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롭스크 전선의 러시아군 ©Sputnik
포크롭스크 전선의 러시아군 ©Sputnik

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의 전략 요충지 포크롭스크(러시아명 크라스노아르메이스크)를 포위하면서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의 균열이 가시화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병력난과 전력 소모가 심화되는 가운데, 현지에서는 철수를 촉구하는 목소리까지 나오며 전황이 변곡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우크라이나 시민단체와 군사 전문가들이 포위망이 완성되기 전에 포크롭스크에서 군을 철수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전 국방부 차관 비탈리 데이네가는 “정부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통제 불능에 가깝다”며 “가능한 철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포크롭스크와 쿠피얀스크 일대에서 약 1만 명의 우크라이나 병력이 고립됐다고 밝혔다.

FT에 따르면, 현지 병사들은 “더 많은 인력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피할 수 있었다”고 토로했다. 탈영병 증가와 신병 부족으로 전선 유지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으며, 일부 지역은 “사실상 드론으로만 감시되고 있다”는 증언도 나왔다.

포크롭스크는 전쟁 전 약 20만 명의 인구를 가진 산업도시로, 철도와 도로가 교차하는 물류 거점이자 우크라이나 동부전선 방어선의 요충지로 평가되고 있다. 이곳을 러시아군이 장악할 경우 서쪽 평야지대로의 진격로를 확보하게 되며, 우크라이나 동부 방어선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인근에는 유럽 최대 규모의 리튬 매장지가 위치해 있어 전략적 가치도 높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장에서 성공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포크롭스크를 이용하고 있다”며 포위설을 부인했다. 대통령 보좌관 미하일 포돌리아크도 “포위망은 존재하지 않으며,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침투한 러시아군을 소탕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적군이 이미 쿠피얀스크와 크라스노아르메이스크(우크라이나명 포크롭스크)에 갇혔다”며 투항을 통한 병력 보존 기회를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공세가 급속한 진격이 아닌 체계적·점진적 소모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러시아군은 포크롭스크·쿠피얀스크·리만 축선을 중심으로 병참 시설을 정밀 타격하며 동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군은 반격 능력이 약화돼 기존 전선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포크롭스크 전투가 단순한 도시 점령전이 아니라 전쟁의 향방을 가를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우크라이나가 병력을 비롯한 군사지원을 서방으로부터 확보하지 못할 경우, 전선의 주도권은 러시아 측으로 완전히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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