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과중' 등 이유로 재판부 특정 가능성
유일하게 확인 가능한 로그기록 비공개
"법원장, 내란사건 지귀연에 내리 꽂았나"

윤석열 내란 사건이 지귀연(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에게 무작위 배당됐다는 사법부의 주장에 금이 간다. 맨 처음 재판을 받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처음 지정배당이었다가 나중에 무작위 배당으로 바뀐 게 확인됐다. 이렇게 되면 특정 재판부 안에서만 배당할 가능성이 생긴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3일 서면질의와 20일 서울고등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 과정에 윤석열 내란사건이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으로 선정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지난해 12월 30일 김 전 장관이 지귀연 재판부로 배당된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사건을 접수한 서울중앙지법은 같은 달 27일 해당 사건을 “사회적 파장이 크다”는 이유로 ‘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사건’으로 판단했다. 무작위 배당이 아닌, 지정을 통해 담당 판사를 배당하겠다는 거다. 그런데 적시처리 사건으로 접수됐던 김 전 장관 사건은 갑자기 일반사건으로 바뀌었고, 이후 경제·식품·보건 분야 전문인 지귀연 재판부에 배당됐다.
문제는 이런 경우, ‘업무 과중’ 등의 이유로 무작위 배당을 돌릴 재판부 수를 줄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거다. 외형상 무작위로 배당하면서 그 과정에 개입을 하게 되는 셈이다. 이후 1월 31일, 윤석열 재판도 ‘관련 사건’으로 묶여 지 판사에게 배당됐다.
양승태 사법농단 사태 당시에도 같은 논란이 일었다. 양승태는 통합진보당 의원 소송에 “법원행정처가 관심이 많은 사건”이라며 김광태 당시 부장판사에게 “해당 사건을 서울고법 행정6부에 배당해달라” 요구했다. 이는 양승태의 공소사실에도 포함됐다.
이후 법원은 사건 배당 결과와 사유 등을 ‘로그기록’에 적시하며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안들을 내놨다. 그러나 법원은 로그기록 등 이번 내란사건 배당 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은 “내란사건을 일반사건으로 분류했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은 신속하게 재판하기 위해 배당하기 것인데 지귀연은 지금까지 이토록 사건을 지연시켰다”고 지적했다.
이어 “배당을 하는 배당권자는 법원장으로 돼 있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지귀연 재판부에 꽂은 것은 아닌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사법부가 처음 김 전 장관 ‘적시처리 필요 사건’으로 선정했다는 것을 두고도 자가당착이란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내란사건 재판부 도입 주장에 ‘사건 배당의 무작위성을 훼손한다’며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추미애 법사위원장도 지난 10월 30일 법사위 종합감사에서 법원행정처를 향해 “수차례 법원행정처장은 무작위 배당이니까 공정하다, 공정성 담보 취지로 무작위 배당을 강변하셨다”며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한 위헌 논거도 ‘무작위성을 깬다, 침해한다’였는데 지금 보니까 오히려 적시처리 필요 중요사건으로 지정만 하면 입맛에 맞는 판사에게 배당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