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너머, ‘1회 한국평화주권대회’ 개최

최근 미국 트럼프의 경제·안보 수탈이 본격화되면서, 그동안 성역처럼 여겨지던 ‘한미동맹’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되고 있다.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 1년 365일 중 340회나 진행되는 한미연합군사연습, 그리고 ‘동맹 현대화’라는 이름 아래 대중국 전쟁에까지 연루될 위기에 처한 현실 속에서 ‘이런 동맹은 필요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패권을 거부하는 다극 질서와 전 세계 반미·반전 흐름도 거세지고 있다.

이에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는 11월 2일 부산에서 ‘1회 한국평화주권대회’를 열었다. 이번 대회는 한미동맹, 주한미군, 미군기지 문제 전반을 다루며, 한미동맹의 불평등 구조를 극복하고 평화주권의 해법과 운동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이하 평화너머)가 주최·주관하고, 전국민중행동, 자주통일평화연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불평등한한미SOFA개정국민연대가 후원했다.

기념토론회 : 기지에서 ‘동맹 현대화’를 보다

‘동맹과 기지, 동맹현대화’를 주제로 한 한국평화주권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평화너머 정책연구소가 주관했으며, 전국의 미군기지 현장 활동가와 평화·안보 전문가들이 모여 한미동맹의 구조적 불평등과 한국의 평화주권 문제를 논의했다. 전국 각지에서 약 100여 명이 참석해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사회를 맡은 장창준 평화너머 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군기지와 동맹 현대화 문제를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며 주한미군의 구조, 기지 운영, 동맹 비용 문제에 대한 심층적 검토를 제안했다. 그는 특히 2026년 ‘주한미군 백서: 기지, 구조 그리고 비용’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별초청강연회 : 재미동포 청년 활동가의 ‘미국 현지 반제반전운동 이야기’

평화너머 청년·학생 100여 명이 재미동포 청년활동가 예림 노둣돌 뉴욕지부 공동위원장을 강연자로 초청했다. 노둣돌은 재미동포 반제운동 단체로, 현재 뉴욕·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에 지부를 두고 있다. 이 단체는 2024년 7월 27일부터 ‘U.S OUT OF KOREA(미국은 한국에서 나가라)’ 캠페인을 시작했으며, 미국 내 100여 개 반제운동 단체와 진보 정당, 사회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다.

강연은 청년·학생들이 각자의 고민을 나누고, 서로에게 힘을 북돋는 뜨거운 국제연대의 시간으로 진행됐다. 예림은 ▲미국의 현실과 투쟁 상황 ▲재미동포 활동가로서의 경험과 배움 ▲미국 내 활동가들이 직면한 과제 ▲한국 청년 활동가들에게 품은 희망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예림은 “미국의 화려한 장막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며 “그들은 미래의 승리를 위해 운동을 건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주와 평화를 위한 싸움이 얼마나 외롭고 험난한 일인지 잘 알고 있다”며 “제국의 한가운데에서도 여러분과 함께 걷는 동지들이 있다는 사실이 조금이나마 힘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연은 미국에서 외치는 구호 “From 백두산 to 한라산! U.S OUT OF KOREA!”를 함께 외치며 열기 속에 마무리됐다.

트럼프에 분노한 사람들의 행진

행진에서는 트럼프의 수탈과 대미 굴욕 협상에 분노한 참가자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분노를 드러냈다.

행진을 마친 참가자들은 주한미군 55보급창 앞 본대회로 모였다. 대회는 노동문예창작단 ‘가자’의 공연과 참가자들의 집단 율동으로 막을 올렸다. 이어 ▲전국 현장의 이야기 ▲우리가 가야 할 길–반미반전의 길 ▲‘우리가 새 길을 내자’ 순으로 진행됐다. 

부산평화너머 지은주 상임대표는 “바로 이곳, 도심 한가운데 세균실험실이 있다는 사실에 주민들이 큰 충격을 받았고, 미군 출근 저지 투쟁을 시작으로 20만 명의 서명을 모았다”며 지역 반미운동 사례를 소개했다. 이어 “민감한 미군 문제라 걱정했지만, 부산 전역에서 주민들이 직접 나서면서 대중운동으로 번졌다”며 반미운동의 확산 가능성을 강조했다.

