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구시보사설]2025-09-22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이스라엘-하마스 종전 결의안이 또 다시 무산되었다. 며칠 전 미국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을 위한 '두 국가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유엔총회 결의안에도 반대표를 행사한 바 있다.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의 행동이 국제 정의의 목소리 실현과 조속한 휴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면서 중동 정책을 재검토하고, 생명과 역사에 책임지는 올바른 결정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편집자주>

현지시간 9월 21일, 호주·캐나다·영국이 공식적으로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안도라·벨기에·룩셈부르크·포르투갈·몰타·산마리노 등도 9월 22일 유엔총회에서 팔레스타인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두 국가 해법’ 이행을 위한 고위급 국제회의가 열리는 당일 또는 그 전날에 팔레스타인 국가를 승인할 계획이다. 이로써 유엔 회원국 중 이미 2/3가 넘는 나라가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는 흐름이 더욱 확대되고, 국제사회는 압도적인 다수 의견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번 ‘승인 물결’의 주요 세력은 바로 그동안 이 과정을 저지해온 미국의 전통적 동맹국들이다. 9월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10,000차 회의에서 미국은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해 가자지구의 영구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 통과를 저지했다. 15개 안보리 회원국 중 14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14:1이라는 극명한 대조가 나타났다. 미국의 가자지구 문제에 대한 입장은 사실상 국제사회와 정면으로 배치되며, 미국의 유럽 동맹국들도 입장을 조정하기 시작해 미·유럽 간의 팔-이스라엘 문제 관련 균열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오랫동안 서방 국가들은 팔-이스라엘 문제에서 주로 팔레스타인을 비판하고 이스라엘에 동정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팔-이스라엘 충돌이 발발하고, 특히 가자지구의 인도주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유럽 각국 내에서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고,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서방 시민들의 팔레스타인에 대한 동정은 점차 대규모 사회운동과 공공여론으로 발전했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와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국제사회는 팔-이스라엘 갈등이 미국이나 기타 제3자의 중재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해결될 수 있다고 여겨왔다. 예루살렘의 최종 지위, 요르단강 서안 지역의 귀속,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의 관계,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 수자원 분배 등 민감한 의제를 놓고 중재를 추진하며 평화를 도모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팔-이스라엘 평화의 기반이 계속 약화되고, 미국은 지난 십여 년 동안 팔-이스라엘 협상에 거의 진지하게 나서지 않았다. 그 사이 이스라엘은 요르단강 서안과 동예루살렘에서 정착촌을 지속적으로 확장하고, 국내 입법을 통해 분쟁 지역에 대한 점령과 통제를 강화해 팔레스타인인의 생존 공간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팔-이스라엘 평화 비전을 재건하고 ‘두 국가 해법’의 정치적 원칙을 다시 확립하는 것이 국제사회가 팔-이스라엘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중요한 전제가 되었다. 서방 일부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을 추진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사고의 구체적 표현이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어야 가자지구에 휴전이 올 수 있는가? 얼마나 더 많은 참사가 일어나야 인도주의 물자가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는가?” 중국 유엔 상임대표 푸총이 던진 ‘영혼의 질문’은 거울처럼 가자지구의 참혹한 현실을 비추고 있다. 이번 팔-이스라엘 충돌 이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행동으로 6만 5천 명이 넘는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기근이 발생했으며, 200만 주민이 강제로 집을 떠나야 했다. 이스라엘의 지역 정책은 점점 더 강경해지고, 제3자의 중재에도 거의 타협하지 않아 휴전 협상이 번번이 막히고 있다. 다른 분쟁 지역에서도 이스라엘은 시리아와 레바논에서 군사행동을 벌이고, 걸프 지역에서는 이란을 직접 공격하며, 최근에는 카타르 내 목표까지 타격하는 등 공격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중동 정세가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달을까 우려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얻는 것은 ‘더 안전함’이 아니라 ‘더 고립됨’이다.
미국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외교·정치·군사적 이익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자국의 전략과 국가 이익에 따라 강경한 지역 및 외교 정책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다. 서방 국가들이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 문제에서 진정한 연합을 이루기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서방의 태도 변화는 국제사회가 팔-이스라엘 문제에 대해 점점 더 명확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변화는 국제기구와 다자 메커니즘의 정책 조정은 물론, ‘두 국가 해법’의 정치적 원칙을 더욱 공고히 하고, 팔레스타인 국가 승인의 법적 근거와 국제 여론의 지지를 강화할 것이다.
올해는 유엔 창립 80주년으로, 이번 유엔총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22일 열리는 유엔총회 고위급 회의는 국제사회가 다시 한번 공감대를 모으는 중요한 장이 될 것이다. 팔-이스라엘 문제에서 중대한 제3자인 미국의 행동은 국제 정의의 목소리 실현과 조속한 휴전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 국제사회가 형성한 강력한 공감대는 ‘두 국가 해법’이 선택지가 아니라 필수이며, 미래의 일이 아니라 지금 당장 실현되어야 할 일임을 충분히 보여준다. 관련 국가들은 중동 정책을 재검토하고, 국제적 책임을 다하며, 생명과 역사에 책임지는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