권을 아예 본사로 가지고 가버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는 방관했고 기술과 숙련을 보유한 한국의 노동자들만 희생되고 말았다.*

* 한지원(2015), “하이디스 공장폐쇄, 원인과 대책”, 이슈페이퍼, 노동자운동연구소

BOE에 매각되기 전 2,000명에 달했던 하이디스 노동자들은 계속 감소되어, 2008년 이잉크에 매각 때 800명이 남았다. 이어 2013년에는 400여명이 권고사직 등으로 퇴사하고, 2017년에는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377명마저 해고통보를 받았다. 

노동조합은 배재형 지회장의 자결, 대만 원정투쟁 등으로 격렬히 투쟁하였으나, 무능한 정부는 외자 유치라는 허상 속에 자국의 기술도 노동자의 고용도 지켜내지 못했다.

대만 원정투쟁 (2015년 6월)
대만 원정투쟁 (2015년 6월)
대만 원정투쟁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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