정진희 울산금속평화너머 대표는 “회사 측의 ‘일감이 없다’는 한마디면 생계가 끊기고, 아이 학원비와 부모님 병원비도 막힌다”며 “트럼프의 동맹 수탈은 우리 노동자에게 밥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군기지 현장 활동가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구중서 군산미군기지우리땅찾기시민모임 사무국장은 “이 땅에서 미군이 떠나는 것은 일상을 되찾는 일이며, 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희신 경기북부평화시민행동 활동가는 “72년간 양보했으면 이제는 나갈 때가 됐다”라며 “미군이 없어도 살 수 있는 나라가 됐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굴욕적인 한미관계 청산 없이는 노동자의 고용 안정도, 정상적인 경제성장도, 평화로운 일상도 불가능하다”며 “한국 노동계급에게 반미·반전은 곧 생존권 투쟁”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동자·민중의 이해와 요구가 전면적으로 실현되는 노동자 집권을 위해서는 내란세력의 뿌리이자 뒷배인 미국으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연희 평화너머 공동대표는 “민중은 결정적인 시기에 들불처럼 일어난다”며 “그런 운동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가 시대의 선도자, 개척자가 되자”고 제안했다. 그는 “한국평화주권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종속적인 동맹인 한미동맹을 끝내고, 미국의 손을 이 땅에서 떼게 할 동지 대오를 모으는 자리이자 운동의 방략을 도모하는 대회”라고 규정했다. 이어 “전 세계에 반미의 물결이 넘쳐나는 지금, 한국에서도 반미운동의 경험과 성과를 모아 머지않아 민중의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1회 한국평화주권대회는 한미동맹의 불평등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운동의 출발점으로 마련되었다. 트럼프의 동맹 수탈과 이른바 ‘동맹 현대화’로 인해 경제와 안보를 막론하고 모든 분야에서 한국이 미국 패권 유지의 희생양이 되어가는 현실 속에서, 한미동맹의 재정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대회를 주최한 평화너머는 이번 행사를 “출범 첫해, 운동의 길을 밝힌 이정표”로 평가하며 앞으로 매년 대회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1회 대회 기념 ‘주한미군기지 전도’ 제작

“기지를 보면 구조가 보이고, 구조를 보면 종속이 보인다”

평화너머 정책연구소는 1회 대회를 준비하며, 주한 미군기지를 연구하고 직접 개발한 <주한미군기지 전도>를 제작했다. 전국 미군기지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한미 전쟁동맹의 주요이슈와 변화 ▲각 미군기지별 특징과 규모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전도는 아래 링크를 통해 구매 가능하다.

https://sites.google.com/view/us-army-map

[1회 한국평화주권대회 선언문]

종속적 한미동맹을 넘어 자주의 시대로 나아가자!

오늘날 전 세계는 날강도 미국에 맞서 “NO 트럼프, NO KINGS”를 외치고 있습니다.

미군주둔 80년, 한미동맹 72년! 미국은 우리 민중에게 지난 80년 동안 변함없이 점령군이었고 왕이었습니다. 미국이 이 땅에 발을 들인 이래, 한반도는 전쟁터가 아닌 적이 없었고, 수탈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전국 방방곡곡 우리 민중의 삶의 터전을 부수고 자리 잡은 미군기지마다 천인공노할 범죄와 죽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80년을 군림해 온 미국이 이제는 자신의 패권 유지를 위해 더 노골적인 수탈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한반도를 패권전쟁의 전쟁터로 바치라고 강요하고 있습니다. 한미 FTA와 신자유주의로 젊은이들의 미래를 빼앗더니, 이제는 제 나라 제조업을 살리겠다고 관세를 빌미로 투자를 강요하며 우리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경제 침체와 불평등, 양극화 또한 72년 한미동맹체제의 결과입니다.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패권이 끝나가는 지금, 우리는 어느 때보다 큰 도전 앞에 서 있습니다. 전환기 세계를 넘어 자주와 주권, 평화와 통일의 미래로 나아갈 것인가, 몰락하는 패권의 최전방, 전쟁터가 될 것인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종속적 한미동맹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다른 미래를 준비할 수 없습니다. 종속적인 한미동맹, 분단, 전쟁체제를 부수고 민주주의가 꽃피는 평등한 나라, 자주와 평화, 통일된 한반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는 어제의 우리가 아닙니다. 위대한 민중항쟁의 역사는 '시대를 개척하는 힘은 오직 민중에게 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또한 우리는 지난 윤석열 퇴진 항쟁에서 ‘과거가 현재를 돕는다’는 교훈을 다시 한 번 배웠습니다. 민주주의 수호자, 자주와 통일을 위해 80년을 싸워온 위대한 한국 민중의 이름으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합시다.

오늘 <한국평화주권대회>에 모인 우리는 새로운 출발선에 섰음을 알립니다.

우리는 한반도 전쟁을 막고, 종속적 한미동맹을 넘어 자주와 주권을 되찾는 투쟁에 앞장서겠습니다.

우리의 운명을 개척할 힘! 우리가 만듭시다!

훗날 오늘의 출발이 한미동맹을 넘어서는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날로 기억될 수 있도록, 손에 손잡고 나아갑시다.

2025년 11월 2일
한국평화주권대회 참가자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