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제80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자신을 ‘중재자’로 포장했지만, 56분간 이어진 발언은 평화가 아닌 전쟁의 언어에 가까웠다. 그는 난민, 기후, 분쟁 문제를 다루면서 국제협력을 무시하고 오직 미국의 이익만을 앞세운 일방적 주장을 쏟아냈다.

트럼프는 “열린 국경은 실패했으며, 여러분의 유산을 파괴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기후변화 대응을 “인류 역사상 최대의 사기(green scam)”라고 규정했다. 이는 국제사회의 평화공존과 협력을 부정하는 동시에 과학적 합의를 외면한 위험한 선동이었다.

프랑스 매체 France24가 지적했듯, 그의 연설은 국제주의와 이민, 기후 관련 활동을 싸잡아 비난하는 ‘미국 단독주의’의 재확인에 불과했다.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전쟁 관련 언급이었다. 트럼프는 자신이 “7개의 전쟁을 중재하고 종식시켰다”고 강조했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기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 사례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종식시켰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고, 이란은 보복 공격에 나서며 불씨를 키운 전쟁 당사자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마찬가지다. 미국은 무기와 군수물자를 대량 공급하면서 전쟁의 주요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나토 회원국들에 국방비 인상을 요구해 방산 수출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중재자’ 역할은 허구에 가깝다”며 “오히려 전쟁의 최대 수혜자는 미국”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트럼프는 최근 국방부를 ‘전쟁부(Department of War)’로 명명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이는 미국 외교안보 전략의 중심에 군사적 힘이 자리하고 있음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실제로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향해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군사 행동을 개시했다. 이미 카리브해에 구축함과 핵잠수함, 병력 수천 명을 파견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는 걸프전 당시 ‘대량살상무기’라는 허구의 명분으로 전쟁을 개시했던 전례와 닮아 있다.

국제사회의 반응도 부정적이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원한다면 가자 전쟁을 멈추게 하라”며 트럼프의 공허한 주장을 견제했다.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는 미국의 유엔 자금 삭감이 “인도주의 지원에 치명타”라고 경고했다. FT와 로이터는 이번 연설을 “국제협력보다 자국 중심 정책에 치우친 일방주의 선언”으로 규정했으며, BBC는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평화를 말하면서 동시에 전쟁을 준비하고, 국제협력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일방주의, 고립주의를 외쳤다. “7개의 전쟁을 종식시켰다”는 발언은 미국이 전쟁을 통해 가장 큰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구조적 현실을 가리려는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

결국 트럼프의 이번 연설은 미국 내에서는 지지층 결집 효과를 낼 수 있겠지만, 국제사회에서는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의 급속한 붕괴를 불러올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다극세계의 부상을 촉진하며, 국제질서를 다극화의 방향으로 가속화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