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하마스가 2년 가까이 이어진 가자 전쟁을 멈추기 위한 평화협상에 나섰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간접 협상이 시작됐지만, 인질 교환과 휴전, 하마스의 무장 해제, 그리고 가자지구의 향후 통치 구조를 둘러싼 입장 차는 여전히 팽팽하다.

지난 2년 동안 이어진 전쟁으로 가자지구는 사실상 폐허가 됐다. 이번 전쟁으로 인해 6만 7천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는 불가피한 희생이 아니라, 유엔 조사위원회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학살’이라 규정하며 규탄하고 있는 참극이다.

국제사회는 이번 협상이 전쟁 종식을 위한 분수령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이 진정한 평화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일방의 항복을 강요하기 위한 절차인지 그 전제는 모호하다. 전쟁을 멈추자고 말하면서도 이스라엘의 공습은 계속되고, 중재를 자처한 미국은 점령국의 태도이다.

이번 평화협상의 핵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즉각적인 휴전을 위한 인질 교환 문제다. 하마스는 억류 중인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여 명을 전원 석방하고 사망한 인질의 시신을 송환하는 대신, 이스라엘이 종신형을 선고받은 팔레스타인 수감자와 최근 구금된 인원을 석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이스라엘군의 공격 중단과 병력 철수도 주요 논의 대상에 올랐다.

둘째, 하마스의 무장 해제 여부다. 이스라엘은 이를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으나, 하마스는 자위권을 이유로 완전한 무장 해제에는 반대하고 있다.

셋째, 가자지구의 향후 통치 구조와 운영 방안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안은 ‘미국 주도의 평화위원회’를 설치해 과도정부를 구성하는 구상을 담고 있다. 하지만 하마스와 팔레스타인은 ‘자치’와 ‘독립’이 보장되지 않는 한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놓은 평화안의 핵심은 ‘미국 주도 평화위원회’ 구성이다. 그는 자신이 위원회 의장을 맡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를 공동 의장으로 세워 가자지구의 행정·복구·치안 유지를 총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 위원회는 하마스를 배제한 채 ‘안정화와 재건’을 명분으로 외부 통치에 가까운 형태를 띠고 있다.

이에 대해 팔레스타인 내부는 즉각 반발했다. 하마스는 “팔레스타인의 미래를 외부 세력이 결정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거부했고,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는 “가자의 미래는 팔레스타인인이 결정해야 하며, 외부 행정 강요나 외세 통치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제사회 역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유엔 전문가는 “트럼프안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위한 단계가 아니라 외세 주도의 간접 통치 모델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 고위 관계자도 “중재자는 중립적이어야 한다. 미국이 직접 위원회를 주도한다면 이는 평화가 아니라 통제로 비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집트, 요르단, 카타르 등 중재국들 역시 “위원회 구성에는 지역 당사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이 전쟁 내내 이스라엘의 최대 군사적 후원국이었다는 점에서 중재자로서의 신뢰성은 의심받고 있다.

미국은 2023년 이후 이스라엘에 정밀 유도폭탄, 방공 시스템, 군사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해왔다. 이런 미국이 이제 와서 ‘평화의 중재자’를 자처하는 것은 “선수가 심판을 겸하는 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팔레스타인의 ‘자치’와 ‘독립’은 이 분쟁의 근본 문제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오랜 기간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제시해왔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를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결국 오늘의 갈등은 그 거부로부터 비롯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제라도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모색하려는 움직임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미국이 ‘승리자’인 양 주도하는 이번 평화안 구상이 정당한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며, 힘의 논리를 앞세운 협상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국제사회의 시선은 냉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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