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 축소와 사회 불안, 동시에 군비 증강
위협의 연출과 무장화 가속
NATO의 '전시사고'와 구조적 종속
F-35 체계와 무기 의존의 고착화
서유럽의 또 다른 그림자
주권 상실과 동맹 수탈의 실상

복지국가에서 전쟁국가로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벨기에 등 북유럽과 서유럽의 복지국가들이 최근 잇따라 대규모 무기 구매에 나서고 있다. 이는 단순한 방위 차원을 넘어선 변화로, 미국이 지휘하는 NATO 전략 구도와 전쟁경제 체제 편입의 가속을 의미한다.
특히 중립국 전통을 지녀왔던 핀란드(2023년 NATO 가입)와 스웨덴(2024년 NATO 가입)은 불과 몇 년 만에 대규모 군비 확충에 뛰어들었고, 노르웨이와 벨기에 역시 복지 지출 삭감 속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 복지국가 모델의 상징이던 북유럽은 이제 군사동원 체제의 전진 기지가 되어가고 있다.
DSCA 승인과 미국 무기 의존
미국 국방안보협력국(DSCA)은 최근 유럽 각국의 무기 구매를 연이어 승인했다.
핀란드(9월 10일): AIM-120D-3 중거리 공대공 미사일 10.7억 달러.
노르웨이(9월 15일): GBU-39B 정밀유도폭탄 1.1억 달러.
벨기에(9월 15일): AIM-9X 단거리 미사일 5.7억 달러.
덴마크(8월 29일): 패트리어트 방공체계 85억 달러.
이들 무기는 자국 방위라기보다 NATO 작전 체계와 미국산 F-35 전투기에 맞춰 통합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유럽의 자율적 군비 확충이 아니라, 미국 무기망에 종속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복지 축소와 사회 불안, 동시에 군비 증강
무기 구매가 발표된 같은 시기에, 핀란드는 긴축 재정을 선언하며 연금 삭감과 복지 축소를 단행했고, 노르웨이는 생활비 급등과 불평등 심화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벨기에도 연금 개혁 반대 시위가 공항 파업으로 번지는 등 사회적 긴장이 확대되고 있다.
정치 지도자들은 시민에게는 “복지에 쓸 돈이 없다”고 말하면서, 군비에는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고 있다. 복지가 무너지고 군비가 치솟는 이 모순된 구조야말로, 전쟁경제의 본질이다.
위협의 연출과 무장화 가속
2025년 9월 3일, 폴란드 국방부는 자국 영공에서 러시아제 드론이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사건의 진위는 끝내 확인되지 않았다. 러시아는 즉각 공격 관여를 부인했고,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추락한 드론을 수리해 띄운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ATO와 유럽 각국은 사실 확인보다 “위협의 연출”을 우선시했다. 9월 12일, NATO는 ‘동부 감시(Eastern Sentry)’ 작전을 개시했고, 북유럽 국가들은 방공망 보강과 무기 구매를 신속히 밀어붙였다. 확인되지 않은 위협이 “사실”이 아니라 “정치적 명분”으로 기능하면서, 유럽의 무장화와 전쟁경제 전환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NATO의 '전시사고'와 구조적 종속
2025년 9월 헤이그 NATO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GDP 대비 국방비 5% 지출 목표(그중 3.5%는 핵심 국방 분야)를 합의했다. 이 자리에서 NATO 사무총장은 각국이 “전시사고(wartime mindset)”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회의에서 전쟁 종결이나 평화 구축에 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반복된 것은 군비 증강과 전시사고였다. 이는 유럽 사회를 장기적 전시체제로 고착시키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F-35 체계와 무기 의존의 고착화
유럽의 핵심 전투기인 F-35는 AIM-120, AIM-9X 등 미국산 미사일에 의존하고 있다. 유럽이 개발 중인 미사일(Meteor, SPEAR 3 등)은 배치가 늦어지면서, 실제 전력화가 지연되고 있다. 결국 유럽은 “자율적 방위”를 외치면서도, 미국산 무기 없이는 공군력을 유지할 수 없는 구조적 모순에 빠져 있다. NATO 표준화라는 이름은 곧 미국 무기 체계에 대한 예속을 의미한다.
서유럽의 또 다른 그림자
전쟁경제화와 사회 불평등의 심화는 북유럽만의 문제가 아니다. 프랑스는 마크롱 집권 이후 부자 감세로 불평등이 급격히 심화됐고, 신흥 부자 상당수가 방산·에너지 분야와 연결돼 전시경제 전환의 수혜를 입고 있다. 동시에 공공재정은 고갈되고 복지 축소가 심화됐다. 교원 감축, 대학 학과 통폐합, 공공병원 예산 삭감, 사회보장 축소가 이어지며 불평등은 극단적으로 확대되었다. 최근 “모든 것을 멈추자”라는 구호의 대규모 집회는 마크롱의 “부자를 먹이는 정치”에 대한 거부 선언이었다.
독일 역시 경기 침체와 에너지 비용 급등 속에서 국방비 증액을 서두르고 있고,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무기 구매와 군사비 지출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서유럽 역시 복지 축소와 사회 갈등 속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전쟁경제 체제에 깊숙이 끌려 들어가고 있다.
주권 상실과 동맹 수탈의 실상
유럽의 무장화는 복지 축소, 사회적 불평등, 전시사고의 제도화, 미국 무기망 종속이라는 네 가지 요소가 결합된 구조적 전환이다. NATO는 전쟁 종결이 아니라 전쟁 지속을 제도화했고, 시민들은 세금 인상과 복지 삭감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 패턴은 유럽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도 관세 협상을 통한 동맹 수탈, 방위비 분담 증액, 미국 무기 구매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강요된 ‘대미 투자’는 투자라기보다 사실상 조공을 요구하는 협박이자 강탈에 가깝다.
요컨대,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무기 강매, 경제적 수탈, 관세 압박과 조공식 투자 강요, 전시체제 편입이다. 그 결과 지난 80년간 미국과 동맹을 맺어온 유럽과 동아시아는 주권을 잃었고, 민중의 고통은 가중되었다. 주권을 상실한 국가의 말로가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