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의 국부유출과 재벌 경제의 대외의존성 (5)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통하여 수 조 원의 차익을 얻었으나, 한국 정부를 제소하여 국제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나라 경제의 혈맥인 은행을 왜 투기자본에게 팔았을까 ?

은행은 생산적인 곳에 자금을 공급하고 안전한 결제시스템으로 경제의 성장과 안정성을 보장하는 기간산업이지만, 일반 기업과는 달리 주로 타인이 예금한 돈으로 영업을 하므로 부채 규모가 크고 자기자본은 얼마 되지 않는다. 

예금은 고객에게 돌려주어야 할 부채이고, 대출은 고객들에게 받아야 할 자산이므로 부채와 자산 규모가 비슷하다. 이러한 조건에서 만약 고객들이 한꺼번에 예금을 인출하게 되면 지급불능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은행 업무가 중단되면 돈의 흐름이 막혀 전체 경제가 마비되는 시스템 위기로 파급된다. 

따라서 정부는 은행을 규제산업으로 정하고 대량 인출에 대비하여 예금의 7%를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으로 예치하게 하고, 파산할 경우도 고객 1인당 5천만 원까지 보장하도록 예금보험을 의무화한다. 

또한 재무구조 건전성 및 공공성 등을 감독하며, 특히 은행 소유자에 대해서는 후보자 적격성을 엄격히 심사하여 자격을 부여한다. 어떤 나라도 전국 단위 시중은행을 사모펀드에게 주는 경우는 없다. 더구나 론스타는 조세피난처에 위치한 페이퍼컴퍼니를 도관으로 하여 외환은행을 지배하므로, 우리나라의 조세당국과 금융당국의 통제가 미치기 어려웠다.  

외환은행은 한때 장기신용은행, 상업은행과 함께 국내 최대 은행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IMF 외환위기로 경영난에 처했는데, 국내 은행을 매각하기로 한 IMF 이행각서에 따라 제일은행에 이어 외환은행이 매각되었다. 
론스타는 미국 텍사스 주에 본사가 있는 사모펀드로. 단기 투자수익을 올린 뒤 되파는 것이 주목적이었고, 론스타 펀드의 주요 투자자들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등 국제금융기구와 공공연기금, 대학기금, 보험회사, 은행지주회사, 텍사스 석유재벌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하여(지분 51%)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되팔면서 배당과 시세차익으로 약 4조 6,000억 원을 챙겨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나아가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지연과 불합리한 과세로 5조 1,000억 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면서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에 중재를 요청하여,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투자자-국가 중재소송(ISD)에서는 국가가 패소한 경우가 60%나 된다. 

노무현 정부에서 재경부는 2003년 외환은행을 매각하였는데, 기간산업인 은행 매각에 비판적인 국민감정을 의식하여 이를 ‘매각’이라 하지 않고 ‘외자유치’로 표현하였다. 

“2003월 8월 27일 한국외환은행은 론스타 펀드와 외자유치 계약을 체결하였는바, 이번 외자유치가 소기의 성과를 얻어 한국외환은행의 조속한 경영정상화가 이루어지고 한국수출입은행의 외환은행에 대한 출자 자금이 회수될 수 있도록 승인을 적극 검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 재경부 공문 -

이렇게 매각은 외자유치로 포장되었다. 경쟁입찰이나 공개적인 실사 과정 없이, 처음부터 론스타로 정해놓고 밀어붙였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조작하기 위해 정체불명의 팩스 1장으로 BIS 비율을 산정했다. 재경부·금감위·외환은행이 입체적으로 움직여 투기자본에 외환은행을 넘겼다. 감사원 감사와 검찰 조사에서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하지만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헐값에 판 것은 맞지만, 정책 판단과 선택의 문제로 업무상 배임은 아니다”라는 이상한 논리였다.
- 시사인(2010.12.28) -

감사원은, 정부가 43.2%의 지분을 보유한 외환은행을 매각하면서, 대주주 역할을 해야 하는 재경부 등은 손을 놓은 채 경영진만 매각 작업을 추진한 것을 잘못이라고 지적하였다. 당시 외환은행 이강원 은행장과 경영진은 스스로 은행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실사보고서를 작성하여, 외국자본으로 헐값 매각을 지원하였고, 고문료 등으로 약 17억 원을 부당하게 수령하였다. 
원래 론스타는 골프장, 호텔, 건설 등의 비중이 큰 산업자본으로 은행법*에 따라  금융기관을 인수할 수 없었다. 그러나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1년에 2번, 2년이면 4번을 해야 하지만, 2008년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추경호 부위원장이 재직할 당시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한 번도 하지 않았다. 2013년 금융위원회가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개한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심사자료’를 보면, 론스타는 일본에 자회사 형태로 골프장·호텔 등 약 2조 8,500억 원의 비금융자산을 보유했고, 한국에도 극동건설 등 5,821억 원에 이르는 비금융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도 론스타가 외환은행 대주주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던 셈이다. 

은행법에는 산업자본이 총자본의 25% 이상이거나, 산업자본 총액이 2조원을 넘으면 은행 지분을 9% 이상 소유할 수 없게 되어 있다.

한편, 당시 심사 서류를 직접 다룬 핵심 실무자로 매각의 비밀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허창욱 외환은행 차장(당시 43세), 진홍수 금감원 선임조사역(당시 39세)은 각각 돌연사, 과로사로 연이어 사망하였는데 이 또한 상당히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그림 3-6] 2003년 외환은행 매각 당시 관계자들

자료 : 각 언론사
자료 : 각 언론사

[그림 3-6]에서는 의문투성이 매각 과정에 관여한 경제 관료들이 정리되어 있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는 주주들에게 고배당을 실시하고 점포와 직원을 줄여 비용을 최소화하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진행하였다. 고배당으로 충분히 이익을 본 론스타는 인수차익을 챙기면서 한국을 떠나려 시도했지만, 뜻하지 않게 소송이 진행되어 매각 절차가 중단되었다[표 3-23]. 

론스타는 펀드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돌려줘야 하는 기간이 중요한 사모펀드로 은행을 경영할 의지도 능력도 없는 투기자본이었다. 실제로 불과 인수 2년 만에 재매각을 추진했다. 2006년 1월 시티은행을 매각주간사로 선정하여 우선협상대상자를 물색하였고. 2006년 3월 국민은행과 계약을 체결했다가 파기했다. HSBC(홍콩상하이은행)와는 2007년 계약했다가 2008년 파기했다. 2010년에는 호주뉴질랜드은행 및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매각작업을 진행하였다.

투기자본감시센터를 위시로 하여 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론스타의 은행 대주주 자격 등 여러 가지 의혹에 대해 고발하였고 이는 법적 분쟁으로 비화되었다. 결국 대법원은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당시 론스타측 이사들은 형사 처벌을 받았고 론스타는 외환카드 2대 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 등에 손해배상금으로 718억 원을 지급했다. 불법 행위로 외환은행을 인수한 것이 드러나면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다시 내놓아야 했다.

이에 따라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상실하였다. 그러나 금융위는 론스타의 범죄에 대해 ‘징벌적 처분명령’을 내리지 않고 지분 41%를 매각하라는 ‘조건 없는 매각명령’을 내려 면죄부를 주었다. 결국 론스타는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팔고 고액 배당금에 매각 차익까지 챙겨 한국을 떠날 수 있었다.

외환은행 경영진과 금융위원회, 관련된 경제관료들은 왜 국익보다도 미국 투기자본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을까? 론스타가 챙겨간 4조 6,000억 원과 ISD에서 패소할 경우 배상 등은 누구의 희생으로 메우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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