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뉴욕에서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이 열렸다. 23~24일 서울에서 제27차 한미통합국방협의체(KIDD)가 진행된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ㆍ안보 분야의 국정 과제가 시험대에 올랐다.
유엔 총회 개막일인 22일, 한미일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핵 역량을 포함한 철통같은 방위 공약”을 재확인했다. 이들은 한미일 삼국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다영역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Freedom Edge)’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하고,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 해양 주장과 현상 변경 시도를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도 성명에 명시됐다.
특히 이번 성명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3국 해양안보 및 법 집행 협력 프레임워크”는 기존의 상황 공유나 단속 차원을 넘어 제도적 협력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 틀은 단순한 해양 안전 관리 수준에 그치지 않고 연합 훈련, 정보 공유, 합동 단속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아세안 역내 역량 지원까지 언급되면서 협력 범위는 자연스럽게 한반도 인근을 넘어 인도·태평양 전역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23~24일 서울에서 진행 중인 한미통합국방협의체에서도 같은 기조가 확인된다. 국방부는 이번 회의에서 한미동맹이 ‘미래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동맹현안 전반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강조한 ‘동맹 현대화’에 따라 한국의 국방비 증액이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26년도 국방예산을 8.2% 증액해 역대 최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공동성명에서 “북의 완전한 비핵화”를 거듭 못 박았다. 더불어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회피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고, 대북 제재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북러 군사협력, 북의 사이버 활동에 대한 비판도 성명에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출국 직전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 군대 없으면 자주국방이 불가능하다는 굴종적 사고를 버려야 한다”며 자주국방을 선언했다. 그러나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내용과 한미통합국방협의체에서 논의 중인 의제들은 오히려 전쟁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자주국방과 미국 의존은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통일부는 국정과제로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을 내세우고 있다. 남북 간 대화를 복원하고,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며 공동 성장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은 비핵화를 정권붕괴 시도와 동일시한다. 한쪽에서는 평화 공존을 외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체제 전복을 위한 전쟁연습이 펼쳐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통일부와 외교부 어디가 진짜 이재명 정부의 본 모습일까.
시민사회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3일 국방부 앞에서 자주통일평화연대와 전국민중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동맹 현대화는 자주가 아닌 종속을 심화시키는 것”이라며 “한국을 미국의 전쟁터 앞잡이로 내세우는 위험한 구상”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민주노점상연합, 불교계 단체 등도 함께 참여해 국방비 증액과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민생을 희생시키는 국방비 증액으로는 평화를 살 수 없다”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는 내부에서 상충하고 있다. 대통령이 직접 밝힌 자주국방 선언, 통일부가 추진하는 평화공존 전략과 외교·국방부의 한미동맹 현대화는 양립할 수 없다.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과 한미통합국방협의체가 보여주듯 억지, 제재, 전쟁 연습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정과제 간의 충돌이 반복된다면, 정부 스스로 내세운 ‘평화와 자주’의 비전은 공허한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